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1화(131/187)
뒤에서 베티가 무어라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베티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 아르센을 데리고 방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딸깍.
문이 잠기는 금속성의 소리가 들렸다. 아르센은 멀뚱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르센을 올려다보았다.
“너, 정말루 들은 거 없니?”
이지를 잃은 수인이 마차를 습격했을 때, 나는 켄드릭의 표정을 힐긋 보았었다.
그런데.
‘확실히 놀라신 표정은 아니었어.’
이지를 잃은 수인이 난데없이 마차를 습격했다면 놀랄 법도 한데.
켄드릭의 표정은 놀랐다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피로하고 지쳐 보이는 표정이었다.
마치 이런 일을 예상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아르센이 제법 억울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글쎄, 없다니까. 그렇게 궁금하면 이따가 아버지가 돌아오신 뒤 아버지한테 여쭤보면 되잖아.”
“아휴, 바보야. 아버님은 나한테 그런 얘길 안 해주시니까 그렇지.”
“나한텐 하시는 줄 알아?”
“근데 있잖아, 아르센…….”
나는 낯을 굳히고 아르센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일스 꽃에 중독돼서 이지를 잃은 수인들은 이지를 되찾을 수 없다고 했지?”
“응, 그렇지.”
“내가 치료해 주지 않으면…… 평생 그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거잖아. 자일스 꽃에 중독된 수인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일단은 나뿐이니까.”
“응.”
“그럼…….”
나는 아르센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꿀꺽.
침을 삼킨 뒤 말을 이었다.
“그럼, 아까 그 수인은 어떻게 되는 건데?”
내가 치료해주지 않으면 평생 이지를 잃은 채로 살아야 한다는데.
이지를 잃은 수인은 흥분하여 날뛰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전에 이지를 잃은 수인은……, 최악의 경우 사살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켄드릭은 내가 그 수인을 치료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
“……?”
우리는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았다.
설마 죽이는 걸까?
자일스 꽃에 중독된 수인들이 통제 불능이 되면, 전부 죽여 왔던 건 아닐까?
켄드릭이 오늘 마차와 충돌한 그 수인을 결국 죽이고야 말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낯빛이 희게 질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
아르센 역시 마찬가지인 듯 낯빛이 살짝 희게 질렸다.
그때.
똑똑.
차분한 노크 소리가 방 안에 감돌던 적막을 깼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가씨, 옷 갈아입으시고 저녁 드셔야지요.”
“응, 금방 나갈게!”
“일단 나가자, 우리끼리 이러고 있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아르센이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단은…….”
***
나는 옷을 갈아입고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갈아입은 아르센이 식당으로 내려왔다.
이어 저택이 소란해졌다.
“아버님이 오셨나?”
“그런가 봐.”
아르센은 들었던 나이프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아르센을 따라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가 식당 바깥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나가려던 찰나, 켄드릭이 식당 안으로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식사 중이었군.”
“오셨어요? 그런데 아버님…….”
나는 켄드릭의 옷을 보고 흠칫했다.
켄드릭의 검은 재킷에, 검붉은 피가 튀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의 피인지는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오늘 일은 잘 처리했으니 걱정 말고…….”
“제가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치료해야……!”
“그래. 네가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다.”
켄드릭이 단호하게 내 말을 잘랐다.
덕분에 켄드릭에게 무언가 더 물어보려던 내 계획은 무참히 어그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린시, 부탁할 게 있는데.”
켄드릭이 잠시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눈을 지그시 감더니, 이내 느릿하게 뜨며 주위의 하녀들을 물렸다.
그리고 이능을 사용하여 그림자를 이용해 얇게 방음벽을 쳤다.
“다음번에 다말 땅에 다녀올 땐 꽃을 좀 더 꺾어와 줄 수 있을까.”
“꽃이요?”
“그래, 넉넉하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처음 다말 땅에 발을 들인 이후로, 나는 가끔 켄드릭에게 다말의 잔디와 꽃을 꺾어다 주곤 했다.
가끔은 그 커다란 나무의 나뭇잎을 주워다 주는 날도 있었다.
헤른 선생님이 다말을 연구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한 일이었다.
켄드릭과 헤른 선생님은 몹시 기뻐했고, 그래서 이후로도 종종 꽃과 나뭇잎, 그리고 잔디를 따다 주곤 했다.
내가 꽃을 자주 심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종종 한 바구니 가득 꽃을 따다 드리기 때문에, 자주 심어야 켄드릭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늘어났으니까.
그런데 켄드릭이 이렇게 먼저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 것은 처음이라,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다음엔 넉넉하게 따 올게요.”
“그래, 식사 마치고 좀 쉬어라. 내일은 저택에 레온이랑 카인이 온다지?”
켄드릭이 방음벽을 걷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말했다.
“네, 내일 놀러 오기로 했어요.”
이제 레오나와 카인이 놀러 오는 것은 저택 사용인들에게 일상이었다.
가끔은 켄드릭이 친구가 레오나와 카인, 그리고 앤시아뿐이면 어쩌냐며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데.’
그 세 사람이 열 명, 백 명 이상의 역할을 해 주고 있으니 상관없었다.
“그래, 만나서 축제 얘기도 같이 하면 되겠군.”
“축제요?”
“올해는……, 열릴 모양이다. 교황 성하께서 상태가 좀 호전되신 모양이지.”
켄드릭이 느릿하게 답했다.
지난 9년간, 축제는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수인 일족의 수장들은, 각 일족이 지니고 있는 성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혹여 9년간 누군가 성물을 잃어버리거나, 악용했으면 어쩌냐고 걱정한다고 들었다.
축제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성하의 건강 때문이라고 했지.’
교황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들려오던 이야기였지만,
9년 전, 교황의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는지 신전은 교황이 주도하던 행사들을 모두 취소했다.
그리고 교황은 신전 안에 틀어박혀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그렇게 칩거한 것이 벌써 9년째인데,
축제가 열린다구?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켄드릭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새 일족도 오나요?”
새 일족의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되어 나한테는 그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아서 라니에로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거기까지밖에 못 들었지.’
이후로 아서가 깨어났는지, 만약 깨어났다면 왜 아직 나를 찾지 않는 건지, 그리고.
혹시 깨어나지 못했다면 예정대로 게일이 후계를 이은 건지.
궁금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축제에 온다면 수장이 모습을 보여야 할 테니까.’
축제에 라니에로가 참석한다면, 지난 9년 동안 라니에로가 왜 그렇게 잠잠했는지, 그리고 왜 다른 일족들과의 소통을 단절했는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라니에로에 있던 시절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건 아직 잘 모르겠군. 축제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아아…….”
“또 취소될지도 모르지. 9년 전처럼.”
켄드릭이 담담하게 말했다. 9년 전에도 교황의 건강이 호전되어 축제가 열린다고 하고 취소된 적이 있었다.
그때 레오나가 굉장히 기대했었는데,
실망한 아이를 달래주느라 사자 저택의 사용인들이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
“그래도 이번엔 정말로 열 것 같던데. 성물의 안위를 살피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모양이더군.”
켄드릭이 말을 마친 뒤 발걸음을 옮겼다.
“가서 마저 식사해라. 나는 입맛이 없어서 이만.”
“네에, 들어가세요.”
나와 아르센은 다시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아르센이 나이프를 들고 고기를 썰며 말했다.
“축제라, 어릴 때 가보고 가본 적이 없어서.”
“그으러게, 이제 네가 수장 자리를 물려받으면 아버님이 하시던 일을 네가 해야 할 텐데. 많이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떡해? 이번에 꼭 열렸으면 좋겠다.”
“그러게, 그나저나……. 곧 네 생일이랬지?”
“응? 응.”
나는 방울토마토를 포크로 콕 찔러 입에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성년식 얘기를 할 때는 처음 들은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생일 얘기를 꺼내는 건 뭐람?
의아한 시선을 보냈지만, 아르센은 내 시선을 피하며 대꾸했다.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아버님이 진작에 다 사주셨지.”
“그래도 하나쯤은 있을 거 아니야.”
내 대답을 들은 아르센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나는 아르센의 말에 오물거리던 입을 잠시 멈추고 고민해보았다.
“으음…….”
갖고 싶은 거? 정말 없는데.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내가 이번 성년식이 끝나면 저택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리곤 입을 열었다.
“갖고 싶은 거……, 집?”
“……?”
아르센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나는 잽싸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아르센의 접시에 고기를 덜어 주었다.
“아니야, 마저 먹어. 천천히 생각해 볼게.”
역시 집은 무리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