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4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42화(142/187)
나와 아르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의 형편없고 볼품없는 모습은, 그 행사장에 있던 모두가 보았을 터였다.
게다가.
“결계가 이상했던 것도……, 새 일족의 성물에 문제 생겨서가 아닐까?”
레오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라고?”
“그렇잖아. 지금까지 다른 수장들이 모여서 성물을 확인할 때는 오늘 같은 일이 없었는데, 새 일족의 수장이 게일 라니에로 그 멍청이로 바뀐 직후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고!”
레오나의 말은 듣고 보면 그럴듯해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성물 확인하는 과정은 모르지만, 분명히 게일 그 멍청이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 게 분명해.”
내내 가만히 있던 아르센도, ‘게일이 멍청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레오나의 말에는 동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라니에로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볼품없는 걸 수장으로 내세운 거지?”
아르센은 정말로 의아하다는 투였다.
이 상황이 의아한 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게일의 덩치는 그렇게 작지 않았어.’
특히나 전생에, 게일이 청소년일 때에 수인화한 모습을 보았었는데, 결코 볼품없지 않았다.
‘볼품없기는커녕…….’
윤기가 흐르는 깃털, 커다랗고 노란 부리, 긴 꼬리깃과 거대한 날개.
그때 내가 보았던 게일은,
그 누구보다도 수장의 자리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서는 무슨 생각으로…….”
아르센이 중얼거렸다.
전 수장이자, 내 아버지인 아서 라니에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게일 라니에로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줬는지 의아해하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게일은 우리 가운데 가장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게일이 후계자가 된 거구.”
“그런데 저 꼴이라니.”
“그러니까 말이야……, 라니에로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그때,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슈빌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건 왜일까.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오히려 좋아. 수장이 그렇게 볼품없으니 라니에로의 권세는 더욱 떨어지겠지. 너를 뺏길 일은 없겠네, 이제.”
“맞아, 린시. 게일이 이상한 짓 하면 페르난도에서 지켜 줄 테니까!”
레오나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아르센과 레오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마주 웃었다.
“고마워. 그래두 궁금하긴 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게일이 그런 꼴이 됐는지…….”
볼품없는 털. 숭숭 빠진 꼬리깃.
그런 모습의 게일을 수장이라고 내세워 축제에 참여한 라니에로의 의중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내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왜 이렇게 찝찝하지?’
게일 얘기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차는 다시 중앙 신전에 도착했다.
“내 손 잡아, 린시.”
아르센이 익숙하게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잡고서 마차에서 내렸다.
“레온 너는…….”
아르센이 레오나를 잡아줘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레오나가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품위를 좀 지킬 필요가 있어.”
“네가 카인이야? 자꾸 재수 없는 소리 할래?”
“얘들아, 싸우지 마…….”
나는 아르센과 레오나가 서로 마주 볼 수 없도록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걸었다.
우리는 금세 신전 안에 도착했다.
레오나는 신관 한 명을 붙잡고서 물었다.
“가주님들은 어디 계셔?”
“가주님들은 안쪽의 회의장에서 말씀을 나누고 계십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안 들어갈 테니까, 어딘지만 가르쳐 줘.”
레오나가 당당하게 말했다. 신관은 레오나가 혹시 수장들이 회의하는 데 불쑥 쳐들어갈까 봐 걱정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가장 안쪽의 회의장입니다. 따라오세요.”
“가자. 린시, 아르센.”
레오나가 씩씩하게 앞장섰다.
신관은 축복받은 일족의 수장들이 회의 중이라는 가장 안쪽의 회의실 문 앞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성기사 다섯 명이, 회의실 안으로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아르센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회의 끝나고 나오시자마자 물어볼 거라고. 너는 카인이 걱정되지도 않아?”
“아니, 걱정되긴 하는데…….”
아르센이 곤란하다는 듯 낯을 구겼다.
그럴 만도 했다.
‘하하…….’
신전 바깥에 나란히 서 있는 호위기사들이 의아하다는 듯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다른 데서 기다리자. 나오자마자 여쭈지 않아도 되니…….”
그때.
쾅!
회의실의 문이 쾅 열렸다.
나와 아르센, 그리고 레오나는 동시에 열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게일이 서 있었다.
‘……어?’
눈 한쪽을 다치기라도 했는지 안대를 쓴 모습으로 말이다.
‘수인화됐을 때는 못 봤는데?’
단상과 거리가 멀어서 안 보였던 걸까?
이렇게 보니 게일의 꼴이 더 엉망이었다.
머리는 잘 손질했지만, 푸석푸석한 것이 그대로 느껴졌고,
얼굴이 여위었는지 안대 낀 눈 아래로 두 볼이 홀쭉하게 옴폭 패어 있었다.
“비켜.”
싸늘하게 내뱉은 게일이, 성큼성큼 걸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한 채 사라져가는 게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라몬트 페르난도가 회의실에서 나와 우리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라몬트 님!”
“아빠!”
“라몬트 님.”
우리는 동시에 라몬트를 불렀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 안에서 켄드릭까지 나왔다.
“린시? 아르센?”
켄드릭은 회의실 앞에 서 있는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나?”
“아니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고…….”
“무슨 일 있어요! 아빠, 크레이튼 님은? 안에 계셔?”
“레온, 지금 중요한 얘기를 하는 중이니까…….”
“나도 중요한 얘기야, 오늘 축제에 카인이 안 왔단 말이에요.”
“카인이? 그럴 리가.”
라몬트 역시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었다. 켄드릭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레오나를 보다가, 회의실 안에 쑥 들어갔다.
크레이튼을 데리고 나오려는 듯했다.
“아무튼 회의가 덜 끝났으니 이만 들어가라, 레온. 린시랑 아르센이랑 축제 구경 좀 하고 있어. 케이프 잘 뒤집어쓰고…….”
“카인이 아직도 안 왔다고?”
크레이튼이 회의실 안에서 나오며 물었다.
레오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마차에 문제가 생겨서 늦는다는 연락을 받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늦을 줄은 몰랐군. 문제가 생겨서 확인해보느라 미처 신경을 못 썼더니……. 말해줘서 고맙구나. 내가 알아보지.”
크레이튼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카인이 걱정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해 주세요.”
“그래, 이제 이만 가 있어라. 우리는 얘기가 덜 끝나서 이만 들어가봐야 하니까.”
라몬트가 레오나를 잘 달랬다. 나와 아르센은 뒤에 얌전히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린시, 아르센. 축제 구경을 해도 좋아. 레온을 데리고 구경해라. 다만 내가 당부한 것 잊지 않았지?”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때문에 많이 바쁜지, 일단 나와 레온, 그리고 아르센을 어서 보내고 싶어 하는 듯한 눈치였다.
‘게일이 안 뛰쳐나갔다면 이 앞에서 한참 기다렸겠는걸.’
게일이 뛰쳐나가면서 회의실 문이 갑작스럽게 열려 안에 있던 라몬트와 켄드릭이 우릴 발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게일은 왜 뛰쳐나간 걸까?
게다가 그 눈은 또 뭐지?
치유 이능을 가진 새 일족의 수장이 상처라니, 이상했다.
라니에로의 다른 아이들이 아무리 수장보다 이능이 약하다고 해도, 눈 다친 것 정도야 치료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안대를 낀 라니에로의 수장.
굉장히 상징적이었다.
크레이튼은 뱀 일족의 기사를 불러 카인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 전하고, 회의실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라몬트와 켄드릭 역시 이상한 곳으로 가지 말고 축제를 구경하라고 당부한 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카인한테 무슨 문제 생긴 건 아니겠지?”
“그렇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자. 카인은 뱀 일족의 후계자잖아.”
뱀 일족의 이능은,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이능이었다.
라니에로조차도 해독하기 쉽지 않은 ‘독’.
그런 이능을 가진 카인이 어디서 당하고 오지는 않을 거라고, 나와 아르센은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
레오나는 좀 아닌 듯한 모양이었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축제 구경이나 하자. 응?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크레이튼이 알아본다고 했으니, 곧 카인이 왜 이렇게 늦는지 알 수 있을 터였다.
아르센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축제 구경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