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5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52화(152/187)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게일은, 곧장 라니에로의 별장으로 향했다.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의식에서, 라니에로의 성물에 문제가 생겨 의식이 완성되지 않았다.
게일이 수장 자리에 오르고 처음으로 참여하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이딴 식으로.
‘이딴 식으로 창피를 당하다니!’
의식이 깨진 것은 물론, 수장들은 회의랍시고 모인 자리에서 라니에로와 게일을 탓하기만 했다.
게일 본인도 성물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는데, 성물에 무슨 짓을 했느냐며 추궁하지 않나.
심지어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가 수장 자리에 올라 그런 것이 아니냐고 이죽거리는 이도 있었다.
게일은 결국 참지 못하고 회의장을 뛰쳐나왔다.
‘안 그래도…….’
라니에로의 별장에 돌아온 게일이, 사용인들 틈에서 모습을 드러낸 슈빌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슈, 슈빌.”
“……무슨 일이야, 오라버니. 이렇게 일찍 오고.”
슈빌이 눈을 내리깔고 조곤조곤 말했다.
게일은 제 여동생을 마주하고 이상하리만치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어, 응. 슈, 슈빌. 그러니까…… 회의가 일찍 끝나서.”
꿀꺽.
게일이 침을 삼켰다.
사용인들은 게일과 슈빌,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슈빌 라니에로.
어깨선에서 찰랑이는 고동색 머리칼. 날카로운 눈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늘 저택 안에서만 지내서 보얀 피부.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작고 얌전하고 예쁜 소녀였으나.
“오라버니?”
슈빌의 목소리에 게일이 흠칫 몸을 떨었다.
게일은 알았다.
저 애의 이능이 무엇인지.
‘다른 이의 생명력을 빼앗는 이능.’
아버지는 슈빌이 제 이능을 깨닫거나 활용할 수 없도록 저택에 가둬 키웠다.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는 이능이라니.
그 이능이 언젠가는 라니에로를 집어삼킬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아서 라니에로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9년 전.
아서 라니에로가 쓰러지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검은 가면을 쓴 이들이 저택에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을 ‘고대의 사자’들이라고 칭했다.
그들은 아서가 쓰러진 이유는 병이 아니라 저주 때문이라며, 저주를 풀어 주겠다는 명목으로 저택에 머물렀다.
당시 수장의 대리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게일은 어린 소년이었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그 제안을 수락했다.
라니에로 아이들의 모든 이능으로도 아서 라니에로를 깨어나게 하지 못했으니까.
믿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고대의 사자들이 저택에 드나들기 시작한 이후로도 아서 라니에로는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었다.
비쩍 말라 피골이 상접했고, 얼굴은 허옇게 뜬 지 오래였으며, 입술은 파랗게 질려 거의 시체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고대의 사자들에게 아서의 상태가 왜 도리어 더 나빠지냐고 따져 물었으나.
그들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분명히 아서의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당장 그들을 내쫓았어야 했다.
그러나 내쫓지 않은 이유는.
게일 라니에로는 어렸고, 욕심 많고, 제 분수를 모르는 소년이었으며.
아서 라니에로가 쓰러지면서 넘겨받은 수장직의 권한이 생각보다 달콤했던 탓이다.
어린 게일은 무의식중에 아서가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내쫓지 않았다.
그러던 중, 보고 말았다.
“자아, 해 보십시오.”
도대체 치유 이능도 쓸 수 없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아버지를 치료하겠다는 건지 궁금하여,
게일은 그날, 아서의 방에 몰래 숨어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냥 평생 모르는 채 천치로 살았어야 했다.
그러나 게일은 보고 말았다.
파아앗-!
슈빌이 아서 라니에로에게 손끝을 가져다대자, 슈빌의 손끝에서 불길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아서 라니에로를 뒤덮는 것을.
슈빌은 저택 내에서 이능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아서는 슈빌이 자신의 명령 외에 이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철저히 교육했고, 언제나 손에 끼고 있는 검은 장갑이 그 증거였다.
그런데.
‘장갑을 벗었어.’
게다가 슈빌의 이능이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라니에로의 일원들뿐인데.
‘고대의 사자’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슈빌의 이능을 알고 있었다는 양 소녀를 어르고 달래 아서에게 이능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검은 기운이 아서를 뒤덮자, 슈빌의 머리칼이 약간 자라나고, 아서의 안색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조그만 방 안에 숨어서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던 게일은 입을 틀어막았다.
“잘하셨습니다. 슈빌 님.”
고대의 사자라고 칭한 이가 슈빌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린 소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듯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헙!”
고대의 술사가 게일이 숨어 있는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마주쳤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들켰나?’
지금 들키면 죽을 것이다.
게일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게일은 라니에로의 아이들 중 가장 강한 이능을 가진 후계자였으나, 현재 수장인 아서에게는 미치지 못했고.
‘슈빌보다는 당연히…….’
저주받은 이능이라고 멸시하고 괄시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슈빌의 이능과 자신의 이능, 두 가지를 놓고 견주어 본다면 당연히 슈빌의 이능이 월등하다는 것을.
다행히 고대의 술사는 슈빌을 데리고 방을 떠났다.
게일은 그가 떠난 뒤, 조금 있다가 숨은 곳에서 뛰쳐나와 아서 라니에로를 살폈다.
아서의 가슴팍에 손을 올려놓고, 이능을 퍼부어 남은 생명력을 가늠해 보았다.
없었다.
아니 있긴 했다.
그런데.
‘……시, 시체잖아.’
육체 안에는 시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주 미약한 생명력만 남아 있었다.
게일은 닿은 아서의 피부가 서늘하게 느껴지는 듯한 착각에 퍼뜩 손을 떼며 바닥에 넘어졌다.
그날부터였다.
라니에로의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은.
이상한 것은, 그들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돌연사했다는 것이다.
치유 이능을 자랑하는 라니에로가 이능을 써 볼 틈도 없이!
하나, 둘.
게일은 매일 밤 그다음이 혹시 제가 될까 두려워 떨었다.
슈빌의 이능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거니와.
‘도대체 그들은 누구지?’
그들은 왜 라니에로에 들어와 슈빌을 조종하고 있는 거지?
게일은 죽고 싶지 않았다.
죽기 싫었기 때문에, ‘고대의 사자’들의 말을 잘 들었다.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자신도 아서나 다른 아이들처럼 싸늘하게 죽게 될까 봐.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서가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했겠지, 멍청한 합리화도 했다.
자신은 그렇게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했다.
고대의 사자들은, 라니에로의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것이 가문의 큰 수치라고 했다.
치유 이능을 자랑하는 라니에로에서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가문의 아이들을 모두 떠나보낸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라니에로 가문의 평판이 떨어지고 권세가 약해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니 새 일족의 영토를 봉쇄하여, 다른 일족에게 이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게일은 그 말을 따랐다.
수장 대리의 권한으로 새 일족의 영토를 봉쇄하고, 다른 일족들과의 교류를 일절 끊었다.
반발이 심한 원로들이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사라져 있었으니까.
게일은 새 일족의 영토를 봉쇄한 뒤, 바깥, 그러니까 다른 일족들이 자일스 꽃으로 인해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데 의아했다.
그 정도로 자일스 꽃이 퍼졌다면, 새 일족에서도 분명 피해자가 나와야 하는데.
피해자는 보고되지 않았고, 새 일족 내부는 기이하리만치 조용했다.
게일은 가끔 이 저택에 슈빌과 자신, 단 둘만 남아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새 일족의 영토를 봉쇄하고 수개월. 결국 아서 라니에로가 죽었다.
새 일족과 원로원은 그의 죽음을 슬퍼했으나, 오직 게일만이 덤덤했다.
그는 아서 라니에로의 죽음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애초 그날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지금까지 숨이 붙어있었던 것이 용했다.
아서가 죽고, 새 일족 수장의 장례라고는 볼 수 없을 만치 간소한 장례가 끝나던 날.
게일은 충동적으로 슈빌을 찾아갔다.
그러니까, 그건 확실히 충동이었다.
“……오라버니?”
슈빌은 머리칼을 자르고 있었는지, 방 안에는 가위를 든 하녀가 다소곳하게 서 있었고 바닥에는 고동색 머리칼이 흩어져 있었다.
게일은 흩어진 머리칼을 보자마자 소름이 돋는 기분에 입을 조그맣게 벌렸다.
아서 라니에로의 생명력을 빼앗던 그날, 슈빌의 머리카락이 자라나던 광경이 기억난 것이다.
그렇다면, 저만큼 자란 머리카락은…….
게일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슈빌의 방을 급하게 떠났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