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5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56화(156/187)
“보여줄 것이라니요?”
나는 자리에 앉아 냅킨을 집어 들다 말고 고개를 돌려 켄드릭을 바라보았다.
켄드릭은 우선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 나누자는 듯 가볍게 식탁을 가리켰다.
이어 차례차례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샐러드가 식탁 위에 오르고, 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생선 요리들이 식탁에 올랐다.
아르센은 생선 요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내가 성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참는 듯했다.
레몬즙을 뿌려 구운 대구 요리는 정말 훌륭했고, 생선 수프와 스테이크 역시 맛이 좋았다.
곧이어 성년식 때만 먹는다는 특별한 빵도 상 위에 올랐다.
요리사의 설명으로는, 겉에 설탕을 입히고 안을 동그랗게 파 젤리와 과육을 채운 빵으로, 성년식 전에 먹는 것이 늑대 일족의 풍습이라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빵을 입에 넣어 보았다.
먹자마자 입 안에 달콤한 맛이 퍼지는 게…….
왜 성년식 전에 먹는 음식인지 알 것 같았다.
‘단 걸 졸업한다는 의미구나…….’
혹은 이 단 빵이 어릴 때의 기억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요리사가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켄드릭은 식사 도중 단것을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원래대로였으면 내 성년식 날이었으니까 봐주시나 봐.’
나와 아르센은 다른 훌륭한 요리들은 제쳐두고 빵을 제일 열심히 먹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나란히 단 음식을 가장 좋아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켄드릭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다가, 식사도 마저 하라는 뜻으로 내 접시에 생선살을 덜어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켄드릭은 내가 일곱 살 때부터 내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 주곤 했는데,
그건 내가 성년이 되는 날인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요리는 모두 훌륭했다.
요리사가 내 성년식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음식이다 보니 더욱 훌륭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걸 한 번 더 준비하셔야 한다니…… 미안하지만.’
요리는 몹시 맛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 번 더 먹는 날이 기대될 지경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그래, 따라와.”
켄드릭은 나와 아르센을 데리고 저택의 3층으로 향했다.
이곳의 3층은 거의 올라올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와 아르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올라온 건 거의 처음인가?’
켄드릭은 제2저택의 3층에는 중요한 것을 보관해놓은 곳이 많다며, 올라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이 위에 올라와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켄드릭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3층 복도 맨 끝 햇빛이 들지 않는 방이었다.
켄드릭이 품 안에서 열쇠를 꺼내 열쇠구멍에 꽂고 익숙하게 돌리자.
덜컥.
문이 스르륵 열렸다.
“들어가지.”
그는 방 안을 까딱, 턱짓하며 말했다. 나와 아르센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켄드릭의 뒤를 따라 방안에 들어왔다.
켄드릭이 안내한 방은, 누군가 얼마 전까지 지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방이었다.
“네 어머니는 이 저택의 3층에서 축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걸 좋아하셨지. 이 자리가 가장 잘 보이거든.”
켄드릭이 아직까지도 창틀 근처에 놓여 있는 의자를 톡톡 치며 말했다.
말하며 웃는 켄드릭의 눈에는,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어렴풋이 깃들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켄드릭은 우리를 소파에 앉혔다.
나와 아르센은 혹여 오래된 소파가 망가질까 싶어 조심조심 앉았다.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의 주인, 그러니까 아르센의 어머니께서 방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일 년에 한 번, 축제 때만 머무르는 방이었겠지만.
이곳저곳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 보이는 모양새가 그랬다.
아르센 역시 켄드릭에게서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조심스럽게 소파를 쓸어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르센을 힐긋 바라보곤,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르센이 나와 손을 맞잡았다.
“린시, 네게 보여줄 게 있다고 했지.”
켄드릭은 품 안에서 조그만 보석함을 하나 꺼내 탁자에 내려두었다.
나는 보석함으로 시선을 옮기며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예크하르트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보석이다. 인어의 눈물이라고 부르지.”
켄드릭이 보석함을 열어보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아르센 역시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게 열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집어 들어 열어보았다.
딸깍.
경쾌한 소리가 들리고, 보석함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타원형의 푸른색 다이아몬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하고 투명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였는데, 그 가운데에는.
“예크하르트…….”
예크하르트의 문장이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마치 예크하르트의 주인만이 이 보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켄드릭이 고개를 까딱였다.
“아르센, 네 어머니. 그러니까 린시 네겐 시어머니지……. 그 사람이 이 보석을 이곳에서 받았단다. 내가 여기서 프러포즈를 했거든.”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켄드릭의 낯에는 그리움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이건 예크하르트의 가주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다. 예크하르트의 가주와 그 부인만이 볼 수 있는.”
아르센이 켄드릭의 말을 듣고서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당장 네게 가주직을 물려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아르센.”
켄드릭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지. 아직 가주직을 넘겨받기에는 네가 너무 이른 나이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네가 예크하르트의 가주가 되겠지. 그리고 린시…….”
켄드릭의 푸른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나는 켄드릭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린시.”
켄드릭이 보석함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네가 예크하르트의 일원으로 남아 주었으면 한다.”
“…….”
“부담을 주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네가 없는 예크하르트는 상상할 수조차 없어.”
켄드릭이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갔다.
“린시. 너는 예크하르트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나는 그만큼 네게 보답하고 싶어.”
나는 켄드릭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보, 보답이라니요! 받은 건 제가 훨씬 더…….”
“적지. 한참 적어. 그러니 린시…….”
켄드릭이 말을 이었다.
“예크하르트가, 그리고 내가, 그리고 아르센이…… 너의 가족으로서 네게 보답할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말하는 켄드릭의 눈이 평소보다 더 맑고 단단해 보여서 나는 멍하니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으로서 보답할 기회를 달라니.’
나는 아르센과 이혼할 생각이었다.
……불과 삼십 분 전까지도 말이다.
아르센은 예크하르트의 수장이고, 나보다 더 걸맞은 반려가 필요할 테니까.
새 일족이 늑대 일족 수장의 반려가 된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아르센과 켄드릭.
내가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이, 내게 가족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나는.
그래, 사실은 나도 예크하르트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떠나고 싶지 않아.’
그건 아주 오래전, 예크하르트를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아르센의 보석 단추를 모으던 시절부터 그랬다.
미움받고 싶지 않았고,
떠나고 싶지 않았고,
더 나아가서는 사랑받고 싶었다.
예크하르트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그래서 더욱 아르센과 이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크하르트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나는 아르센의 병을 깨끗하게 고쳐주고 떠나는 것으로 내 역할을 다하면 된다고.
그런데.
나는 갑자기 눈물이 울컥 차오를 것만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떠나지 말라고 얘기하던 아르센이 떠올랐다.
“네가 나와 같은 선택을 했으면 해.”
가족이 되어 달라고 말하는 켄드릭이 눈앞에 있다.
“나는 네가 예크하르트의 일원으로 남아 주었으면 한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자꾸만 욕심을 부리고 싶어졌다.
애초 나한테는 처음부터 너무나도 과분한 것들이었는데,
그런데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마구 손을 뻗고 싶어지는 것이다.
내가 입술을 꾹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르센이 살짝 당황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린시.”
“으응? 어어, 나는 괜찮아.”
“부담 되었다면 미안하다, 린시. 그러나 네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
내가 보석함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켄드릭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네 결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