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3화(133/187)
“선생님, 헤른 선생님!”
나는 힘차게 헤른 선생님의 방 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헤른 선생님이 문을 벌컥 열었다.
“……아가씨? 여기는 어쩐 일로.”
“지금 바쁘세요? 여쭤볼 게 있어요.”
“갑자기요?”
헤른 선생님은 조금 당황한 듯한 낯이었다.
“네에, 들어가도 될까요?”
그는 내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방 안을 살폈다.
그리고 위험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나를 방 안에 들여보내 주었다.
“그럼 여기 앉아 계세요. 차를 좀 내오겠습니다.”
“아아니요, 차는 괜찮아요. 금방 다시 올라갈 거라서요.”
“그러십니까? 그럼 물어보신다는 게…….”
나는 헤른 선생님을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박또박 물었다.
“자일스 꽃에 치료제가 있나요?”
“예?”
“아버님과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지를 잃은 수인이 마차를 습격했어요. 자일스 꽃에 중독된 것 같았구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네, 근데 아버님께선 제 치료가 필요 없다고 하셔서요.”
나는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설마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전부 죽였을 리는 없고.”
나는 말을 마치며 헤른 선생님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헤른 선생님은 약간 곤란한 듯한 낯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치료제를 만드신 건가 해서요.”
잠시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헤른 선생님이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자일스 꽃 치료제는……, 아직은 없습니다. 다만 효과를 약화시키는, 것을 만들 수는 있어요. 온전하진 못하지만…….”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나는 헤른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게 있다면……, 왜 미리 말씀해주지 않으신 걸까요? 그럼 저도 안심했을 텐데. 게다가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면, 전처럼 자일스 꽃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그게 다 사정이 있습니다. 저도 이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사실 이것도 발설하면 안 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뜻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
“켄드릭 님께선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죽이지 않으십니다. 그 점은 염려하지 마세요. 아마 습격했다는 그 수인도……, 가주님께서 잘 해결하셨을 겁니다.”
헤른 선생님이 나를 달랬다.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다만 가주님껜 비밀입니다. 아가씨껜 어디까지 말씀드려도 되는지 잘 몰라서…….”
“다 말씀해 주셔도!”
“그건 제가 안 되고요.”
헤른 선생님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쳇, 안 넘어오네.
나는 머쓱하게 웃어 보인 뒤, 이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궁금하신 건 끝나셨습니까?”
“네, 중독된 수인들을 죽이지 않으신다는 것만 알면 됐어요. 아깐 아버님께서 옷에 피를 잔뜩 묻히고 돌아오셔서…… 놀랐지 뭐예요.”
“피를요? 놀라실 법도 했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수인이 죽지 않았다니 다행이에요. 나머지는 아버님께서 언젠간 말씀해 주시겠죠.”
켄드릭은 내게 거짓말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와 상의한 후에 결정할 정도로 우리를 배려하는 사람이었고,
또 신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장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헤른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서 쉬십시오, 아가씨. 그러고 보니 저택에 레오나 님과 카인 님께서 놀러 오셨다지요? 두 분도 어느새 그렇게 커선…….”
“네, 만나실래요?”
나는 헤른 선생님을 홱 돌아보며 말했다.
“아이고, 됐습니다. 의사는 되도록 안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헤른 선생님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정말 가 볼게요!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아가씨.”
나는 헤른 선생님의 방을 나와, 곧장 나와 아르센의 방으로 달려갔다.
***
“린시!”
레오나가 벌떡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익숙하게 레오나의 손을 잡고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어디 다녀왔어?”
“헤른 선생님한테.”
“헤른 선생님? 갑자기?”
“으응, 물어볼 게 좀 생겨서.”
그런데 그때.
펑-!
갑자기 익숙한 폭발음이 들리고, 방 안이 총천연색의 연기로 가득 찼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어느샌가 내 시야가 한참 낮아져 있었다. 나는 빠르게 내 몸을 살폈다.
‘수인화잖아?’
“삐이이!”
붉은 털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어릴 때, 일곱 살 때를 제외하고는 수인화를 뜻대로 조절하지 못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당황스러워 눈만 깜빡거리고 있던 그때,
“삐이이!!”
누군가 내 꼬리를 콱 밟았다.
뭐야, 뭐야!
나는 깜짝 놀라 펄쩍 뛰고는, 꼬리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크릉!”
내 꼬리를 밟은 것은 아니나 다를까, 레오나였다.
주황색 털을 가진 사자가 잔뜩 당황한 채로 서둘러 앞발을 뗐다.
“삐이이, 삐!”
나는 레오나를 타박하며 수인화를 풀려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그런데.
‘아오, 또 안 풀리네.’
마치 일곱 살 때처럼, 수인화가 또 제멋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레오나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거대한 주황빛 사자가, 두 눈만 끔뻑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 둘이 수인화가 된 거지?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아르센과 카인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
“……?”
아르센과 카인 역시 수인화되어 있었다.
거대한 검은 뱀과 잿빛의 늑대가 우뚝 굳은 채 우리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서둘러 켄드릭 님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펑-!
카인이 수인화를 푸는 데 성공했다.
소파 위에 길게 늘어져 있던 검은 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흑발의 소년이 나타났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 너희도 어서 풀어 봐.”
카인이 재촉하듯 아르센을 툭 밀었다.
아르센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앞발로 바닥을 툭툭 쳤다.
그러자.
펑-!
아르센의 수인화가 풀리고, 나와 레오나는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다음 수인화를 푼 것은 레오나였다.
주황빛 거대한 사자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주황빛 머리카락을 가진 말괄량이 소녀가 자리에 나타났다.
“린시, 일단 풀어 봐. 지금은 풀리는 것 같으니까…….”
“삐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제자리에서 두 발로 콩콩 뛰었다.
그러자.
펑-!
가장 소란한 폭발음이 들리고, 이내 수인화가 풀렸다.
나는 손가락을 세워 빗 모양으로 만든 뒤에,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슥슥 빗어 내렸다.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중얼거리며 머리카락을 매만지자, 레오나가 옆에서 머리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레온, 너 이능 쓴 거 아니야?”
카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날카로운 투로 물었다.
확실히 사자 일족의 이능인 복종이라면, 우리를 동시에 수인화시킬 수 있긴 했다.
“이능이겠어? 쟤도 수인화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봤잖아.”
아르센이 한심하다는 듯 카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맞아, 나도 수인화됐다고. 게다가 아무리 내 이능이 복종이라고 해도, 너희를 전부 수인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아. 그건 우리 오빠도 못 할걸? 아빠 정도면 모를까…….”
레오나가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나도 레오나의 말에 동의했다.
아르센과 카인은 늑대 일족과 뱀 일족의 후계자였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 이능이 새 일족 가운데서 손꼽힐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우리 셋을, 레오나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수인화시킬 수는 없었을 터였다.
그럼 도대체 뭐지?
우리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일단 아버님을 모셔와야 하지 않을까?”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갑자기 덩치 큰 동물들이 방 안에 우르르 나타났던 탓에 방은 잔뜩 엉망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내 머리와 레오나의 머리는 부스스했고.
아르센과 카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르센은 엉망이 된 방 꼴을 훑어본 뒤,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야지. 이상한 일이니까.”
“근데 우리만, 우리만 수인화된 걸까?”
그때 레오나가 입을 열었다.
“아니, 갑자기 수인화됐잖아. 그럼 우리 말고 저택의 다른 사람들도 수인화됐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를테면……, 켄드릭 님이라든지?”
우리는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켄드릭에게 가기 위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
“……뭐라고?”
그리고 켄드릭은 다행히 수인화된 것 같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