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3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36화(136/187)
“아야!”
“……린시?”
아르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뭐 해?”
“네가 안 오길래 데리러 온 거지.”
“금방 갈 텐데, 뭘. 그냥 자기 싫어서 나온 거 아니야?”
“내가 아직도 일곱 살 어린애인 줄 알아?”
아르센을 째릿, 째려보자 아르센이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왔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돼. 들었어?”
“당연히 들었지. 내가 너인 줄 알아?”
나는 아르센과 투닥거리며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올라 방으로 돌아왔다.
베티는 어느새 침대를 정리해 주고 나갔는지 방에 없었다.
아르센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곤, 손을 몇 번 휘저었다.
그러자.
파아앗-!
아르센의 손끝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뭉치더니, 거대한 그림자 늑대가 펑! 나타났다.
“으앗!”
갑작스러운 이능 사용에 놀라 살짝 눈을 찡그리자.
“…….”
그림자 늑대가 당황했는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이내.
펑-!
훨씬 더 조그만 모습으로 변해 내 앞에 엎드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갑자기 얘는 왜 꺼냈어?”
나는 쪼그리고 앉아 그림자 늑대의 배를 복복 긁어주며 말했다.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축제 기간 내내 너랑 있을 거야.”
“응?”
“축제 기간 동안 너한테 붙여 놓을 거라고.”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림자 늑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스르륵-.
내 그림자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어어?”
그림자가 약간 커져서 꿈틀거렸다. 내가 당황해서 발을 구르자, 그림자 늑대가 장난치듯 그림자의 모양을 이리저리 바꾸었다.
“나한테 붙여 놓는다고? 그럼 너는?”
“내가 필요할 땐 바로바로 부를 수 있으니까 괜찮아.”
아르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축제에 새 일족이 참가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새 일족이 말 걸면 대꾸도 하지 마. 알겠어? 아니, 그냥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린시.”
“응, 알았어. 걱정돼서 그래?”
“넌 무슨 그런 걸 물어봐?…… 당연하지.”
아르센이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내 부인이잖아.”
“응? 응, 그렇지.”
“그러니까 새 일족 말고 또 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각별히 조심해야지. 아버지께서 네게 그림자 기사단을 붙여 두겠다고 하시긴 했지만…….”
“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림자 기사단보다는 내 이능이 더 강해.”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를 가리켰다.
내 그림자 안에 숨어 있던 늑대는, 일렁거리다가 이내 그림자 밖으로 스르륵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르센의 말에 동의하듯 꼬리를 흔들었다.
“솔직히 안 가고 싶었는데, 안 갈 수도 없고.”
“그렇지, 너는 후계자고……, 나는 후계자의 부인이잖아.”
“그러니까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올 거야. 물론 내가 너랑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혹여 떨어지게 되더라도 얘가 너를 지켜줄 거고.”
아르센이 말하며 목덜미 부근을 손으로 긁적였다.
그런데.
“어?”
나는 아르센의 어깨를 잡았다.
“왜 그래?”
아르센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아르센의 셔츠 부분을 잡아당겨 옷자락 안의 살갗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르센……. 너, 너 반점이 좀 진해진 것 같은데?”
나는 당황해서 더듬더듬 말했다.
아르센이 그 말에 낯을 구겼다.
“뭐라고?”
“반점이 좀 진해졌어. 이상하다, 열 살 이후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헤른 선생님한테 당장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헤른 선생님 지금 저택에 없으시잖아. 어디 봐.”
나는 손거울을 가져다가 아르센의 어깨를 비춰 주었다.
확실히 아르센의 피부에 있던 반점이 조금 진해진 것이 보였다.
“진해졌다고? 난 잘 모르겠는데.”
“아니야! 확실히 진해졌단 말이야. 헤른 선생님께…….”
“밤이라서 잘못 봤을 수도 있지. 어둡잖아. 일단은 내일 다시 보고 오늘은 이만 자자.”
아르센이 손가락을 내저었다.
그러자 그림자 늑대가 스르륵-, 소리 없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치만!”
“어차피 내일 헤른 선생님 뵈어야 하니까. 그때 같이 말씀드리면 되지. 그거 외에 별다른 증상은 없어. 나 아파 보여?”
“아니.”
“그럼 됐지. 한동안 안 아팠잖아. 거의 다 나았다고 했고.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아르센이 제법 어른스럽게 나를 달래주며 침대에 누웠다.
나는 영 찝찝한 표정으로 아르센의 어깨를 보다가, 이내 누웠다.
***
“아가씨! 햇빛이 강해요. 모자 쓰셔야지요!”
“응? 응, 알았어.”
사용인들이 분주했다.
베티는 내가 드레스를 입는 것을 도와주고, 머리에 모자를 씌워 주었다.
천을 턱 밑으로 내려 잘 매어 주고는, 손수건도 챙겨 주었다.
“마차 타고 먼저 가 계시면, 저희도 금방 뒤따라갈게요.”
“응, 알았어.”
나는 베티에게 대답하며, 눈으로는 아르센을 찾았다.
아르센이 보이지 않았다.
‘또 늦장 부리는 건가?’
그때, 아르센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르센, 너 반점은?”
“지금은 괜찮던데?”
아르센이 셔츠 단추를 풀려다가, 베티와 하녀들을 보고 잠시 멈췄다.
그러더니 이내 나가라는 듯 턱짓했다.
하녀들은 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마지막으로 도와주곤, 익숙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응, 이리 와 봐.”
아르센은 셔츠 단추를 투둑, 익숙하게 풀고는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무릎을 굽혀 주었다.
나는 아르센의 셔츠를 벗기고 어젯밤, 반점이 진해졌던 어깨 부근을 확인했다.
“진짜네……. 오늘은 또 흐릿해.”
“네가 잘못 본 거 아니야, 린시?”
“아니야, 어제는 정말로 선명했다고.”
나는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내가 잘못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제 보았을 때는 분명히 어깨의 반점이 선명했다.
“알았어, 어쨌든 지금은 흐릿하니까 된 거지.”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셔츠 단추를 다시 잠갔다.
“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헤른 선생님한텐 말씀드려야 해?”
“알았어. 어차피 선생님도 같이 가실 테니까.”
아르센이 나가 있던 하녀들을 다시 불렀다.
하녀들은 내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 주었다.
우리는 준비가 끝난 뒤, 손을 잡고서 같이 마차를 타러 나갔다.
“잘 다녀오십시오, 아가씨.”
“에단은 같이 안 가나요?”
“네, 저는 이번엔 저택을 지키기로 했답니다. 제2저택의 집사가 아가씨를 잘 보필할 겁니다.”
에단이 외알 안경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조심, 또 조심하십시오.”
사용인들이 일렬로 선 채로 나와 아르센을 배웅했다.
켄드릭은 들를 곳이 있어 그곳에 다녀온 뒤 제2저택으로 가겠다며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기 때문에.
나와 아르센만 이동하면 되었다.
예크하르트의 문장이 박힌 거대한 마차, 그 뒤에 수십 명의 호위기사들이 우뚝 서 있었다.
나는 호위기사들을 보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아르센에게 속삭였다.
“호위가 엄청 많은데?”
“축제날엔 더 많을걸.”
아르센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내가 마차에 올라탈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었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잡고서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문이 느리게 닫히고, 이내 마차가 출발했다.
“게일이 수장 자리를 물려받았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제 알게 되겠지. 새 일족에 관해서는 지난 9년간 들은 게 없으니…….”
“사실 소식이 궁금한 애가 있어.”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슈빌 라니에로.
이제는 발음하는 것조차 어색한 내 이복동생.
그 애는 어떻게 됐을까?
슈빌의 이능은 타인의 생명력을 앗아 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있는 이능이란 소리다.
그런 아이를 라니에로에서 과연 가만히 뒀을까?
사실 지난 세월 동안, 슈빌에 대해서 종종 궁금해했다.
라니에로의 소식이 완전히 막히니, 슈빌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때는 슈빌도 같이 데리고 나올 걸, 후회하던 때가 있었다.
‘라니에로에서 분명히 그 애의 이능을 악용했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든 악용했을 터였다.
전생에도 슈빌을 이용하여 아르센을 죽였던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슈빌을 데리고 나오는 것은, 일곱 살의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몸 하나 빠져나와 건사하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았던가.
“누군데?”
“슈빌이라고, 내 이복동생.”
슈빌을 좋아해서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라니에로의 일원들을 전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무시받고, 방치당할 때 모두들 나를 방관했으니까. 그러나 슈빌은.
‘걔는 너무 어려서…….’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도, 그리고 전생에 죽임당했을 때도 슈빌은 너무 어렸다.
그래서 슈빌은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미워하지도 않았다.
가여워하는 것에 가까웠다.
아무튼.
‘슈빌이 살아있을까?’
전생에 억울하게 죽임당했으니, 어쩌면 이번 생에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이번 축제에서, 슈빌의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나는 중얼거렸다.
슈빌과 이런 식으로 재회하기를 원한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