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4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49화(149/187)
“방금 잠드셨습니다.”
헤제스 가문의 주치의가, 침대 옆에 서 있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켄드릭과 크레이튼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살펴주게.”
크레이튼이 헤른에게 말했다. 헤른은 고개를 가볍게 숙여 대답한 뒤, 빠르게 카인을 향해 다가갔다.
곧이어 헤제스 가문의 주치의가 방을 나갔다.
“크레이튼, 안색이 많이 안 좋군.”
켄드릭이 내내 옆에 우뚝 서 있던 크레이튼에게 말을 건넸다.
“당연하지. 금제라니……, 그런 게 아직도 남아 있을 줄은.”
크레이튼이 마른세수를 했다.
“전에 내게 들은 적 있을 텐데. 금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고.”
“솔직히 안 믿었다, 켄드릭.”
켄드릭은 크레이튼의 말에, 그럴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린시가 금제에 걸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을 때에, 켄드릭은 금제에 대해 조사하느라 크레이튼과 라몬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라몬트와 크레이튼 모두, 그런 게 아직까지 존재할 리 없다는 대답만 내놓았다.
린시가 너무 어려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이다.
크레이튼은 카인이 당한 지금에 와서야, 금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왜 금제를, 건 거지?”
크레이튼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짓씹어 내뱉었다.
금제는 보통 무언가를 발설하지 못하게 할 때 많이 사용하는 고대의 주술이었다.
강제성이 있다는 점에서 언령과 비슷하지만,
언령은 수장의 권한으로 발설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고, 금제는 발설하려는 이에게 그릇된 힘으로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이니 엄연히 달랐다.
그러나 공통적인 속성은.
‘발설하지 못하게 막는 것.’
카인은 기절해 있었다고 했으니, 무언가를 보았을 리도 없는데.
도대체 왜 금제를 걸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인이 뭔가를 본 게 아닐까.”
켄드릭이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카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도대체 무엇을.”
“금제를 걸 정도면, 다른 사특한 술도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 카인이 무언가를 봤고, 그 기억을 지웠지만…….”
잠시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혹시 몰라 금제를 걸어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켄드릭과 크레이튼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헤른은 카인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먼저 사슴 일족의 눈으로 카인을 살펴보았다.
카인의 이능,
몸 안에서 날뛰는 카인의 이능 가운데에 검은 기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이게…….”
금제인가.
그러나 헤른은 곧 의아한 낯을 했다.
금제에 걸린 이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금제는 무언가를 발설할 수 없도록 막는 사특한 술.
그러니까, 이런 기운의 형태로 몸 안에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헤른은 손끝으로 카인의 가슴팍을 짚어 보았다.
헤른의 손끝이 닿았지만, 몸 안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다행인 것은, 검은 기운 주변으로 린시의 이능이 얼핏 보인다는 점이다.
린시가 이능을 사용한 덕분에, 검은 기운이 빠르게 퍼져나가지 않고 이 정도에서 그친 듯했다.
도대체 이 검은 기운은 뭐지?
헤른은 한참이나 카인의 몸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놓았다.
어쩌면.
‘이 검은 기운을 숨기기 위해 금제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말이 되었다.
듣기로 카인은 내내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고 했으므로.
어느 사특한 자들이, 카인의 몸속에 이런 사특한 기운을 불어넣고, 그것이 발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제를 걸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겠군.’
금제는 헤른의 능력 밖이었다.
다른 사특한 술 역시 마찬가지다.
헤른이 할 수 있는 것은, 몸의 회복을 도와 금제가 몸을 지배할 수 없도록 막아주는 것뿐.
그는 린시한테 그랬던 것처럼, 사용인들에게 물이 든 그릇과 스푼을 받아 물에 약을 잘 개었다.
그리고 스푼으로 잠든 카인의 입 안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카인의 상태를 살피면서 먹여야 하기 때문에, 사용인들에게 맡길 수 없었다.
헤른은 직접 카인에게 약을 다 먹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 어떤가.”
크레이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십니다. 아가씨께서 이능을 사용하신 덕분에 상황이 많이 악화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헤른이 말을 이었다.
“아가씨가 금제에 걸리셨다고 했을 때, 상태를 살피지 못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금제만 문제가 아니 듯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헤른은 크레이튼과 켄드릭에게, 자신이 추측한 것을 얘기했다.
카인의 몸에 검은 기운이 깃들어 있으며, 그것을 발설하는 걸 막기 위해 금제를 걸어놓은 듯하다는 점.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어, 우선 카인의 몸 회복을 돕는 약을 먹였다는 점을 설명했다.
얘기를 듣던 켄드릭과 크레이튼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의도라면 금제를 건 이유가 설명이 되는군.”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카인은, 아까보다는 한결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헤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금제를 풀려면, 잘 아시다시피…….”
“금제를 건 이가 직접 풀거나, 아니면 그자가 죽어야 하지…….”
린시의 경우도 그랬다.
린시의 금제가 풀린 날, 금제를 걸었다고 한 에스테르가 실종되었고.
그는 삼 년 뒤, 시체로 발견되었다.
린시의 금제가 풀린 것으로 보아, 아마 실종된 당일 살해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카인의 경우도.
금제를 건 이를 찾거나, 그 사람이 죽어야 하는데.
“린시는 자신에게 금제를 건 이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
켄드릭이 말했다.
그러나 카인은 공격받은 당시 내내 정신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카인에게 금제를 건 이가 누군지 알아내기가 몹시 까다로울 터였다.
크레이튼이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젠장,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군. 자일스 꽃 문제도…….”
“크레이튼.”
켄드릭이 크레이튼의 말을 막은 뒤, 손을 펼쳐 이능을 사용했다.
그림자가 얇은 막처럼 크레이튼과 헤른, 그리고 켄드릭을 감싸 소리가 새어나갈 수 없도록 막았다.
“주의해. 여긴 뱀 일족의 영토가 아니다.”
이곳은 축제 기간의 성역 근처.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보안에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헤제스에서 보안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본 저택보다는 보안이 약할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래, 실수했군.”
크레이튼 역시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자일스 꽃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는데…….”
“내가 볼 땐 같은 이들인 것 같다.”
“같은 이들이라니?”
켄드릭이 말을 이었다.
“지금 자일스 꽃을 퍼트리고 있는 이들 말이다. 나는 그들이 금제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에스테르가 그 집단 중 한 명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적어도 켄드릭이 조사한 바로는 그랬다.
그 말을 들은 크레이튼이 더욱 절망적인 낯을 했다.
“지금 거의 구 년째 못 잡고 있는 이들 아닌가.”
“축제만 끝나면 해결해야지. 축제 때문에 더 파헤치지 못한 것도 있으니…….”
신전은 자일스 꽃의 위험성을 알았지만, 이상하게 각 일족들이 자일스 꽃을 퍼트린 범인을 색출하겠다고 들쑤시는 데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황’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인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 자일스 꽃으로 인해 수인 사회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수장들은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신전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일스 꽃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 않나.”
켄드릭이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일족들 중에서는 모르는 이들도 많았지만, 일단 늑대 일족의 자일스 꽃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지를 되찾았다.
다말 땅 덕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린시 덕분이지.’
헤른을 포함한 연구원들이 다말 땅에서 나는 꽃이며 잎들을 조사해 본 결과, 자일스 꽃의 독성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린시가 다말 땅을 정화했다는 사실 또한 자연히 밝혀질 것이 분명하니.
켄드릭과 라몬트는 일단 이 사실을 함구하고 있었다.
린시가 다말 땅을 정화했고, 그 다말 땅에서 나는 식물들이 자일스 꽃의 독성을 완화해준다는 것을 범인들이 알아차리면, 린시와 다말 땅이 타깃이 될 테니까.
그래서 해독제를 제대로 공급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해독제를 공급하려면, 그 해독제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밝혀야 하니 말이다.
증상을 가라앉혀주는 약초가 있다고 속여서 몇몇 일족에게 돌리긴 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부족했다.
매년, 수를 맞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일정한 수로 나오던 자일스 꽃 피해자가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