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4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41화(141/187)
결계가 터지면, 총천연색의 빛 조각들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것이 정상인데.
결계가 터지고, 검은색의 연기가 스멀스멀 단상 위를 뒤덮었다.
관중들은 당황한 듯했다.
나와 아르센은 축제가 이제 겨우 두 번째인 탓에, 눈을 껌뻑이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성물을 확인하는 과정은, 결계 안에서 수장들만이 진행하기 때문에 각 일족의 수장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은데.”
무언가 잘못된 것만은 확실했다.
수인화가 풀린 수장들이, 비틀거리며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그것은 켄드릭 역시 마찬가지였다.
켄드릭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관중들이 술렁였다. 레오나 역시 카인 얘기를 하던 것은 잠시 잊고 단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수장들은 곤란하다는 듯 무어라 말을 주고받다가, 이내 다시 처음 들어왔던 대형대로 우뚝 섰다.
그리고 대신관이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다들 잠시 진정해 주십시오.”
그는 소리를 확대해주는 특수한 돌을 입 아래에 대고 있었기 때문에, 오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대신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만, 걱정하실 만한 것은 아닙니다. 금방 해결하겠습니다.”
대신관의 목소리에 술렁이는 소리가 한층 잦아들었다.
나와 레오나, 그리고 아르센은 시선을 교환했다.
“그래서, 카인이 없다고?”
“응, 없다니까. 이따가 크레이튼 님께 물어봐야겠어.”
레오나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여쭤보면 되겠지. 그런데…….”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몇몇 일족의 수장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물어볼 수 있을까? 문제가 생겼으니 처리하느라 바쁘실 텐데.”
“오늘 안에는 끝나겠지! 나는 카인이 왜 안 왔는지 알아야겠어. 뱀 일족의 기사들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단 말이야.”
레오나가 씩씩거리는 동안, 수장들이 하나둘 단상에서 내려갔다.
이대로 행사가 정리되는지, 신관들이 단상을 정리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끝난 거야? 이렇게?”
“무슨 일인지 아버지께 여쭤봐야겠어. 심각한 표정을 하고 계시던데.”
“으응, 그러자. 그런데 지금은……. 안 되지 않을까?”
수장들은 마저 할 이야기가 있는 듯, 일제히 같은 곳으로 사라졌다.
수인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나가자.”
“나, 크레이튼 님을 만나야 하는데?”
“여기서는 안 돼, 레온. 다들 나가셨잖아.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시는 거 아닐까?”
내 이야기를 들은 레오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나가자.”
호위기사들이 우리가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수인들이 와르르 빠져나가고 있어 행사장 안은 몹시 혼잡했지만,
우리는 다른 통로를 이용한 덕분에, 수인들과 겹치지 않고서 행사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중앙 신전으로 갈 거지?”
“응, 거기로 갔다가……. 아니, 일단은 아빠를 찾아야 하는데.”
레오나 역시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슬란한테 물어봐야 하나?”
“아슬란? 너희 첫째 오빠 말이야?”
“응, 같이 왔거든. 이제 아슬란이 수장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니까.”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인 뒤, 나와 아르센의 손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안 돼.”
“응?”
아르센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레오나의 손목을 잡았다.
레오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르센을 돌아보았다.
“어디 가는데? 그것부터 먼저 말하고 움직여.”
아르센이 나를 힐긋 쳐다봤다.
아무래도 축제라서, 조금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아르센의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슬란한테 가고 있어. 아마 마차 안에 있겠지. 잠깐 같이 갔다가…… 예크하르트의 마차를 타고 신전까지 갈래. 그래도 되지?”
레오나가 줄줄이 말을 꺼냈다.
아르센은 영 탐탁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익숙하게 호위기사들에게 고갯짓을 해 보였다.
사자 일족과 늑대 일족의 호위기사들이 열을 맞춰 우리를 뒤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거대한 페르난도의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레오나가 마차 앞에 서자, 호위기사 한 명이 앞으로 나서 익숙하게 마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아슬란!”
레오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슬란을 불렀다.
마차에 앉아서 신문을 읽던 아슬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레오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레온, 그렇게 크게 안 불러도 다 들려. 어라……, 너희는.”
나와 아르센은 아슬란을 직접 보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릴 때는 아슬란이 아카데미에 다녀서, 이후로는 아슬란이 후계자 수업에 집중해서 아슬란과 만날 일이 없었다.
‘레오나랑 똑 닮았네.’
약간 날카로운 눈매. 웃을 때면 예쁘게 파이는 보조개. 사자 일족의 상징인 반짝이는 금안.
한눈에 봐도 레오나와 남매인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주황빛 머리카락을 가진 레오나와 다르게, 아슬란 페르난도는 페르난도의 상징인 흑발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랄까.
레오나는 그간 자신의 오빠들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겼다고 이야기했는데,
레오나의 말과 반대로, 아슬란 페르난도는 굉장한 미남이었다.
“너희가 레온의 친구군, 만나서 반갑다. 아슬란 페르난도라고 한다.”
아슬란은 마차 안에 앉아서 인사를 하는 것은 영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마차에서 가볍게 내리며 말했다.
아슬란이 손을 내밀자, 아르센이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
“아르센 예크하르트라고 합니다.”
“그래, 얘기 많이 들었어. 그럼 이쪽이…….”
“안녕하세요, 린시 예크하르트예요.”
보통은 린시라고만 소개했기 때문에, 예크하르트의 성을 사용하는 것이 몹시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것도 곧 못 쓰게 되려나…….’
아르센은 나와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켄드릭과 원로원의 의사는 또 모르니까.
그때, 레오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얘가 내 친구 린시야. 그런데 아슬란, 아까 문제 생긴 거 봤어?”
“그래, 성물에 문제가 생긴 것 같던데. 아버지께서는 성물을 확인해야 한다며 먼저 중앙 신전으로 가셨어.”
“성물?”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른다.”
아슬란이 여동생의 호기심을 딱 잘랐다.
레오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아슬란에게 물었다.
“그럼 헤제스의 가주님을 만나려면 중앙 신전으로 가야 한다는 거지?”
“그렇지, 근데 갑자기…….”
“카인이 축제에 안 왔어. 왜 안 왔는지 여쭤봐야 한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레오나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아슬란이 미간을 좁혔다.
“너, 언제는 카인 헤제스가 싫다더니?”
“싫은 거랑……, 이거는 별개지. 친구가 안 오면 걱정되는 게 당연하잖아.”
“보통은 당연하지 않지.”
아슬란이 웃었다.
“아무튼, 중앙 신전으로 가야 하니까 어서 타, 레온. 너희도 신전으로 갈 거지?”
아슬란이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이제 이동하려구요.”
“그래, 그럼 거기서…….”
“오빠나 빨리 타. 나는 예크하르트의 마차를 타고 가기로 했으니까. 거기서 만나. 아님 안 만나도 되고.”
“예크하르트의 마차를? 왜 멀쩡한 우리 마차를 두고?”
“카인을 찾을 거야. 축제에 안 왔다면 뱀 일족의 영토에 가 볼 거라고.”
레오나가 당당하게 말했다.
아슬란은 그런 여동생의 태도에,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레오나. 네가 언제까지 일곱 살인 줄 알아?”
“아우, 잔소리. 빨리 타. 빨리 타.”
레오나는 아슬란을 거의 마차에 구겨넣은 뒤, 문을 쾅 닫아버렸다.
늑대 일족의 호위기사들은 레오나가 제 오빠를 대하는 태도에 조금 놀란 듯한 기색이었지만.
“…….”
사자 일족의 기사들은 이런 일이 익숙한지 눈 하나도 껌뻑하지 않았다.
레오나는 마치 큰일이라도 하나 해치웠다는 듯 손바닥을 털었다.
그리고.
“이제 가자, 크레이튼 님을 만나서 카인이 왜 안 왔는지 여쭤봐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예크하르트의 마차에 올라탔다.
아르센이 익숙하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는 듯, 쿠션을 정리했지만.
“…….”
레오나가 내 손을 끌어당겨 제 옆자리에 앉힌 탓에, 아르센의 친절이 무색해졌다.
아르센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마차가 출발했다.
말발굽이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한참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먼저 적막을 깬 것은 레오나였다.
“그런데 너희……, 아까 게일 라니에로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