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5화(15/187)
그는 편지를 마저 읽어보았다.
[이능이 불안정하신지 수인화와 인간화를 제대로 조절하실 수 없는 상태이십니다. 가주님께 이런 질문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혹시 라니에로에 린시 아가씨를 보내신 것입니까? 일전에 들었던 것과는 달라 여쭙습니다. 그리고 제 동생……]그럴 리가!
자신이 린시를 보낼 리가 없지 않나.
린시는 라니에로의 딸들 중 가장 훌륭한 이능을 가진 딸이었다.
예크하르트로 가야 할 아이는 슈빌이었다.
잘못된 이능을 타고난 돌연변이.
제대로 하는 것이 그 무엇 하나 없는 아이였지만, 예크하르트에 가면 제 몫을 똑똑히 해낼 터였다.
‘그 지고한 늑대 가문의 혈통을 끊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지.’
슈빌의 이능은 라니에로의 상징인 치유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것이었으니까.
슈빌이 가서 제 역할을 해내면 늑대 수장 일가의 맥이 끊길 것이다.
그리고 그간 착실히 공격을 준비해 왔을 라니에로는 오랜 숙적인 예크하르트를 해치울 수 있으리라.
그러니 당연히 린시는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참이었다.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라니에로의 치유력으로 고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었으므로.
린시가 간다면 정말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병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린시는 열 살이 넘어 독수리로 발현하기만 한다면, 가주 자리를 이어받을 제 오라비를 보좌하여 라니에로를 훌륭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만한 인재였다.
‘독수리로 발현하기만 한다면.’
라니에로의 아이들은 열 살, 털갈이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수인화가 가능해진다.
수인화 처음에는 조그만 밀색 새의 모습이었다가, 털갈이가 진행되고 몸집이 커지면서 독수리로 변모하는 것이다.
가끔가다 독수리가 되지 못한 ‘탈락 개체’들이 나올 때가 있긴 했다.
하나 린시의 강한 이능으로 미루어 보아 그럴 일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 린시를 예크하르트로 보내?
그러고 보니 린시가 사라진 시간과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마차를 타고 저택을 떠난 시기와 완벽하게 겹쳤다.
사라진 것도 이틀 전.
켄드릭이 떠난 것도 이틀 전이었다.
거기까지 떠올리자 아서 라니에로의 낯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분명 켄드릭이 린시를 납치한 것이다.
켄드릭이 방문한 이유 역시, 라니에로의 딸을 내어 달라고 협박을 하기 위해서였으므로.
결론을 내린 아서 라니에로가 편지를 찢어버리고 원목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려쳤다.
“당장 신전에 연락해!”
* * *
‘왜 이렇게 귀가 가렵지?’
꼭 누가 내 얘기를 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날개로 귀를 후비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뭉툭한 날개로는 귀를 만질 수조차 없어 침대 모서리에 볼을 대고 긁었다.
‘아, 시원하다.’
만족스러울 만큼 긁은 뒤, 나는 내 몸 사이즈에 맞춘 조그만 침대에 풀썩 누웠다.
이 분홍색 침대는 하녀들이 늑대 영토에서 가장 유명한 장난감 장인에게 부탁해 만들어 온 인형 침대였다.
다행히도 수인화한 내 몸의 사이즈와 꼭 맞았다.
그 밖에도 직접 만들어 준 조그만 솜이불, 조그만 베개들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베개를 벤 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노곤노곤하게 졸음이 밀려들었다.
밀려오는 졸음에 눈을 가물거리고 있던 찰나, 문득 익숙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델은 잘 있을까?’
저택에 두고 온 것들 중 아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나, 아델을 두고 온 것은 아쉬웠다.
‘나는 도망칠 거니까 아델도 도망치라고 말해줄걸.’
그러나 이 계획을 아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면, 아델은 미친 짓이라면서 나를 붙잡아두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저택에 남아 있었다면.’
전생처럼 나는 첫 털갈이 이후에 버림받고, 아델 역시 죽임당했겠지.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 편이 서로에게 최선이었다.
아버지에게는 아니겠지만.
‘이제 정말로 자자.’
이불을 끌어올리려던 그때, 환한 달빛이 침대 위를 비추었다.
달빛이 비치는 동시에, 배 쪽에 붉은 깃털이 하나 삐쭉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응?’
잘못 본 건가?
나는 재빨리 이불을 걷었다.
그리고 달빛이 환한 창가로 포르르 날아가 배 쪽의 털을 자세히 살폈다.
전부 다 고운 밀색 털이었는데, 개중 하나가 붉은빛이 조금 올라와 있었다.
‘왜 이러지?’
털갈이는 열 살에 시작된다.
그것은 모든 종족의 아이들이 같았다.
나 역시도 예외 없이 전생에는 열 살에 첫 털갈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붉은 깃털이 난다고?’
아무리 내가 이능을 빠르게 사용했다지만, 첫 털갈이 시기는 바뀔 리가 없는데…….
나는 경악하며 내 깃털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붉은색이었다.
예크하르트에 온 지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저주받은 깃털을 갖게 되다니.
‘들키면 버림받을지도 몰라.’
예크하르트의 늑대들은 나를 꽤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벌써부터 저주받은 깃털을 들키는 건 곤란했다.
적어도 아르센이 치료된 뒤에, 그들이 내게 빚을 진 이후여야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배 쪽에 난 조그만 솜털 하나를 부리로 물었다.
그리고,
‘이익!’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있는 힘껏 깃털을 잡아당겨 뽑았다.
뽁.
붉은 기가 도는 깃털이 뽑힌 채 창가 위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깃털이 뽑힌 자리가 욱신거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깃털을 재빨리 창문 밖에 던져 버린 뒤, 다시 포르르 날아 침대 위로 돌아왔다.
‘잘못 난 털일 거야.’
벌써 털갈이가 시작될 리가 없지.
그럼그럼.
그러니까 이건 그냥 꿈일 것이다.
그냥 조금 나쁜 꿈.
나는 최대한 나쁜 생각을 떨쳐내면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려고 노력했다.
* * *
‘이상하다.’
헤른 선생님의 말대로 삼 일이나 푹 쉬었는데 수인화가 풀리지 않았다.
‘아직도 새 모습이라니.’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늑대 저택에서는 새 모습보다 인간 모습이 더 지내기 편했다.
‘얼마나 더 쉬어야 풀리는 거지?’
나는 내 몸을 요리조리 돌려 가며 몸을 훑어보았다.
딱히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수인화한 모습이 특별하게 불편하진 않지만…….
늑대 일족과 의사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불편했다.
“삐잇, 삐익!”
기껏 말해봤자 내가 낼 수 있는 것은 조그만 새소리뿐,
그리구.
‘계속 수인화한 상태라면 이능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지금 늑대 저택에서의 내 위치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계약 결혼을 하려면 라니에로의 허락이 필요해.’
하지만 아버지가 나를 순순히 내줄 리 없었다.
어떻게든 나를 다시 데려오고 슈빌을 보내려고 하겠지.
사실 늑대들 입장에서는 슈빌이 오든 내가 오든 상관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나나 슈빌이나 똑같이 치유 이능을 가진 라니에로일 테니까.
그러니 아마 아버지가 계속해서 귀찮게 군다면 나를 그냥 라니에로에 돌려보낼지도 몰랐다.
나는 부리를 앙다물었다.
‘절대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아야 한다.
물론 내가 자의로 늑대 영토에 온 이상 아버지가 강제로 데려가지는 못하겠지만…….
늑대들이 나를 보내기로 결정하면 나는 다시 라니에로로 돌아가야만 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졌다.
동시에 꼬리가 추욱 처졌다.
기다란 꼬리가 바닥에 질질 끌렸다.
‘어서 결혼하면 좋겠는데.’
그래야 내가 정말로 늑대들의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니까.
그때, 우르르 몰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응?’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한 하녀들이 보였다.
네댓 명의 하녀들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
“꼬리가 축 처지셨어…….”
“기운이 없으신가 봐, 간식을 못 드셔서 그런 걸까?”
개중 한 명이 내가 앉아 있던 방석을 들어올렸다.
덕분에 나는 방석 위에 덜렁 앉아서 하녀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다.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을 갖지?
예크하르트의 하녀들은 이상할 정도로 나한테 관심이 많았다.
하녀들은 쉬는 시간마다 쉬지 않고 내 방으로 달려와 나를 구경했다.
풀꽃을 엮어 조그만 화관을 만들어 주는 사람도 있었고, 손수건에 수를 놓아 선물해주는 하녀도 있었다.
물론 선물은 고맙지만…….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베티한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베티는 생긋 웃고 말 뿐이었다.
‘너무 부담스럽다구.’
송곳니가 삐쭉빼쭉 튀어나온 늑대들이 제각기 다른 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아몬드 좀 드셔 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나아지실 거예요.”
“핫초코를 한 잔 가져다 드릴까요?”
“아가씨, 과일은 안 좋아하세요? 과일이 산더미처럼 있답니다.”
산새처럼 쉼 없이 종알거리던 하녀들이 내게 간식들을 불쑥 내밀었다.
개중 내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아몬드였다.
“삐잇!”
아몬드를 보고 좋아하자마자 꼬리가 다시 삐쭉 올라갔다.
나는 폴짝 날아올라서 식탁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접시 위에 놓인 아몬드를 하나 집어 오독오독 깨트려 먹었다.
달콤한 초콜릿 표면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은 뒤,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맴도는 초콜릿 아몬드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잠시 내 처지에 관한 걱정을 잊을 만큼 말이다.
나는 아몬드를 먹으며 하녀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들은 모두 두 볼을 잔뜩 붉힌 채였다.
‘처음에는 나를 잡아먹고 싶어서 노려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늑대 일족과 새 일족은 아주 오랫동안 적대 관계였으니까.
저택의 사용인들이 나를 달가워할 리 없을 거라고.
그런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저택의 모든 늑대들이 내게 친절했다.
특히 하녀들은 더했다.
그들은 늘 내가 조그만 솜뭉치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히 다루었다.
그리고 늘 달콤한 간식을 산더미처럼 들고 와 내게 바쳤다.
덕분에 나는 삼 일 만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버리고 말았다.
나는 통통하게 부푼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통통……?’
그러고 보니 이런 내용의 동화책을 일전에 아델이 읽어 주었던 것 같은데.
아기새를 통통하게 살찌운 뒤 한입에 잡아먹는 사자 이야기.
‘허억!’
그 동화책의 내용을 떠올린 나는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