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2화(132/187)
다음 날 오후.
“린시!”
사자 일족의 마차가 예크하르트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레온!”
나는 원피스 자락을 살짝 쥐고서, 종종걸음으로 레오나에게 뛰어갔다.
“레온, 잘 있었어?”
“그럼, 잘 있었지. 잠깐만.”
으쌰, 작은 기합 소리와 함께 레오나가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레오나는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릴 적에도 그렇게 드레스를 싫어하더니, 나이가 좀 찬 이후부터는 아예 외출복으로 바지만을 고수했다.
오늘도 레오나는 편한 베이지색 바지, 그리고 깔끔한 흰 셔츠 차림이었다.
“잘 있었어?”
레오나가 환하게 웃었다.
주근깨가 사랑스러운 열아홉의 소녀가,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나를 또렷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나로 묶은 주황색 곱슬머리는 날갯죽지 언저리에서 찰랑거렸고,
사자 일족의 후계자답게 나보다 키도 한 뼘이나 컸다.
나는 어느새 훌쩍 큰 내 친구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문득 레오나가 첫 털갈이를 하던 날이 떠올랐다.
레오나는 털갈이를 끝냈지만, 페르난도의 상징인 검은 털을 갖지 못했다.
나는 혹여 레오나가 의기소침해져 있을까 봐 걱정했다.
‘내가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레오나를 달래 주려고 했는데,
“옛날엔 나도 검은 사자가 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건 너무 칙칙하고 별로인 것 같더라구. 주황이 좋아. 안 그래? 밝아 보이잖아.”
레오나는 고작 열 살이었지만 의젓하고 씩씩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잘 아는 열 살 소녀였다.
레오나는 내 손을 꼭 잡고서 주위를 홱홱 둘러보았다.
“카인은? 설마 또 늦는 거야?”
“응, 조금 늦을 것 같다네. 먼저 들어가 있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레오나의 손을 잡고서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사용인들이 레오나를 보고 반가운 듯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인사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기대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르센이 보였다.
“야아, 너는 친구가 왔는데 인사도 안 하냐?”
레오나가 톡 쏘아붙였다.
아르센은 책 너머로 레오나를 힐긋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다시 책으로 옮겼다.
“어, 왔어?”
“아휴, 저걸 진짜.”
레오나가 한숨을 내쉬며 아르센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나는 레오나의 옆에 앉으려다가, 아르센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나저나 린시, 너 그 얘기 들었어? 이번엔 진짜 축제가 열릴 것 같다던데.”
“으응, 아버님이 말씀해 주셨지. 더 이상 성물의 안위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안 될 상황이라나 봐.”
“무슨 일이래. 그동안 내내 축제는 안 열었잖아. 우리 아빠도 이번에 축제가 열린다니까 영 떨떠름해하는 것 같던데.”
“라몬트 님이 떨떠름해하신다고? 왜?”
“나도 모르지. 근데 흐음, 몰래 듣기론 영토에 이것저것 복잡한 일이 많은가 봐.”
레오나가 포크로 딸기를 콕 찍어 입 안에 쏙 던져 넣으며 말했다.
“복잡한 일?”
“응, 나도 정확히는 모르구. 그나저나 축제가 열리면 좋겠다. 그치.”
“그러게, 근데 축제 열리면……, 라니에로도 올까?”
“라니에로? 우와, 새 일족 소식 안 들은 지 한참 돼서 잊고 있었는데.”
레오나가 라니에로라는 이름이 새삼스럽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마 오지 않을까? 성물의 안위를 확인하려고 여는 축제니까. 맞다, 린시. 나 들은 게 있는데.”
“응? 뭔데?”
“라니에로……의 가주가 깨어났다나 봐. 내내 쓰러져 있었잖아. 이거 비밀이야? 알았지? 쉿, 진짜 비밀이야. 나도 아빠 서재에 숨어들어서 몰래 들은 거란 말이야.”
아버지 서재에 아직도 숨어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레오나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라니에로의 가주……, 그으러니까 우리 아버지…… 말하는 거지?”
“응, 근데 게일한테 가주직을 넘겨주네 마네 하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 같더라고. 물론 확실하진 않아. 너도 알다시피 라니에로가 소통을 단절한 지 꽤 됐잖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 축제에는 수장으로 게일이 올 수도 있겠네.”
“응, 그렇겠지. 뭐, 상관없어. 게일보다는 당연히 내가 더 강할 테니까. 그리구 우리 오빠들이 더 강하겠지.”
레오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레오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자 일족의 이능은 복종, 라니에로의 이능은 치유였으므로.
레오나와 게일이 맞서 싸운다면 아무리 게일이 후계자고 레오나는 페르난도의 막내일 뿐이라고 해도 레오나가 이길 터였다.
그리고 아마.
‘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나가 샐쭉 웃었다.
그때,
“어?”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뱀 일족의 마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레온, 카인이 왔나 본데?”
“오라고 해.”
“야아, 너 그러면 카인 또 삐져가지고 집에 갈지도 모른다?”
“아우, 쫌생이 같으니라고.”
레오나가 투덜대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르센은 여전히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아르센, 넌 안 가?”
“뭐 하러 마중까지 가. 걔가 애도 아니고 알아서 오겠지.”
아르센이 매정하게 대꾸했다.
“너 친구한테 그러면 안 된다니까?”
“넌 그 얘기를 지금 벌써 12년째 하고 있어, 린시.”
아르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사이에서 가만히 듣던 레오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소린 네가 12년 동안 한결같이 친구 보기를 돌 보듯이 했단 소리네?”
“어휴 얘들아. 싸우지 마.”
나는 사이에 껴서 레오나와 아르센의 말다툼을 중재했다.
레오나와 아르센은 어째 일곱 살, 꼬꼬마 시절을 지나 열아홉이 되었는데도 한결같이 얼굴만 보면 으르렁거렸다.
그러는 동안.
똑똑.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셋은 동시에 문 쪽을 돌아보았다.
“손님이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고 말이야.”
카인이 투덜대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카인 헤제스.
카인은 여전히 손에 검은색 장갑을 끼고 있었고, 이제는 아르센과 키가 똑같았다.
뱀 일족답게 첫 허물을 벗은 이후, 동공 또한 가늘게 변했다.
죽 찢어진 눈, 세로로 가느다란 동공이 나와 아르센, 그리고 레오나를 천천히 훑었다.
“잘 지냈어, 카인?”
“응, 아마도.”
카인이 여상하게 대꾸한 뒤 아르센의 옆에 털썩 앉았다.
전에는 저 소파에 네 명도 거뜬히 앉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르센과 카인 고작 둘만 앉아도 소파가 가득 찼다.
“맞다. 카인, 너 무슨 얘기 들은 거 없어?”
나는 카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곧장 물었다.
혹시 자일스 꽃에 관한 얘기를 들은 게 없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는 후계자인 오빠가 따로 있으니 모를 수도 있지만,
‘카인은 후계자니까. 뱀 일족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당연히 알고 있지 않을까?’
일전에 물어봤을 땐 모른다고 했지만,
어쩌면 새로 들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얘기? 무슨 얘기?”
카인이 낯을 구기며 되물었다.
“자일스 꽃 관련해서 말이야. 들은 거 없어? 아버님은 자꾸 잘 해결되고 있다고만 말씀해 주셔서.”
“자일스 꽃? 나도 딱히 들은 건……. 아.”
카인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저번에 켄드릭 님께서 오셨을 때 아버지랑 자일스 꽃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시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뭐라더라……, 하여간에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일족들을 치료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어.”
“……치료한다구? 그게 가능해?”
“나도 모르지. 나도 대충 들은 거라……. 애초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나는 몰라. 이 얘기도 금방 쫓겨나서 못 들었어.”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자일스 꽃에 중독된 수인들을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고?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면, 아버님은 왜 내게 알려주지 않으신 거지?
머릿속에서 자꾸 의문만 커져 갔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옆에서 카인과 레오나, 그리고 아르센이 투닥이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치료제……, 치료제를 만든 건가?’
그렇다면 어제, 이지를 잃은 수인이 마차를 습격했을 때 켄드릭이 크게 놀라지 않았던 것도 이해가 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린시?”
“……?”
“린시, 어디 가려고?”
레오나와 카인, 아르센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헤른 선생님한테 잠시 다녀올게. 그러니까 여기서 쉬고 있어? 금방 올게. 알았지?”
“갑자기?”
카인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응, 드릴 말씀이 있어서.”
나는 세 사람을 방 안에 남겨두고 헤른 선생님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