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4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43화(143/187)
“케이프……는 아무데나 가서 하나 사 입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 저택까지 언제 다녀와?”
레오나가 익숙하게 예크하르트의 마차에 폴짝 올라타며 말했다.
사자 일족의 기사들은 조금 놀란 듯한 눈치였으나, 이내 익숙하게 예크하르트의 호위기사들과 섞여 마차 뒤에 따라붙었다.
나는 아르센의 도움으로 마차에 올라타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면 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아르센이 올라타자마자, 마차가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신전 안이라 그런지, 몹시 느린 속도였다.
마차는 느릿하게 신전 정문을 벗어났다.
그런데 그때.
“어?”
내내 창문 바깥을 바라보고 있던 레오나가, 손가락으로 바깥을 콕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헤제스의 마차 아니야?”
“헤제스 마차라고?”
나는 레오나를 따라 창밖을 내다보았다.
지금 신전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마차는 확실히 헤제스의 문장이 박힌 마차였다.
평소 카인이 타고 다니던 것보다 조금 더 화려하긴 했지만, 크레이튼 헤제스가 다른 일족의 수장들과 회의하고 있는 지금.
저 마차에 타고 있을 사람은 카인 헤제스뿐이었다.
“따라가자! 마차, 마차 돌려!”
레오나가 급하게 말했다.
레오나의 말에, 마차 바깥에 앉아 있던 마부가 말머리를 돌렸다.
우리가 탄 예크하르트의 마차는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헤제스의 마차를 따라 들어갔다.
헤제스의 마차가 멈춰 선 곳은, 방금 우리가 나온 중앙 신전이었다.
마차가 멈춰 서자, 예크하르트의 마부 역시 마차를 멈춰 세웠다.
레오나는 기사가 열어 주기 전에, 마차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문을 열어 주려던 기사는 당황하지 않고 레오나가 마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왔지만, 레오나는 도움을 거절하고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나와 아르센 역시 마차에서 내렸다.
“카인!”
레오나가 카인을 불렀다.
헤제스의 마차에서, 단정하게 차려입은 카인 헤제스가 내리고 있었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흑발은 잘 빗어 넘긴 채였고, 헤제스의 가문 문장이 박힌 단정한 제복을 입고 있었다.
“레온?”
“카인! 무슨 일이야. 너 왜 이제 와?”
레오나가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나와 아르센 역시 빠르게 카인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의식이 다 끝났는데, 왜 이제 왔어, 카인? 무슨 일 있었어?”
“이상한 일이 좀 있었는데……, 일단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카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말에 아르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일인데 그래? 습격이라도 당했어?”
“습격은 아닌데…….”
카인이 잘 빗어 넘긴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다.
“그냥 갑자기 잠에 들었어.”
“뭐?”
카인의 뜬금없는 말에, 나와 레오나, 그리고 아르센이 동시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냥 잠에 들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근데……. 그냥 정신 차려보니까 다들 자고 있었어.”
카인이 횡설수설 말했다.
나는 뱀 일족의 기사들과, 마차를 몰고 온 두 마부를 힐긋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당황한 듯했다. 개중 몇몇은 낯빛이 희게 질려있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제대로 다시 말해 봐, 카인. 갑자기 잠이 들었다니?”
레오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카인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택에서 좀 늦게 출발했어. 준비가 늦었거든. 그래서 아버지께 연락을 취하고 마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중간쯤 가서 갑자기 말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더라고.”
“말이?”
“……그래, 그러더니 갑자기 벌벌 떨었어. 그래서 잠시 이동이 중단됐는데……, 난데없이 안개라도 낀 것처럼 사위가 캄캄해지더니.”
카인이 마른세수를 했다.
“이후로 기억이 없다.”
나는 카인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 안개……, 검은 안개라고?’
갑자기 내가 어릴 때 보았던 그 검은 후드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너 다친 곳은 없어?”
나는 급하게 카인의 팔을 잡고서 물었다.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은 없어. 나 말고 다른 이들도 멀쩡해. 다만 잠깐 모두 정신을 잃었던 것뿐인데…….”
“정신을 잃었던 게 문제지. 헤제스 가문의 후계자를 노린 습격인가?”
“그래서 일단 아버지한테 보고해야 할 것 같다. 축제 갈 거면 너희끼리 먼저…….”
“축제는……, 내일 구경하지, 뭐.”
나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카인이 습격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와중에, 수인들이 북적거리는 거리 한가운데에 축제 구경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므로.
다행히 레오나와 아르센 역시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크레이튼 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셔. 끝났으려나?”
“바로 보고해야 하는데.”
카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뱀 일족의 호위기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들 정신을 잃었던 거예요?”
그러자 개중 가장 지위가 높아 보이는 호위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 면목이 없습니다.”
“검은 안개 말고 다른 건……, 어?”
나는 카인의 멱살을 쥐었다.
“리, 린시. 왜 그래?”
“린시?”
“린시! 아무리 카인이 싫다고 해도 멱살은……!”
아르센과 카인, 레오나가 당황해서 나를 카인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고 했지만 나는 더 단단히 쥐었다.
그리고 카인의 셔츠깃을 까뒤집은 다음, 까치발을 들고 카인의 목덜미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분명해, 확실하다.
금제였다.
일곱 살 때, 대원로 에스테르가 내게 걸었던 바로 그 금제.
글레네의 등 뒤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던 그 문양이다.
‘틀림없어.’
내게 새겨져 있던 것처럼, 크기가 아주 작았지만 분명했다.
이건 누군가 카인이 ‘어떤 것’을 발설할 수 없도록 금제를 건 것이다.
도대체 카인이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카인뿐만 아니라, 마부와 호위기사들, 심지어는 말들까지 정신을 잃었었다고 하니 알아낼 길이 없었다.
나는 눈을 몇 번 껌뻑이다가, 카인을 올려다보았다.
“너……, 정말로 몸은 괜찮아?”
“그렇다니까. 일단 이것 좀 놔주라, 제발. 옷이 다 구겨지고 있잖아.”
나는 우선 카인의 멱살을 놔주었다.
그러나 충격받은 탓에, 쉽사리 카인에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이걸 말해줘야 하나?’
카인 본인에게 당장 말해줘야 할까? 그러면 분명히 충격받을 텐데.
‘아니, 어쩌면 금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러나 나는 곧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저건 분명히 내가 일곱 살 때 나를 지독히 괴롭혔던 그 금제가 맞았으므로.
그렇다면…….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에스테르의 죽음은 결국 미궁 속으로 빠졌다.
켄드릭과 헤른 선생님, 그리고 다른 이들이 에스테르를 죽인 이를 밝혀내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찾아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금제를 사용했던 에스테르와, 수상한 검은 후드들은 기억 속에서만 남아 희미해져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나타나려고?’
그런 생각을 하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곱 살 때처럼 약하지 않으니 다시 나타나도 괜찮을 거야.
그보다 지금 문제는, 이 사실을 카인에게 알려주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였다.
‘확실히 아버님께는 보고해야 하는데…….’
크레이튼 님 역시 카인의 보호자니 알고 계실 의무가 있었다.
그렇다면.
‘……카인도 알아야 해.’
자기가 지금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카인에게, ‘너 지금 금제에 걸렸고 몹시 위험한 상황이다! 네가 정신을 잃고 있었던 동안 못된 이들이 네게 몹쓸 짓을 한 것 같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나는 눈만 깜빡이다가, 이내 마차를 가리켰다.
“일단, 일단은 예크하르트 저택에……. 아니, 크레이튼 님께 먼저 보고해야 하는데.”
내가 횡설수설하자, 아르센이 내 어깨를 가볍게 감싸 쥐며 물었다.
“린시, 왜 그래. 괜찮아?”
“응? 응, 나는 괜찮아.”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은 카인이 크레이튼 님께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다음은…….
‘축제에 검은 후드가 와 있을까?’
그때처럼 나를 공격하려고 들면 어쩌지?
불안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때, 아르센이 내 양 어깨를 쥐었다.
“린시, 정신 차려.”
“아르센.”
“괜찮아, 네가 공격당한 건 아니니까…….”
아르센?
“그래, 내가 공격당하긴 했지. 그래도 그런 위로는 좀 그렇지, 아르센 예크하르트.”
카인이 잔뜩 구겨진 낯으로 아르센을 째려보며 말했다.
아르센은 어깨를 으쓱였다.
“우선 너는 가서 보고나 해. 긴급한 사항이니 회의 중이더라도 들어 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