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4화(134/187)
“갑자기 수인화가 됐다고?”
켄드릭이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요. 맞지?”
다른 아이들을 홱 돌아보며 말하자, 아르센과 레오나 그리고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린시가 잠깐 나갔다 온 뒤에 바로 그렇게 됐어요.”
“맞아, 동시에 수인화가 됐어요.”
카인이 레오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동시에 수인화가 됐다고? 레온 너……, 아니다.”
“아저씨도 차암. 저도 수인화가 됐다니까요.”
켄드릭이 레오나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레오나가 눈을 세모꼴로 뜨고 대답했다.
하지만 켄드릭이 레오나를 의심할 만도 했다.
레오나는 열 살 무렵, 이능을 사용하여 카인을 수인화시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카인이 레오나보다 성장이 좀 늦어서 레오나가 카인보다 강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고.’
아마 지금은 안 될 거다.
켄드릭은 일단 다른 사람들도 같은 현상을 겪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켄드릭이 내 몸 상태부터 살피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픈 곳은 없어요. 아……, 꼬리가 아픈데, 그건 괜찮아요.”
아까 갑자기 수인화되면서 레오나가 내 꼬리를 실수로 밟은 탓이었다.
내 말을 들은 레오나가 머쓱하다는 듯이 웃었다.
“너희도?”
“네.”
“아마도? 안 아프지?”
“어, 안 아파.”
차례대로 아르센과 레오나 그리고 카인이었다.
“일단 몸에 문제는 없어 보이니 다행이긴 한데, 일단은 알아보마. 혹시…….”
켄드릭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말을 늘였다.
나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아니다. 일단 돌아가 있거라.”
켄드릭은 몸에 문제가 생기면 곧장 이야기하라며 우리를 내보냈다.
그런데,
나는 켄드릭의 방에서 나왔을 때 시야가 잠시 까매지는 것을 느꼈다.
‘응?’
아르센과 레오나 그리고 카인의 얼굴 위로 무언가 까만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이게 뭐지?’
눈을 문지르고 다시 쳐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린시, 왜 그래?”
아르센이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응? 아냐. 잘못 봤나 봐.”
어릴 적, 검은 후드를 쓴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보였던 검은 기운 같은 것들과 비슷해 보였는데.
‘금방 사라져서 잘 모르겠네.’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 탓에,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조차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었다.
잘못 봤을 수도 있으니까.
가끔 햇빛을 오래 보고 벽지를 쳐다보면 시야가 까맣게 번지고는 하는데,
그냥 단순히 그런 현상일 수도 있어서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켄드릭은 저택의 사용인들을 불러 우리가 수인화되었다고 한 시간에 그들도 같은 일을 겪었는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저택 안에, 갑자기 수인화가 되었던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딱 우리 넷만 수인화가 됐다고?”
“그럴 수가 있나……, 역시 레온이.”
아르센의 말에, 레오나가 곧장 으르렁거렸다.
“아니라니까, 이 멍청아. 내가 했으면 나까지 변했겠어? 게다가 너흰 내 힘으로 수인화 못 시킨다고.”
아르센과 레오나가 금방이라도 싸울 듯이 으르렁거리는 것을 말린 카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켄드릭 님이 아까 뭔가 말하려다가 마셨잖아.”
“응, 그랬지.”
“뭔가 알고 계시는 거 아닐까?”
“그런 것 같긴 한데……, 요즘은 우리한테 말씀 안 해주시는 게 너무 많아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니 그걸 알고 싶다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짐작 가는 게 있는데, 우리한테 말씀 안 해주신 거면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도 있단 얘기지.”
카인이 진지한 낯으로 말했다.
“그런가?”
단순한 레오나는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축제 생각이나 좀 하자. 다들 축제 가야 하니까.”
카인이 머리를 탈탈 털며 말을 이었다.
“아, 제발. 축제 때 드레스 입으라고 하면 난 축제 안 갈 거야.”
“네가 축제를 안 간다고?”
아르센이 콧방귀를 뀌었다. 레오나가 금세 또 아르센을 노려보았다.
“어, 저번에 연회 때 드레스 입으라고 해서 얼마나 열 받았는지 알아? 결국 바지 입긴 했지만…… 아우, 축제 땐 또 드레스 입으라고 뭐라고 할 텐데.”
“그냥 바지 입어. 내가 볼 땐……, 라몬트 님도 이제 너한테 드레스를 입히겠다는 생각은 거의 접으셨을 거야.”
나는 레오나의 등을 토닥이며 레오나를 응원해 주었다.
“넌? 너는 뭐 입을 건데?”
“나는……, 아르센이랑 맞춰 입겠지?”
“하긴, 너희는 부부니까.”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아르센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린시, 너 성년이 되면 이혼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때, 레오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응?”
“아니 너 곧 생일이잖아. 그러면 이제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르센이랑 이혼할지, 아니면 유지할지.”
“그러네, 린시 생일이 머지않았군.”
레오나가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아르센이랑 이혼하면 우리 집에서 살아도 돼. 내가 일곱 살 때 한 말 아직도 유효하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레오나 페르난도.”
아르센이 심기 불편한 티를 내며 레오나의 손을 탁 쳐내고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무슨, 벌써부터 해?”
“뭐가 벌써야? 얘 생일 얼마 안 남았잖아. 있어보자, 축제를 두 달 뒤에 한다고 치면……. 축제 끝나자마자 린시 생일 아니야? 맞지, 카인?”
“맞네, 축제 때는 부부로 참석해야겠다.”
카인이 건조하게 대꾸했다.
이상하게 내 손을 잡은 아르센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응?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아르센의 손을 문질문질 해 주고는, 손을 슬쩍 빼려고 했다.
“응, 아마도 축제 때까진 그렇겠지. 축제가 정말로 열린다면…….”
나는 눈을 깜빡였다.
요새 계속 아르센과 이혼하는 것을 생각했더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르센이랑 이혼하면 어디서 살아야 하지?’
흐음.
옛날에, 저택을 떠날 때 가져가려고 모아둔 보석 단추가 있었는데.
늑대 저택에서 예쁨받으면서 크는 동안 이혼 관련된 생각은 싹 잊어버려 단추가 어디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늑대 영토는 아무래도 이혼했으니까 좀 곤란하고……, 새 영토도 곤란한데. 차라리 사슴이나…….’
레오나의 말대로 정말 사자 영토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물론 나는 아르센과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아르센은 짝을 만나야지.’
늑대는 일생에 딱 한 명만의 반려를 둔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반려 선택은 신중해야 했다.
일곱 살 때, 아르센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혼한 내가 아르센의 반려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내가 계속 아르센의 반려로 지낼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대대로 일족의 수장은 같은 일족과 결혼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그건 규칙이나 규율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니지.
‘규칙은 맞지. 암묵적인 규칙이니까.’
각 일족의 수장은 같은 일족과 결혼하여 그 일족의 대를 잇는 것이 전통이었으므로.
그러니 나와 아르센이 조혼했을 때, 늑대 일족이 나를 반가워하지 않을 만도 했다.
하나뿐인 수장 가문의 후계자가 새 일족을 반려로 삼다니.
그나마 조혼이었으니 그 정도로 넘어간 거지.
‘아마 정말 결혼한다고 하면 반대가 심할 거야.’
나를 예뻐하는 예크하르트의 원로원 역시도 이번엔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아르센과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혼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나는 아르센을 힐긋 올려다보았다.
‘이제 병도 거의 다 나았고.’
아르센은 훌륭한 후계자로 성장했으므로, 내가 그의 곁에 설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아르센이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르센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내 귀에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나는 너랑 이혼 안 해.”
“응?”
“그냥 그렇게 알아만 두라고.”
그렇게 얘기하는 아르센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부드럽게 휘었다.
레오나와 카인은 축제 얘기만 내내 하다가 저택으로 돌아갔다.
나는 레오나와 카인이 돌아간 뒤, 씻고 잠자리에 들려고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힐긋, 옆을 바라보자.
옆자리에 아르센이 등을 보인 채로 누워 있었다.
“아-르센.”
나는 아르센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아르센을 올려다보았다.
“왜.”
“나랑 이혼 안 한다고?”
“넌 나랑 이혼할 생각이었어?”
질문한 것은 난데, 외려 아르센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아니, 으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다음부턴 너무 솔직하게 말하지 마.”
나는 아르센의 말에 기어이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솔직하게 말 안 할게. 근데 아르센. 너는 이제 나 없어도 되지 않아?”
“……뭐?”
아르센이 느리게 뒤를 돌아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달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