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화(13/187)
방 전체를 휘감던 바람은 이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녹빛 연기만이 몽글하게 차오르더니, 이내 조그만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삐, 삐익!!”
나는 다시 조그만 새의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 모습으로 돌아갔는데!
나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려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지만, 소용없었다.
아르센이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푸른 눈동자가 허공을 배회하다가, 이내 제 앞에 놓인 조그만 새를 내려다보았다.
“……너……?”
“삐잇!”
“……왜 갑자기 수인화를 한 건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는 답답하다는 듯 조그만 날개로 가슴을 팡팡 치며 대답을 대신했다.
‘이능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가?’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것일 줄이야.
이능을 이렇게까지 써 본 적이 없으니 알 리가 있나!
“어린 나이에 이능을 무리하게 사용하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르센을 돌보던 하녀, 클로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들어 본 적이 있어요.”
‘이능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수인화가 된다고?’
말도 안 돼!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계속해서 인간화를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결국 나는 클로이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미숙해서 아직 능력을 많이 사용하기엔 무리인가 봐.’
하지만 아르센을 서둘러 치료해주어야 하는데.
한번 치료할 때마다 계속 이 상태라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주저앉아서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가 털썩 주저앉자, 아르센이 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울어?”
나는 아르센을 째려보았다. 지금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니, 아니지.
오히려 아르센 덕분에 내가 라니에로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거니까.
감사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너 진짜 작다. 새 일족은 원래 이렇게 다 작아?”
“도련님, 그런 말씀은 실례예요.”
“그치만 진짜 작잖아. 쥐콩만 해.”
아르센은 계속해서 내가 ‘작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
수인화한 새 일족은 처음 볼 테니까,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예의 없는 늑대 같으니라구.’
나는 아르센을 찌릿 째려보았다.
그러나 아르센은 개의치 않고 내 몸을 여기저기 콕 찔렀다.
“삣.”
……만지지 마.
나는 몸을 웅크리고 아르센한테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보송보송한 밀색 털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동그란 공 모양이 되었다.
그때, 어느새 방을 나갔었는지, 사라졌던 베티가 에단을 데리고 나타났다.
베티가 서둘러 들어오고, 그 뒤를 놀란 표정의 에단이 따랐다.
“……아가씨? 도련님?”
에단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아르센을 한 번, 그리고 아르센의 손 위에 앉아 있는 나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보았다.
“세상에나, 아가씨!”
에단이 서둘러 가까이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가슴 위로 조심스럽게 닿은 손가락에 나는 망설임 없이 폴짝 에단의 손에 올라탔다.
“삐삣!!”
나 너무 서러워.
겨우 인간으로 돌아왔다 싶었는데, 인간화하자마자 다시 새 모습이라니.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하고 서러웠다.
두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훌쩍거리자 에단이 놀란 듯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하나도 안 괜찮아…….’
에단이 나를 품 안에 넣고 검지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러자 긴장이 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스르륵 녹았다.
에단은 나를 조심스럽게 베티의 손으로 넘겼다.
베티가 자신의 치맛자락으로 나를 감싸 부드럽게 받아들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아르센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련님도 괜찮으시고요?”
“응,”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르센은 내가 치료해주기 전보다 지금이 훨씬 혈색이 좋아 보였다.
이능 치료가 꽤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록 나는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만.
그는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외알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아르센의 가슴까지 솜이불을 올려 폭 덮어 주었다.
“거기 너, 가서 헤른 선생님을 좀 모셔와.”
에단이 하녀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머리를 묶은 하녀가 발 빠르게 방을 나섰다.
탁.
문이 닫힌 뒤, 에단은 아르센의 이마를 짚었다.
열이 없는지 있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아르센의 체온이 높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삐이?”
“도련님은 열이 쉽게 오르시거든요. 오늘도 정원에 잠시 나가셨다가 열이 오르셔서 약을 드시고 계셨지요.”
“삐잇!”
“몇 번 안 드신 것 같긴 하지만.”
에단이 거의 원상태나 다름없는 약그릇을 본 뒤 혀를 차며 말했다.
아르센이 이불 속에서 몸을 움찔거렸다.
뜨끔한 모양이었다.
“헤른 선생님은 늑대 가문의 주치의랍니다. 실력이 좋으신 분이니 아가씨의 몸 상태도 살펴 주실 거예요.”
에단이 나를 달래듯 눈을 마주친 채로 말했다.
“삐잇!”
인간 말을 할 수 없는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그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에단의 주름진 눈가가 둥글게 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르센의 눈이 가물거리기 시작할 즈음 방문이 다시 한번 벌컥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수더분한 인상의, 사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무거워 보이는 갈색 가죽 가방을 든 채였다.
저 남자가 에단이 이야기했던 ‘헤른 선생님’인 듯했다.
“삐잇?”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헤른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방문을 막 열고 들어온 그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난 탓이다.
이 사람…….
‘사슴이잖아?’
일전에 사슴 일족이 라니에로 저택에 온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사슴 일족에게서는 사슴 일족의 영토에서만 자라는 특유의 꽃향기가 났으므로,
‘그런데…….’
예크하르트 가문은 늑대 가문의 수장인 회색늑대 가문이었다.
또, 육식 동물들을 대표하는 중앙 가문 중 한 가문이기도 했다.
그런 가문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저택에 어째서 사슴 일족의 의사가 있는 거지?
게다가 사슴 일족은 의술과 약초술이 발달한 일족으로, 그 의술과 약초술을 노린 다른 일족들의 공격을 피해서 섬에 숨어 살았다.
사슴 일족이 그 섬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으며, 동맹을 맺은 일족에 약초를 보내는 것 빼면 다른 일족과의 교류도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그 사슴이 왜 여기?
“헤른이라고 합니다.”
사내가 나를 보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구불거리는 밤색 머리카락이 눈썹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나는 베티의 손 위에서 폴짝 뛰어 내려와 침대 위에 섰다. 그리고 헤른을 또렷하게 마주 보았다.
‘사슴 일족은 처음 봐.’
사슴 일족은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그러니까 ‘이능’을 발현하지 못한 일족에 속했다.
하지만 이능 없어도 라니에로만큼의 의술을 가진 유일한 일족에 속했다.
라니에로는 타고난 이능으로, 사슴 일족은 약초술과 의술로 치료한다는 것이 달랐지만.
그들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사는 만큼, 식물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구 이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지.’
그건 굉장한 능력으로, 이능의 흐름을 통해 상대의 건강을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장점을 살려 약재들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재 하나를 사려면 반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던데.’
모든 일족이 사슴 일족의 약재를 원하니 벌어진 일이었다.
개중 대부분의 일족들이 사슴 일족에게 거액을 주고 주치의로 고용하고 싶어 했으나, 사슴 일족은 단 한 번도 그 요구를 받아들인 적 없다고 알고 있었다.
아주 가끔, 일 년에 한두 번 다른 일족이 사는 곳으로 왕진을 가는 것 빼곤.
‘그런데 사슴 일족이라니!’
그것도 늑대 저택에!
‘도대체 어떻게 고용한 걸까?’
헤른 선생님은 먼저 침대에 누워 있는 아르센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디 상태를 좀 볼까요.”
에단이 그랬듯이 먼저 아르센의 이마를 짚어 본 헤른 선생님은, 아르센의 입 안까지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폈다.
아르센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더 크게 아, 하세요.”
“아-.”
삐쭉빼쭉 돋아난 아르센의 송곳니가 눈에 들어왔다.
고작 일곱 살밖에 안 된 아르센의 송곳니는, 마음만 먹으면 나 정도는 쉽게 물어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워 보였다.
“삐잇…….”
내가 슬그머니 아르센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나자, 아르센이 낯을 와락 구겼다.
그동안 아르센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려는 듯, 나팔관을 조그만 가슴팍에 가져다 댄 헤른 선생님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