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5화(135/187)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해.”
아르센이 짜증스러운 낯으로 말하며 몸을 반쯤 일으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니, 그게. 그렇잖아. 늑대는 평생에 한 명의 반려만 둔다며. 게다가 너는 수장 가문이니까 당연히 늑대 일족이랑 결혼해야 할 거고…….”
아르센의 반응에 당황해서 말이 자꾸만 횡설수설 나갔다.
그가 나를 한참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튼? 너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까.”
나는 아르센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그러니까 해본 말이지. 사실 레오나랑 카인 말이 맞아. 이제 슬슬 결정할 때가 됐고…….”
“린시.”
아르센이 나를 또렷하게 보았다.
“응?”
“나는 결정했어.”
“……뭐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우리 사이에는 한참 동안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나는 결정했어. 그러니까 너만 결정하면 돼. 물론 나는 어릴 때부터 너를 좋아하고, 이해하니까, 네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
“나는 단 한 번도 너랑 떨어지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어, 린시. 그러니.”
달빛에 비친 아르센의 잿빛 머리카락이 반짝거렸다.
아르센이 느릿하게 내 손을 잡고서 입가 근처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톡.
손등에 입을 맞췄다.
“네가 나랑 같은 결정을 했으면 좋겠어.”
어둠 속에서 푸른 벽안이 날카롭게 빛났다.
명령 같은 부탁이었다.
나는 당황해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괜히 입만 벙긋거렸다.
아르센은 말을 마친 뒤, 이제 그만 자자며 나를 끌어당겨 눕혔다.
나는 이불을 폭 뒤집어쓴 채 아르센의 품에서 눈만 깜빡거렸다.
‘뭐지?’
같은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떨어지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다니?
아르센은 나와의 결혼을 유지하고 싶은 걸까.
물론 나도 아르센과 이대로 쭉 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번에 결정하면 정말로 되돌리지 못할 텐데.’
후에 아르센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이혼해줄 수 없을 터였다.
신 앞에서 한 맹세란 그런 거니까.
더군다나 아르센은 늑대 일족의 수장이 될 예크하르트의 후계자였다.
평생에 반려를 단 한 명만 둔다는 ‘그’ 늑대 일족 말이다.
그러니 수장이 반려와 이혼한다는 것은 일족 자체에 큰 수치가 되므로.
아르센은 나와 이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아르센은 꼭…….
‘나랑 계속 부부로 남고 싶은 것처럼 굴잖아.’
나는 손가락을 세어 가며, 아르센이 나와의 이혼 얘기를 몇 번이나 피했는지 셈해 보았다.
아마 열 번도 넘을 것이다.
아르센은 내가 이혼 얘기만 꺼내면 피하거나,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말을 돌렸다.
마치 이혼은 생각도 하기 싫다는 것처럼 말이다.
나랑 이혼하기 싫어서 그랬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했다.
‘왜 볼이 홧홧하지?’
나는 손등으로 내 뺨을 톡톡 건드려 보았다.
아르센의 입술이 닿았던 손등도, 그리고 양 뺨도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마 지금이 낮이었다면, 불그스름하게 물든 얼굴을 아르센에게 들켰을지도 몰랐다.
얼굴이 머리 색과 꼭 같은 붉은색으로 물들었을 것만 같은 기분.
나는 아르센의 낯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애써 잠든 척하는 건지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굳이 아는 체하지 않았다.
***
드디어 올해 축제를 열기로 확정되었다.
대신관의 건강 상태와 별개로 더 이상 성물의 안위를 확인하는 일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새 일족까지 포함하여 축복받은 아홉 일족이 참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고,
축복받지 못한 일족들 역시 축제에 참가하겠다고 전해 왔다.
나와 아르센은 일곱 살 때, 축제에 참여했을 때처럼 서로의 눈 색으로 장신구를 맞췄다.
아르센은 연둣빛 에메랄드가 박힌 크라바트를,
나는 푸른색의 리본과 브로치를 달기로 되어 있었다.
레오나는 이번 축제에서도 바지를 입기로 했다며 편지를 보내 왔다.
아마 라몬트가 레오나와의 기 싸움에서 진 모양이었다.
다들 오래간만에 열리는 축제에 한껏 들뜬 것이 확연히 보였다.
켄드릭은 축제 기간 동안은 다말에 갈 수 없다며, 나와 아르센을 데리고 다말에 자주 들락거렸다.
나는 켄드릭의 부탁대로, 다말의 꽃과 잔디 그리고 나뭇잎들을 매번 한 움큼 따 켄드릭에게 가져다주었다.
‘축제라니, 신기하다.’
그리고 아마 예정대로라면.
이번 축제는 내가 예크하르트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축제가 될 터였다.
생애 축제가 단 두 번뿐인데,
예크하르트에 온 해에 첫 축제를 맞이하고, 떠나는 해에 두 번째 축제를 맞이한다니.
기분이 묘했다.
켄드릭은 혹여 축제에서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하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오랜만의 축제에, 후계자 부부를 데려가지 않을 수는 없었으므로.
“조심, 또 조심해라. 새 일족이 참가 의사를 밝혔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
나와 아르센에게 꼼꼼히 주의를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네, 아버님. 걱정 마세요! 저도 이제 곧 성년인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언제까지 애 취급을.”
아르센이 맞장구를 쳤다.
“네가 수장 자리를 받기 전까지다. 싫으면 물려받아.”
켄드릭의 단호한 말에 아르센이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켄드릭은 한참 말을 고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곧 네 성인식이니, 네게 접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린시.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무조건 자리를 피해. 호위기사들이 널 지킬 거다.”
“네에.”
새 일족은 그간 다른 일족과 소통과 교류를 일절 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곧 성년이 되니까…….’
다른 새 일족들은 나를 다시 받아들이길 원치 않을 게 분명했다.
붉은 털은 새 일족에게 저주의 상징이었으므로.
다만, 정말로.
‘정말 레온의 말대로 아버지가 깨어났다면.’
아버지는 다른 새 일족들과 다르게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내 이능이 강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전생처럼 나를 가둬놓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성년이 되면.
예크하르트의 보호가 끝난다.
그러니 아마 지금이 나와 접촉하기엔 최적의 기회일 터였다.
나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하겠다고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 준비에 예크하르트 저택이 분주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잡힌 축제인데, 즐길 만한 게 있을까?’
보통 공연이나, 가게 같은 것은 일 년 동안 축제 하루를 위해 준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축제가 갑자기 잡혀서…….
내가 궁금해하자, 베티가 웃으며 답했다.
“그간 축제는 안 열렸지만, 다들 올해는 축제가 열릴 거라고 생각하고 매년 준비했거든요. 그러니 올해도 다들 준비했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구나…….”
“아무튼 아가씨, 조심 또 조심하시는 거예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시는 거니 위험한 사람이 접근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어딜 가든 호위기사님들은 꼭 데리고 다니시구요.”
“응, 베티. 걱정하지 말라니까.”
“아휴, 우리 아가씨는 이렇게 크셨는데도 어찌나 아기 같으신지.”
그녀가 푸근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솔직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르센도 있고, 켄드릭 님도 계시고.’
그리고 호위기사들도 있을 테니까. 아마 인파 많은 곳에서는, 나한테 해코지하려고 드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그러나,
‘……검은 후드가 또 나타날까?’
그런 생각을 하면 살짝 걱정이 되었다.
물론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서는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되었다.
그때도 이미 금제까지 사용하던 사람들인데.
조용하다는 것은 물밑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뜻일지도 몰라서.
그러나.
“괜찮겠지.”
나는 고개를 털고 양 뺨을 톡톡 쳤다.
아르센도 강했고, 내 이능도 강했으니 혹시나 누군가 나를 공격한다면 얌전히 당해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축제 전날.
“아가씨, 내일 아침 일찍 제2저택으로 출발해야 하니까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베티가 내 짐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그럴게. 베티도 같이 가지?”
“물론이죠. 아마 사용인들 대부분이 같이 갈 거예요.”
베티에게 전해 듣기로, 이번에는 켄드릭이 저택 보안을 더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축제 때 ‘그 사건’ 때문인 듯했다.
“어어, 근데 아르센은?”
나는 텅 비어버린 옆자리를 바라보며 베티에게 물었다.
“도련님은 잠시 가주님을 뵈러 가셨어요. 아마 곧 오시지 않을까요?”
“그래?”
나는 텅 빈 침대를 물끄러미 보다가, 침대에서 스르륵 내려왔다.
“어디 가세요, 아가씨?”
“아르센 데리러!”
얇은 잠옷 원피스 차림이었기 때문에, 베티는 내게 카디건을 입혀 주었다.
“아직 밤바람이 쌀쌀하니까요. 가주님과 도련님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으면 금방 돌아오세요. 오늘은 일찍 주무셔야 해요.”
“알았다니까, 베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켄드릭의 집무실로 향했다.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따라 죽 내려가 조금 걷자, 금방 켄드릭의 집무실이 나왔다.
축제 전날이라고 하니까 왠지 일곱 살 때가 생각나서 자꾸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래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쾅!
집무실에서 나오는 아르센과 부딪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