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0화(130/187)
“……응. 뭐, 당장 얘기할 건 없으니까!”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제를 돌렸다.
아르센의 시선이 나를 집요하게 좇는 것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반점 좀 보자, 이리 와 봐.”
“그걸 왜 여기서?”
아르센이 낯을 와락 구겼다. 나는 아르센의 셔츠를 살짝 잡아당겼다.
“온 김에 보자구. 갑자기 생각났어. 너 요즘 나한테 등 잘 안 보여주잖아.”
어릴 때는 자주 아르센의 옷을 훌렁훌렁 벗겨 반점을 확인했었는데.
아르센이 조금 크고, 나와 거리를 두고 자기 시작한 뒤로 아르센은 내게 반점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더 옅어졌군요.’
헤른 선생님의 말을 듣고서 아르센의 반점이 점점 옅어지고 있구나 짐작만 할 뿐.
“옅어졌어, 이제 거의 안 보여. 아, 볼 필요 없다니까……!”
“한 번만 보자, 응? 부끄러워서 그래?”
내 말을 가만 듣던 그림자 늑대의 두 눈이 둥글게 휘어졌다.
부끄러워서 그렇다는 말에 긍정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부끄럽기는! 그냥, 어? 너는 여자고 나는 남자니까…….”
“우리 부부잖아……, 그런 걸 따질 시기는 지나도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아마…… 열 살쯤에 지나지 않았을까?
내가 제법 진지한 낯으로 말하자, 아르센의 얼굴이 대번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너는 진짜…….”
아르센이 한 손으로 주섬주섬 셔츠 단추를 풀었다.
두 귀가 약간 붉어져 있었다.
단추를 풀고 셔츠를 벗은 아르센이, 뒤돌아 반점이 자리한 등을 보여주었다.
“자, 됐어?”
“응, 좋아.”
나는 냅다 고개를 끄덕인 뒤, 아르센의 반점을 살짝 만져보았다.
‘확실히 계속 옅어지네.’
아르센의 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일까?
나는 손끝으로 잔 근육이 잡힌 아르센의 등을 슬쩍 쓸었다.
거의 다 나았다는 생각이 들자, 괜스레 기분이 묘해졌다.
아르센과 내가 처음 만났던 날이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다.
내 치료 없이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아르센의 몸 상태를 보면 뿌듯함마저 들었다.
열 살, 아르센을 치료해 주려다가 상태를 더 악화시킨 뒤로 나는 아르센에게 이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나아가는 아르센의 몸을 볼 때면 안도감 또한 차올랐다.
나는 아르센의 등을 짝, 쳤다.
“됐어, 됐어. 다 봤다. 이제 옷 입어도 돼.”
“악! 왜 때려?”
아르센이 눈을 날카롭게 뜨고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다 나았네 싶어서, 응? 이제 나랑 같이 안 자도 되겠다. 그치.”
나는 아르센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르센과 나는, 같이 손을 잡고 자면 아르센의 상태가 완화된다는 이유로 줄곧 같은 방을 써 왔다.
그런데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같은 방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아르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
“응?”
“너 이제 내가 싫어졌어?”
아르센은 벗은 셔츠를 손에 든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소리야? 야아, 옷부터 입구 얘기해, 일단은.”
나는 근육이 고르게 잡힌 아르센의 맨살을 힐긋 바라보고 말했다.
어릴 때는 완전히 비쩍 마른 아기 늑대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몸이……, 몸이 이렇게 좋아진 건지!
‘눈 둘 곳을 모르겠네.’
내가 셔츠를 가리키자, 아르센이 다시 주섬주섬 셔츠를 입으며 말했다.
“이혼 얘길 하질 않나……, 각방 얘길 하질 않나……. 이상하잖아.”
“아니 그건.”
“너는 내 부인인데, 왜 각방을 써?”
그렇게 묻는 아르센의 표정은 정말로 이해 못 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아르센의 머리를 푹 눌렀다.
“으응, 그렇지. 나는 네 부인이지. 이 얘긴 다음에 하구, 이제 집에 가자!”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에 차분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왜 다음에…….”
아르센이 항의하려는 듯 말문을 뗐지만, 나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다음에 해, 다음에! 늑대야!”
내가 부르자, 그림자 늑대가 저 멀리서부터 겅중겅중 뛰어왔다.
“크르릉!”
“이제 가자, 다 놀았어?”
그림자 늑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은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나 대신 바구니를 챙겼다.
“나가자, 다음에 또 오자.”
“응, 가자.”
“자아, 나무한테 잘 있다 간다고 인사해.”
“뭘 하라고?”
“인사하라구, 너를 낫게 해 주고 있으니까.”
나는 거대한 나무의 밑동에 손을 올리고서 말했다.
아르센이 영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따라서 나무 밑동에 손을 가져다댔다.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지, 이 나무?”
“더 이상 안 클 줄 알았는데…….”
아르센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나무는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겠다.”
“그러게.”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나무를 구경하다가, 이내 미련 없이 걸어 나왔다.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가 먼저 뛰쳐나가서, 우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켄드릭에게 알렸다.
그러자.
파앗-!
켄드릭의 이능이 주변에서 일렁였다. 나와 아르센의 몸을 가려 바깥에 보이지 않도록 해 주었다.
우리는 켄드릭의 이능에 몸을 숨긴 채, 무사히 마차에 올라탔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어요.”
켄드릭은 마차 안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잘 다녀왔고?”
“네, 꽃도 심었어요. 그런데 확실히 다말은 다말인가 봐요.”
“왜?”
“이능을 사용했는데도 꽃이 바로 자라지 않거든요. 다른 땅에는 이능을 사용하면 꽃이 바로 피는데…….”
나는 아직 덜 닫힌 문 바깥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연둣빛 이능이 흘러나오자, 잡초가 불쑥 자랐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켄드릭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아직 깊은 곳까지는 정화되지 않은 모양이다. 잘 다녀왔다니 다행이군, 이만 돌아가지.”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기사 한 명이 마차 문을 닫아 주었다.
이어 마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말발굽이 땅을 박차고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호위기사 두 명이 보였다.
켄드릭은 늘 호위기사들을 최대로 배치하는 편이었지만, 다말 땅에 올 때면 최소한의 호위만 데려왔다.
오늘도 호위기사 셋이 전부였다. 수장 일가의 외출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호위가 적었다.
‘아버님이 강하시니 상관없겠지.’
켄드릭의 이능은 예크하르트 가문의 역대 수장들을 통틀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히이힝!!”
“으악!”
풀숲에서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와 기사와 그가 탄 말을 공격했다.
말이 놀라 앞발을 불쑥 치켜들고, 기사는 늑대의 주둥이에 밀쳐져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우당탕!
마차가 급하게 멈추고, 기사들이 거대한 늑대를 향해 검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켄드릭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무슨 소란이지?”
그는 이능을 사용하여 어렵지 않게 거대한 늑대를 제압했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르센이 나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겨 팔로 감쌌다.
“……수인인가요?”
“……그래.”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능으로 속박당한 거대한 늑대가 꿈틀거리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지를 잃은 것 같은데요……? 제가 치료를.”
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자일스 꽃으로 인해 이지를 잃은 것이라면, 내가 치료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켄드릭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쓸 것 없어, 린시. 처리하고 갈 테니 아르센과 먼저 가 있어라.”
“네? 하지만.”
“괜찮으니 가 있으래도.”
켄드릭은 그 말을 남기고 바로 마차에서 내렸다.
우리가 탄 마차는 켄드릭의 명령대로 곧장 출발했다.
나와 아르센은 눈을 멀뚱히 뜬 채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자일스 꽃 때문에 이지를 잃은 거 아니야?”
“아마 그렇겠지, 이능을 잃게 하는 건 그것뿐이니까.”
“근데 왜……, 치료를 못 하게 하시는 거지? 게다가 그건……, 잘 해결되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게다가 내가 치료하지 못하게 막은 켄드릭의 행동도 의아했다.
내가 시선을 보내자, 아르센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너도 들은 게 없다구?”
“나보다 네가 아버지랑 더 친해……. 내가 수장 자리를 이어받기 전에 전부 처리하겠다는 말씀은 하신 적 있지만…….”
아르센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아까 보았던, 이지를 잃은 수인 때문에 멍하니 시선을 주고받는 사이, 마차는 금세 저택에 도착했다.
“아가씨, 잘 다녀오셨어요?”
“응? 으응.”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 뒤, 아르센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아르센, 따라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