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0화(160/187)
“……잠깐.”
나는 아르센의 손목을 잡았다.
“왜, 린시.”
“있잖아, 아까 하늘에 떠 있던 새 일족들 봤어?”
행사장 위에 떠 있던 새 일족들.
새 일족들은 다른 일족들과 좀 달랐다.
확실하게 뭐가 다르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좀 이상했어.’
하나둘, 행사장으로 곤두박질쳐 행사장 안의 수인들을 공격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하늘에 떠서 하늘을 빙빙 돌고만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제서야 새 일족의 성물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떠올랐다.
새 일족이 지난 9년 동안 다른 일족들과의 교류를 단절했다는 것도.
“새 일족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
나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일스 꽃가루가 어떻게 그리 순식간에 수인들 사이로 퍼져나갔는지 깨달았다.
“……날개.”
“날개?”
“새 일족들이 날개에 꽃가루를 묻히고 온 거야! 하늘에 떠서 날기만 해도 꽃가루가 퍼져나가도록!”
왜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지?
새 일족들이 하늘에 떠서 날갯짓을 할 때마다 자일스 꽃가루가 넓게, 넓게 퍼져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행사장 위에서 빙빙 돌고만 있던 새들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꽃가루를 퍼트리고 있었던 거야.’
아르센이 충격받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게 모두 게일이 벌인 짓이라고?”
“그건…….”
나는 그 질문에는 대답을 주저했다.
게일 혼자서 꾸민 일이라기엔, 너무나도 스케일이 컸다.
게다가.
‘게일의 표정…….’
먼젓번에 게일과 부딪혔을 때, 게일은 불쾌해하면서도,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의식을 치를 때의 볼품없는 모습만 떠올려 봐도, 게일이 이 엄청난 일을 계획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르센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새 일족이 자일스 꽃가루를 퍼트린 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게일이 계획한 일인지는…….”
그때, 머릿속에 슈빌이 스쳐지나간 건 왜일까.
히이힝-!
그때 마차가 멈춰 섰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살짝 바깥을 내다보자, 기사들이 앞을 가로막고 선 거대한 뱀 수인을 쫓아내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그림자 늑대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뱀 수인을 쫓아내고 다시 길을 갈 수 있었다.
문제는 계속해서 수인들이 튀어나와 마차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기사들이 쉼 없이 수인들을 막고, 그림자 늑대가 수인들을 내쫓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큰일이네.”
어서 영토로 돌아가야 하는데.
켄드릭은 성물을 저택의 지하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저택에도 큰 피해가 생길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이미 저택이 망가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괜찮을까?’
내게 늘 상냥하게 대해 주던 저택의 사용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무사해야 할 텐데.’
그렇게 또 얼마나 갔을까.
마차가 다시 멈춰 섰다.
“꿰에에엑!”
엄청나게 크고 단단한 양 어금니를 가진 거대한 돼지가, 마차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기사들이 동시에 검을 빼들었다.
문제는 돼지가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아르센이 중얼거렸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돼지 수인들이, 이지를 잃은 채로 성역의 경계에서 우리 마차가 더 이상 갈 수 없게 막고 있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그림자 늑대도 살짝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기사들 역시 곤란한 기색이었지만, 우선 마차가 갈 수 있는 길을 내려고 상황을 살폈다.
그런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낭팹니다. 마차가 움직일 수가 없어요. 뿐만 아니라…….”
실수하면, 전부 다.
기사 한 명이 기사단장에게 나지막이 말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아르센이 켄드릭이 건네주었던 성물이 든 상자를 손에 꼭 쥐었다,
마차가 가지 못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사의 말대로, 어쩌면 여기서 저 엄청난 수의 돼지 수인 떼에게 짓밟혀 죽을지도 모른다.
선두에 서 있던 거대한 검은 돼지가, 콧김을 내뿜으며 앞발로 땅을 긁었다.
“꿰에에엑-!”
“린시!”
아르센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응?”
“……날 수 있지?”
“뭐?”
아르센은 더 이상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내게 어서 수인화하라고 재촉했다.
“날아서 가라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역시 새 수인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확실히 날아가는 게 편할 거야.’
그때, 돼지 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림자 늑대가 번개같이 뛰어나가 거대한 돼지와 맞붙었다.
기사들 역시 검을 빼들고 우리 주변에 둥글게 서서 우리를 지켰다.
“성물을 들고 날아서 가. 금방 따라갈 테니까. 지금은 시간이 없어.”
아르센이 성물을 내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새 일족들 때문에 하늘도 위험하겠지만, 여길 뚫고 가는 것보단 수월하겠지. 게다가…….”
쿵!
어디선가 거대한 돌덩이가 날아와 우리 위를 덮쳤다.
그러나 켄드릭이 걸어둔 보호막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
“보호막이 있으니까, 누가 공격해도 괜찮겠지. 그래도 최대한 빨리 날아. 날아서 저택으로 가.”
아르센은 더 이상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듯 나를 재촉했다.
힐긋 우리 쪽을 돌아본 데곤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가씨! 크윽!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성물이 든 상자를 내려놓고 가볍게 발을 굴렀다.
펑-!
아수라장 속에서, 연둣빛 연기가 뭉게뭉게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시야가 살짝 낮아지고, 눈에 붉은색의 두 날개가 들어왔다.
“삐이잇!”
나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바닥에 내려놓았던 성물을 발로 꽉 쥐었다.
갈고리처럼 둥글게 휜 발톱으로 상자를 단단히 쥐고서, 아르센을 한번 바라보았다.
“조심해.”
아르센이 내 부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코를 맞댔다.
“조심해야 돼, 언제나.”
아르센은 나를 혼자 보내야 한다는 것이 걱정되는 듯했다.
걱정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늘에는 이지를 잃은 새 수인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추측이지만, 심지어 날개에 자일스 꽃가루를 잔뜩 묻힌 채로!
‘내가 잘 피해서 갈 수 있을까?’
그것도 예크하르트의 성물까지 들고서.
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걸 지켜내야 했다.
‘괜찮을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다독여 안심시킨 다음, 아르센에게도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부리를 부비적거렸다.
“!”
그리고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둥글게 날아올랐다.
긴 꼬리깃이 원 모양을 그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르센과 기사들, 예크하르트의 마차, 갑자기 우리를 습격한 돼지 수인 떼가 발밑으로 점차 멀어졌다.
‘앞만 보고 가자.’
갈 수 있어.
나는 성물이 든 상자를 쥔 발에 더욱 힘을 줬다.
바람이 귓가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여기서부터 늑대 영토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지금부터 빠르게 날갯짓하면, 중간에 지쳐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바람을 탄 뒤, 날개를 넓게 펼치고서 중간중간 밑을 내려다보았다.
늑대 영토는 남쪽으로 가야 했다.
남쪽으로 향하는 바람이 적당해서, 이대로라면 금방 편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물을 돌려놓고, 아르센을 데리러…….’
나는 속으로 계획을 세우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르센은 내가 데리러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내가 위험해지는 걸 그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애니까.
켄드릭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조건 나부터 챙기라고 한 건, 내가 자꾸만 미련하게 다른 수인들을 돕고 싶어 해서겠지.
그러나 이런 상황에 함부로 나섰다가는, 외려 짐만 될 것이 뻔했다.
어쩌면 저 수인들을 정화할 수 있는 이가 나밖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내 형제들 중에는 몇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일스 꽃을 퍼트린 이가 새 일족으로 추정되는 지금, 새 일족이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정화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까 내가 정신 차려야 해.’
아르센은 괜찮을 거다.
그림자 늑대도 있고, 켄드릭이 걸어준 보호막도 있었고.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내가 걸어준 목걸이도 있었다.
그러니까 우선 저택에 성물을 가져다놓고, 저택 근방에 피해를 입은 수인이 있다면 그들을 수습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꿰에에엑-!!”
‘응?’
나는 이상한 소리에, 느리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새 일족 하나가, 매서운 속도로 나를 쫓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도 충분히 빠르게 날고 있었다.
그런데 새 수인은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를 뒤쫓고 있었다.
나는 날개를 움직여 방향을 바꿔, 나를 쫓는 새 수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도망쳐야 해!’
지금 내게는 예크하르트의 성물이 있었다.
이걸 잃어버리면 안 된다.
나는 있는 힘껏 날아서 도망쳤다.
그런데.
“삐이이잇-!!!!”
나보다 덩치 큰 새가, 날카로운 발톱을 내게 겨누고 위에서 나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