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4화(14/187)
아르센의 옆에 서 있던 에단이 조마조마한 낯으로 물었다.
“상태가 좋아졌네요. 갑자기 증상이 완화되었어요. 이능의 흐름도 안정적입니다.”
“삐잇!”
다행이다.
나는 헤른 선생님의 말을 듣고 크게 안도했다.
내 쓸모를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안도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에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노집사는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마 아가씨의 이능 덕분일 겁니다.”
에단이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나는 에단의 손 위에서 헤른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다.
온화한 고동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라니에로에서 오신 아기새 아가씨입니다. 이능을 사용하셔서 도련님을 치료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문간에 서 있던 하녀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봤어요!”
“아가씨가 이능을 사용하시니까 녹색 바람이 방 안을 뒤덮었어요!”
하녀들은 시끌시끌하게 내 이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떠들었다.
“맞아, 쟤가 치료해 줬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아르센도 거들었다.
“삐잇!!”
나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당당하게 헤른 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작은 아가씨께서요?”
헤른 선생님이 내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투박한 손가락이 가슴털에 살짝 닿았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두툼한 손가락 위에 발을 올렸다.
헤른 선생님이라면 해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므로.
그는 나를 들어 구석구석 살피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열 살도 안 되어 보이시는데 이능을 발현하셨다니……, 이런 분을 어떻게 라니에로에서 모시고 오셨습니까?”
정말 궁금하다는 투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라니에로의 치료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으니까.
아버지, 아서 라니에로는 자신보다 강한 일족, 혹은 동맹을 맺은 일족에만 라니에로의 아이들을 보내 이능을 사용하게 했다.
그러니 아서 라니에로와 적대 관계이거나, 축복을 받지 못한 일족들은 치료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서 라니에로의 숙적인 늑대 일족 저택에 라니에로의 딸이 있다니.
놀랄 만도 했다.
나는 헤른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내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날개를 들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나는 헤른 선생님의 말에 후다닥 양 날개를 펼쳐서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에서 하녀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헤른 선생님은 그 밖에도 내 꼬리와 비행깃, 부리 상태까지 꼼꼼히 확인한 뒤 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후다닥 아르센의 가슴팍 위로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아가씨께서 몇 살이시라고 하셨죠?”
“일곱 살이십니다.”
에단이 대신 대답했다.
헤른 선생님은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는 듯 미간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도련님께서 상태가 많이 완화되셨습니다. 단 한 번의 치료로 이 정도면……, 완치까지 기대해 볼 수 있겠어요.”
헤른 선생님의 말에 에단과 하녀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완치, 완치라니!’
나 역시 내 이능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던 탓에, 사슴 일족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의 말에 일순 방 안이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 기뻐하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고작 일곱 살이에요. 아무리 강한 이능을 타고나셨다고 해도 아직은 미숙하신 분입니다.”
헤른 선생님이 나를 돌아보았다.
“삐잇!”
“비행깃이 덜 자랐어요. 아마 제대로 날지도 못하실 겁니다. 게다가 첫 털갈이도 시작하지 않으셨고……, 이렇게 어리신데 이능을 사용하신다는 것 자체가 놀랍군요.”
그 말에 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다.
헤른 선생님이 가죽 가방에서 익숙한 듯 잘 포장된 약초들과 약들을 꺼내며 말했다.
“게다가 이능의 흐름도 불안정합니다. 오히려 도련님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요. 확실한 건, 더 이상 무리해서 이능을 사용하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삐잇…….”
“이번에 사용하신 이능의 양을 백 정도라고 측정한다면, 개중 이십 정도만 사용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정도씩만 하시더라도 차근차근 치유를 시도하다 보면 도련님은 훨씬 좋아지실 거예요.”
헤른 선생님이 나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의 굵은 손가락에서 쿰쿰한 약초 냄새가 났다.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삐잇!”
“잘 먹고 잘 쉬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최대한 쉬세요, 아가씨.”
그는 내게 당부하듯 커다란 손가락을 내 발에 가져다 댔다.
나는 조그만 발을 손가락 위에 탁 올렸다.
그러자 악수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사슴 특유의 싱그러운 체향이 코끝을 찔렀다.
헤른 선생님은 나와 아르센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처방을 내린 뒤, 방을 나섰다.
* * *
라니에로 저택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린시 아가씨께서 날아가셨어요!”
그 말을 전한 것은 린시의 전담 하녀로 배정된 하녀, 아델이었다.
아델은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곧장 라니에로의 가주, 아서 라니에로의 방으로 달려와 린시가 사라졌다며 엎드려 고했다.
“린시가 날아갔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서 라니에로가 낯을 와락 구기며 말했다.
린시는 고작 일곱 살이었다.
그런데 날아갔다니?
“갑자기 수인화를 하시더니 창밖으로 날아가셨어요! 사용인들이 곧바로 찾아보러 나갔지만 워낙 조그마하셔서 어디로 날아가셨는지는 미처…….”
아델이 말끝을 흐리며 아서 라니에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린시를 잃어버려 경을 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뜻밖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서 라니에로가 흥미롭다는 듯이 아델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애가 수인화에 성공했다고?”
“예, 날아가시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아서 라니에로는 날아갔다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수인화에 성공한 것이 맞느냐고만 재차 되물었을 뿐.
린시는 고작 일곱 살.
정말로 수인화에 성공한 거라면 엄청난 재능을 가진 것이니까.
그러니 아서 라니에로는 그때까지만 해도 린시가 날아간 건 별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벌써 수인화에 성공하다니.’
그는 자신의 딸이 가진 재능에 감탄하며 웃었다.
린시 그 애는 여자애로 태어난 것이 아까울 만큼 대단한 인재였다.
만약 그 애가 태어난 곳이 여자아이도 수장이 될 수 있는 사자 일족이었다면, 당당히 후계자가 되었을 것이다.
‘보통 수인화에 성공하는 것은 첫 털갈이가 끝난 이후인데, 린시는 첫 털갈이까지 삼 년이나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 애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었다.
아서 라니에로는 뿌듯해하며, 새 일족의 기사들을 불러 당장 근처의 숲속을 수색하라고 명령했다.
‘멀리 날아가지는 못했을 테니까.’
일곱 살이면 비행깃도 아직 채 자라지 않은 나이였다.
기껏해야 숲 어귀 정도에 떨어져 울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죄송합니다. 아가씨를……, 찾지 못했습니다.”
근처의 숲으로 린시를 찾으러 갔던 기사들이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아서 라니에로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애가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을 리가 없어.’
그것은 린시의 능력, 잠재력과 무관했다.
기본적인 성장 속도에 달려 있는 문제였으므로.
게다가 린시는 다른 형제들보다도 덩치가 작았다.
그러니 깃털 역시 다른 형제들보다 늦게 자랐으리라.
그런데 숲에 없다니?
아서 라니에로는 저택과 정원 구석구석을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사용인들이 모두 정원과 저택에 나와 린시를 찾기 시작했다.
언제나 캄캄한 밤의 정원은 수십 명의 사용인들이 들고 있는 횃불 덕택에 낮처럼 밝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용하게도, 린시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린시가 사라진 지 이틀이 지났다.
숲은 물론이고 마을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기사들은 린시의 꼬리깃털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딜 간 거지?”
숲에 나갔다가 다른 이들에게 납치당했을까?
아니, 적어도 이 새 일족의 땅에서 라니에로의 밀색 털을 가진 아이가 납치당할 리 없었다.
새 일족에서 유일하게 이능을 사용할 수 있는 라니에로는, 이능을 사용하는 다른 모든 종족들이 그렇듯 일족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므로.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아서 라니에로가 행방불명된 제 딸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찰나, 그의 부하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가주님, 그 애가 보낸 편지입니다.”
라니에로의 부관, 체스터가 아서 라니에로에게 조심스럽게 편지를 건넸다.
편지는 붉은 밀랍으로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아서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이 부하는 몇 년 전, 그가 공들여 늑대 일족의 저택에 숨겨 두었던 심복이었다.
그러나 요 몇 년간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소식 빼고 별다른 소식은 전해 온 적 없는 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편지라니?’
아서 라니에로는 의아해하며 밀봉되어 있던 편지를 뜯어보았다.
[예크하르트 저택에서 가주님께 전해드립니다.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린시 아가씨를 모시고 예크하르트 저택으로 돌아왔습니다. 린시 아가씨께서는……]편지의 내용을 읽은 아서 라니에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린시가 예크하르트에 있다고?’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