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5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53화(153/187)
헤른은 켄드릭의 허락을 구하고, 예크하르트의 본 저택으로 돌아와 고서들이 쌓여 있는 도서관에 발을 들였다.
본래 예크하르트의 직계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허락하지. 예크하르트의 고서들을 훑어봐도 좋다.’
예크하르트의 가주, 켄드릭의 허락으로 헤른은 예크하르트의 고서 보관실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하나였다.
‘금제.’
카인 헤제스가 금제에 당했다.
어쩌면 린시 때처럼 금방 풀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가씨 때와는 상황이 달라.’
린시 때는 에스테르가 우발적으로 금제를 걸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다.
예크하르트 저택 내에서 일곱 살 어린아이에게 금제를 걸 만한 이유가 마땅히 없었으므로.
그러나 카인의 경우는 달랐다.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다.
그러니 린시 때처럼 운 좋게 범인이 죽거나 하여 금제가 풀릴 리는 만무했다.
헤른은 고서 보관실 맨 아래쪽, 금제에 관련된 고서들을 한가득 뽑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고대의 기록들이 상하지 않도록 천 장갑을 끼고, 조심조심 책장을 넘겼다.
먼지가 약간 쌓여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책을 넘기거나 글자를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헤른은 고대의 언어들을 하나하나 차례차례 해독해나가며 책장을 넘겼다.
‘금제가 가장 먼저 사용되었던 기록을 찾아야 해.’
헤른은 모든 해답은 시작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금지된 지 오래인 사특한 술 금제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찾기 위해 한참 동안 책장을 넘겼다.
작고 흐릿한 글자를 너무 오랫동안 보고 있었던 탓에 눈알이 뻐근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종종 눈이 아프면 고개를 젖히거나, 관자놀이와 미간을 꾹꾹 눌러 가며 책장을 마저 넘겼다.
그런데 금제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었다.
전부 다 금제가 얼마나 사특한 술인지에 관해서만 서술하고 있었다.
‘역시 없나…….’
헤른이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금제를 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시전자가 직접 해금하거나, 혹은 시전자의 사망으로 금제가 자연히 풀리거나.
전자의 경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으므로, 범인을 찾아내 죽이는 편이 더 쉬웠다.
그러나 어떻게, 뭘 위해서 금제를 걸었는지도 묘연한 지금, 범인을 찾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이것만 보고 이만 가야겠군.”
벌써 고서를 정신없이 뒤진 지 열 시간 남짓이 지나있었다.
헤른은 열두 시간 이상 린시와 아르센의 곁을 떠나 있는 것을 불안해하는 편이었다.
아르센은 요새 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린시의 말에 따르면 반점이 진해지는 이상증상이 보였다고 했고,
린시는 자신의 몸을 치유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자주 아프곤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만 보고 가야지.
나지막이 뇌까리며, 먼지 쌓인 책장을 넘겼을 때였다.
흥미로운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
헤른이 소리 내어 발음해 보았다.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자, 왠지 모르게 낯선 기분이 들었다.
당연한 일인가?
■■들은 이미 멸족했으니까.
“사라진 일족…….”
헤른이 중얼거렸다.
이 일족에 관해서라면 헤른 역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오래전, 고대에 다말 땅에 사는 일족들이 있었다고.
정확히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바에 따르면.
그들은 신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은 일족이었다.
신이 특히 아끼고 어여삐 여겨, 그 어느 일족보다 강한 축복을.
그 어느 일족보다 아름다운 육체와, 단단한 이지를.
신의 말씀을 받아 적을 수 있는 능력과, 서로를 보다 더 아끼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그리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랑을 주었다고.
헤른은 거기까지 생각한 뒤, 천천히 고대의 서적을 읽어 내려갔다.
다른 책들보다 더 낡고 오래되어 글자가 희미해 읽기 힘들었지만, 아주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서적에는 다말 땅에 살던 ■■들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동시에 그들에게 내린 신의 축복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들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은.
마나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일족 모두가 공평하게 갖고 태어나는 특별한 힘.
그들은 마나를 다루어 지금 수인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이능’을 자유자재로 구현해낼 수 있었다.
헤른은 기록을 읽으면서 당연한 의문에 휩싸였다.
‘이런 이들이 왜 멸족했지?’
기록에 따르면 지금 수인들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일족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 일족은 이지를 잃는 일이 다른 일족들보다 현저히 적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멸족이라니.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이 신을 무시하고, 신에게 도전하려고 들어서 벌을 받아 멸족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 얘기일 뿐이었으므로, 헤른은 보다 정확한 기록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일족들의 기록에도, ■■들이 왜 사라졌는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이하리만치 그들에 관한 기록이 없었다.
보통 한 일족이 멸망했다면, 다른 일족들 역시 그 이유를 알 텐데.
멸족한 이후 시기의 서적에는, ■■들의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모든 수인들의 기억 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헤른은 마저 읽어나갔다.
멸족한 일족들은, 마나를 사용하여 이능을 마음대로 구현해낼 수 있었지만.
가끔가다 욕심이 지나쳐 이지를 잃고 동족을 해치는 이들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일컫는 명칭은…….
[그들을 ●●라고 불렀다.]지워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읽을 수 없었다.
글자는 읽을 수 있었지만, 소리 내어 읽으려고 들면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헤른이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기록을 계속 읽어나갔다.
[그들은 신의 축복으로, 사특한 힘을 사용하는 법을 깨우쳤다. 신의 축복은 결코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거나 그들을 해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은 신의 축복을 통해 타인을 해치기 위한 ‘술’ 몇 가지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금제를 포함, 여섯 가지의 금지된 술을.]금제.
두 단어에 헤른이 졸린 눈을 퍼뜩 떴다.
그리고 기록을 마저 읽었다.
[눈을 가리는 저주의 술을. 생각을 통제하는 저주의 술을. 입을 틀어막는 저주의 술을…….]여섯 가지 저주의 술 중, 세 가지 술에 관해서는 지워져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입을 틀어막는 저주의 술’이 금제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고대의 일족으로부터 기인한 것.
신의 축복을 뒤틀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물.
과거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알아선 안 되는 것들을 알아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헤른은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읽어나갔다.
[저주의 술을 풀고자 한다면, ■■들 중 가장 깨끗한 마나를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들만이 저주의 술을 해금할 수 있다.]그러나 기록되어 있는 해금 방법이 헤른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들은 멸족했다.
그런데 그들 중 가장 깨끗한 마나를 가진 이를 도대체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헤른은 심란한 낯으로 책장을 넘겨나갔다.
이후에는 ■■들이 얼마나 우월하고 월등한 일족이었는지 기록되어 있었다.
순전히 ■■들의 관점에서 기록된 서적이었다.
헤른은 의아해하며 책을 다시 살폈다. 이 책은 분명히 양 일족의 서적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런데 양 일족의 책이라고 하기에는 책 겉표지의 질감 같은 것이 묘하게 달랐다.
그는 우선 시간을 살폈다.
‘벌써 열두 시간이나 지났군.’
이제는 린시와 아르센한테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가서 린시와 아르센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 이후에 서적을 다시 살펴보러 올 생각이었다.
우선 대충 훑어보았을 때, 금제에 관련된 기록은 그것으로 끝인 것 같았지만.
‘흥미로운 기록들이 많으니,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는 서둘러 책장에 고서를 도로 꽂아 두고서 고서 보관실을 나섰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책 사이에서, 뜯어진 책장 한 장이 팔랑 떨어지는 것을.
그리고 그 책장에는.
[……●●들에게는 특별한 저주의 술이 있다. 단 세 명만…….]헤른이 고서 보관실을 나섰다.
***
“……지금이 몇 시야?”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나는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려다,
‘……어어, 분명히 수인화하고 잤는데?’
내가 지금 아르센의 품 안에 안겨있다는 것을 자각하고서 눈만 데구르르 굴렸다.
분명히 둘 다 수인 모습으로 잠들었던 것 같은데,
수인화가 풀린 건지, 내가 아르센의 품 안에 폭 안겨 있는 꼴이 되어 있었다.
나는 곤히 잠든 아르센의 낯을 올려다보았다.
“……아르센.”
그리고 나지막이 소년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