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1화(161/187)
“!”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간발의 차로 위에서 나를 덮치는 새를 피할 수 있었다.
내가 피하자, 새는 밑으로 추락하더니, 다시 무서운 속도로 날아올라 나를 쫓아왔다.
‘말도 안 돼!’
저런 속도라니. 저 새는 라니에로의 기사인 걸까?
일반적인 새 일족이 라니에로를 따라잡을 만한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라니에로는 수장 가문인 만큼 다른 새 일족들보다 신체 능력이 우월하므로.
그런데 지금 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새는, 금방이라도 나를 따라잡을 것만 같은 엄청난 속도였다.
거대한 부리를 쩍 벌리고서, 내 꼬리깃을 낚아채려고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 새를 데리고 저택까지 갈 수는 없어.’
저택까지 가면, 저택에 남아 있는 기사들이나 다른 늑대들이 새를 처리해 주기야 하겠지만.
“꿰에엑-!”
이 새는 지금 이지를 잃은 상태였다. 그 말은 제압하기 몹시 어려운 상태라는 얘기다.
그러니 늑대들이 제압한다고 해도, 다치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따돌리고 가야 하는데.’
나는 급하게 비행하면서, 주위를 홱홱 둘러보았다.
다행히 이 새 말고는, 나를 쫓아오는 새는 없었다.
하지만 이 새를 계속 달고 비행하면 눈에 띌 테고, 그러면 또 다른 새 일족이 쫓아올지도 몰랐다.
“!”
그때, 다행히 거대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줄기 두 개가 꼬아진 모양새인데, 가운데에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나는 빠져나갈 수 있지만, 덩치 큰 저 새는 통과하지 못할 만한 구멍 말이다.
‘이지를 잃었으니, 장애물을 피할 생각 같은 건 못 할 거야.’
이지를 잃으면 정말 짐승처럼 목표만 쫓게 되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나를 쫓으려고 할 터였다.
나는 날개를 틀어 급하게 거대한 나무 쪽을 향해 비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새는 내 뒤를 바짝 쫓았다.
‘좋아.’
나는 발에 쥐고 있던 예크하르트의 성물을 더 단단히 붙들고서,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날았다.
그리고 구멍 사이로 쏙, 통과했다.
쾅-!!!!
거대한 새가 나무와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뭇잎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무에 터를 잡고 살던 곤충들이 전부 추락했다.
나는 그 사이를 빠르게 비행해 빠져나왔다.
거대한 새는 무서운 속도로 나무에 머리를 부딪쳤으니, 나를 따라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뒤를 살짝 돌아보니, 나를 쫓던 거대한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심한 뒤 더 힘차게 날개를 움직였다.
***
“큰일 났어요, 성역이, 성역이!”
하녀 한 명이 켄드릭의 서신을 들고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집사장 에단은 하녀의 손에 들려 있던 서신을 받아들었다.
“성역에 무슨 일이 생긴 건…….”
그들은 좀 지친 채였다.
아직 축제 기간이 끝나지 않아, 켄드릭과 아르센, 린시가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토 곳곳에서 이지를 잃은 수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에단은 우선 켄드릭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어서 돌아오셔야 할 것 같다고 서신을 썼다.
영토 곳곳이 이지를 잃은 수인들로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저택에 남아 있던 예크하르트의 기사들이 이지를 잃은 수인을 제압하러 빠르게 흩어졌지만,
‘역부족이야.’
켄드릭이 있어야 했다.
하필이면 수장이 자리를 비운 틈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때까지만 해도 에단은 이 일이 늑대 영토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족의 영토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였다.
때문에 에단의 낯에 근심이 드리웠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늑대 일족이 다른 일족들에게 지탄받을 거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저택 안에는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문제야.’
성물의 가호가 없으니,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마구 들어오면 막아낼 도리가 없을 터였다.
기사들이 최선을 다해 방어하겠지만…….
에단이 한숨을 쉬었다.
켄드릭은 이지를 잃은 수인을 죽이지 못하게 했다. 늘 생포해 오라는 명령만을 내렸다.
당연히 생포하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번거로워서, 기사 한둘이면 끝날 일에 기사 예닐곱 명 남짓이 동원되곤 했다.
그리고 켄드릭이 없는 지금도, 기사들은 켄드릭의 명령대로 이지를 잃은 수인을 죽이는 대신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은 그렇게 하기에 이지를 잃은 수인들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에단이 한숨을 내쉬었다.
켄드릭은 축제에서 성물을 확인하기 위해 예크하르트의 성물을 들고 갔다.
때문에 저택에는 지금…….
‘성물의 가호가 없다.’
아홉 일족이 가지고 있는 아홉 개의 성물.
그 성물에는 신의 축복과 비슷한 결인, 신의 가호가 깃들어 있었다.
성물이 건재한 이상, 성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까지는 사특한 힘이 들어올 수 없는 가호, 말이다.
그러나 사특한 힘이라는 것이 기준이 모호해서, 가끔은 신의 가호가 존재한다는 것을 까먹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지금.
‘신의 가호가 절실하다.’
에단이 서신을 펼쳐들었다.
방금 막 받은, 켄드릭의 서신이었다.
그답게 단정하면서도 빠르게 쓴 기색이 느껴지는 필체.
성역에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급격히 생겨나고 있어, 귀가가 좀 늦어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아르센과 린시를 먼저 돌려보내니 둘을 잘 지키라는 말도 쓰여 있었다.
에단이 서신을 읽고 눈을 크게 떴다.
“성역까지? 설마, 그럴 리가…….”
성역은 신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성스러운 곳.
그런 곳에 갑자기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니, 몹시 불길한 징조였다.
게다가 지금은 아직 축제 기간이니,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때.
“어? 에단 님!”
하녀 한 명이, 바깥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 저기!”
***
‘진짜 힘들다.’
나는 거의 헥헥대며 잠시 날개를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바람이 예크하르트 쪽으로 잘 불고 있어, 날개를 움직이지 않아도 예크하르트 저택으로 갈 수 있었다.
다행히 나를 쫓는 새 일족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난장판이 된 성역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듯했다.
정신없이 날아온 덕분에, 금방 저 멀리 예크하르트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금 더 힘을 내 빠르게 날갯짓을 했다.
얼마나 정신없이 비행했는지, 거의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어지러워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 와서 쓰러질 수는 없었기에, 눈을 부릅떴다.
예크하르트 저택의 마당에 사용인들이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를 발견한 걸까?’
나는 천천히 꼬리깃과 날개를 틀어, 마당에 착지하기 위해 느리게 비행했다.
사용인들이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에단도 있었다.
나는 익숙한 얼굴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택의 마당에 착륙했다.
그리고.
“삐잇!”
발이 땅에 닿는 순간에,
펑-!
수인화를 풀었다.
연둣빛 연기와 불그스름한 연기가 한데 섞여 뭉게뭉게 퍼져나갔지만, 정신이 없어 아무도 신경 쓰지 못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에단이 급하게 달려와 내 상태를 살폈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싶었지만,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저는 괜찮아요. 근데 아르센이 성역에…….”
“진정하시고 말씀해보세요. 일단 여기 물을 좀.”
에단이 손짓하자, 하녀 한 명이 내게 시원한 물을 건넸다.
나는 물을 받아들어 급하게 벌컥벌컥 마신 뒤, 물컵을 내려놓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르센과 기사단이 아직 성역의 경계에 있어요.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떼로 덤벼드는 바람에…….”
지금은 무사히 탈출했을까?
그림자 늑대가 있으니, 어쩌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물리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걱정을 잠시 밀어내고, 내내 손에 쥐고 있던 성물이 든 상자를 에단에게 보였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이걸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에단은 상자만 보고도 이게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맞혔다.
상자의 겉에, 예크하르트를 상징하는 문장이 크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성물이군요! 이쪽으로 오세요, 아가씨. 성물을 돌려놓아야 합니다.”
“제가 돌려놓는 건가요?”
“그럼요, 예크하르트의 일원이 아니면 제단에 접근할 수 없으니까요.”
에단이 나를 데리고서 급하게 지하로 향했다. 하녀들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
지하 깊숙한 곳.
에단은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깊은 곳까지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손에 성물을 꼭 쥐고서, 바싹 마르는 입 안의 침을 삼키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가 예크하르트의 제단 있는 곳입니다. 아가씨.”
성물을 돌려놓을 장소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