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5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51화(151/187)
“아가씨, 일어나셨어요?”
헤제스 가문의 하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건지.
나는 아르센을 힐긋 바라보았다.
아르센은 방금까지-나를 부축해주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나와 안고 있었으면서도 태연했다.
“저택으로 돌아갈 거다. 마차를 준비해줘.”
아르센의 말에, 하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곤 금방 방을 나갔다.
나와 아르센은 곧 헤제스 별장을 떠났다.
카인의 상태를 살피고 싶었지만, 아르센과 크레이튼, 그리고 켄드릭이 거부했다.
“안 돼.”
내가 또 카인에게 이능을 사용할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사용하진 않을 거지만…….’
왜 모두들 걱정하는지도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금방 예크하르트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리자, 사용인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마중 나왔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개중에는 베티도 있었다.
내가 헤제스 별장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하긴, 헤른 선생님을 모셔왔으니까…….’
당연히 저택 사람들도 모두 알았겠지.
사용인들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살폈다.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으응, 괜찮아. 근데 좀 쉬고 싶은데……”
나는 아르센과 함께 방으로 돌아가려다 말고, 켄드릭을 돌아보았다.
“아, 아버님!”
“그래, 린시.”
“회의는 다 끝나신 건가요?”
이례적으로 길게 했던, 수장들의 회의를 말하는 것이었다. 켄드릭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갑자기 회의는 왜?”
“무슨 얘길 나누셨는지 궁금해서요……. 아시다시피 이번 축제에서,”
성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잖아요. 뒷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켄드릭은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익숙하게 나를 따라왔다.
“방에 가서 얘기하지.”
아르센 역시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고 나를 따라왔다.
켄드릭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는 왜 네 방에 안 가고.”
“그러는 아버지는…….”
아르센과 켄드릭이 뒤에서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오랫동안 서 있는 건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켄드릭에게 이제 얘기해 달라는 듯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켄드릭이 입을 열었다.
“새 일족의 성물에 문제가 생겼더군. 그래서 의식이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한데…….”
“네.”
“새 일족의 새 수장, 그러니까 게일이 수장들이 성물을 확인하는 걸 거부하더군.”
“거부해요?”
“그래, 성물에 문제가 생겼으니, 교황의 대리 역할을 맡고 있는 대신관과 다른 축복받은 일족의 수장들이 성물을 확인해야 하는데 게일이 내내 거부하더니 기어코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쯧, 새 일족은 뭐 하자고 어린애를 수장 자리에 세운 건지…….”
켄드릭이 혀를 찼다.
“마침 너희한테 얘기해야 할 게 있었는데. 그래서 축제가 길어질 것 같다.”
“네에.”
켄드릭이 한숨을 쉬며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축제에서는 반드시 의식을 끝내야 하는데, 성물에 문제가 생겨서 의식이 실패했으니. 축제 기간을 연장하고 마지막 날에 의식을 다시 치를 예정이다. 이 점은 새 일족에서도 동의했어. 다만, 성물에 생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기로 했으니…….”
켄드릭은 날짜를 계산해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말을 이었다.
“나흘 정도 축제가 길어질 것 같다. 린시.”
“그러면.”
아르센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면 성년식은요?”
내 성년식은 축제가 끝난 뒤, 바로 이틀 뒤였다.
그때로 성년식을 준비해 놓고 있었는데, 축제가 나흘이나 길어진다니. 아르센은 그래서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잘된 일이지.’
내게는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나는 아직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생각해 볼 시간을 나흘이나 더 얻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켄드릭이 미안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성년식은 축제가 끝나자마자 치르자꾸나, 린시. 네게는 미안하게 됐다.”
“저는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켄드릭이 피곤한 듯한 얼굴로 웃으며 내 머리에 손을 턱 얹었다.
“그래.”
나는 켄드릭이 걱정되었다.
켄드릭은 내가 알기로 내가 어릴 적부터,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그래도 괜찮아 보였는데.
‘요즘은 너무 피곤해 보여.’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켄드릭을 살폈다.
켄드릭은 내가 성년식이 미뤄져서 실망했다고 생각하는지, 나를 달래주려고 했다.
‘나는 진짜 괜찮은데.’
늦어지면 오히려 좋지.
아르센 쪽으로 힐긋 시선을 돌려보니, 아르센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아무튼, 네가 걱정할 건 없으니까 마음 쓰지 말고, 린시. 너는 푹 쉬면 된다.”
“네에, 그럴게요. 카인도……!”
“카인 문제도 알아보고 있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걱정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가 있었다.
‘……글레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났다가, 꽃 한 송이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이.
등판에 거대한 금제를 갖고 있던.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나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켄드릭은 이만 쉬라며 방을 떠났다.
아르센은.
“쉬라니까, 뭐 해.”
내 어깨를 툭 쳐서 나를 눕히고 내 옆에 턱 걸터앉았다.
“나는 쉬고 일어난 거야……. 너나 가서 좀 쉬라고, 아르센.”
“나는 안 피곤해. 그리고 너는 환자니까 더 쉬어야 해.”
아르센이 이불을 내 머리끝까지 올려 덮어 주며 말했다.
“파하-! 아르센, 숨 막히잖아!”
나는 잽싸게 이불을 걷어내고 숨을 몰아쉬며 아르센을 째려보았다.
아르센은 어깨를 으쓱였다.
“있잖아, 아르센. 축제 기간이 연장돼서 좋은 것 같아.”
“왜? 성년식이 늦춰져서?”
눈치 빠르긴.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각할 시간이 더 있으니까……. 안 그래?”
“응, 그렇지.”
아르센은 한참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민해 봐. 신중하게.”
“응, 걱정하지 마…….”
나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나 수인화해도 돼?”
“수인화하는 게 편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야 인간 모습이 편했지만, 아르센과 둘만 있을 때는 수인화한 게 편했다.
어릴 때부터 수인화한 상태로 아르센과 함께했기 때문에 그런 듯했다.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나는 침대 위에서 발뒤축으로 침대를 콩콩 찧었다.
그러자.
펑-!
연둣빛 연기가 뭉게뭉게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붉은 두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센이 내 모습을 가만 보더니, 자리에 앉아 가볍게 발을 굴렀다.
펑-!
연달아 폭발음이 들리고, 잿빛 연기 속에서 거대한 잿빛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잿빛보다는…….
‘아르센은 이상하게 은색에 가까워.’
예크하르트는 회색 늑대 가문이라, 켄드릭의 머리는 잿빛이었다.
그러나 아르센은 은발에 가까운, 회색보다 밝고 반짝이는 머리칼과 털을 가지고 있었다.
옛날에 아팠던 영향일까?
은빛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가. 침대 위에 풀썩 엎어졌다.
침대는 몹시 컸지만, 아르센의 덩치가 더 커서 아르센이 두 다리를 쭉 뻗으면 다리가 침대 바깥으로 삐져나갔다.
아르센은 다리를 접어 몸을 웅크리고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삐이.”
나는 익숙하게 아르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보들보들한 배 부분의 털 사이에 자리를 잡고서, 아르센의 널따란 몸통 위에 머리를 턱 올려놓았다.
아르센이 내 날갯죽지 부근을 핥는 게 느껴졌다.
“삐이!”
아르센!
나는 아르센에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날개를 퍼덕였지만, 아르센은 꿋꿋이 핥아주었다.
그건 늑대 일족의 애정표현이었으므로, 나는 더 이상 아르센을 타박하지 않았다.
아니, 핥아주는 것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견딜 만했다. 그러니까 내가 못 견디는 건…….
와앙.
아르센이 내 머리를 덥석 제 입에 넣으려고 했다.
나는 아르센의 입에서 빠르게 내 머리를 빼며 날개를 퍼덕였다.
“삐!”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어!
늑대 일족의 애정표현이,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의 머리를 입 안에 넣는 거라고 듣긴 했지만.
나는 새 일족인지라, 아르센이 내 머리를 입 안에 집어넣으면 공포심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휴, 하지 말라니까!’
아르센은 수인화하면 늘 본능이 이성보다 앞서는지, 이렇게 내 머리를 입 안에 집어넣곤 했다.
나는 날개로 아르센의 머리를 탁탁 쳐 주곤, 다시 아르센의 품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들보들해서 금방 잠이 올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