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3화(163/187)
잠에서 깨니 헤른과 아르센이 저택에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내려가 아르센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아르센!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르센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가며 혹 다친 곳은 없나 확인했다.
아르센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슬쩍 웃더니,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목걸이 덕분이야.’
아르센이 자신의 가슴팍을 톡톡 쳤다.
나는 그제서야 아르센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능을 불어넣어 만들어 준 목걸이였다.
‘목걸이가 제 역할을 했구나.’
역시, 걸어 주기를 잘했다.
나는 아르센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헤른 선생님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선생님도 괜찮으세요?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고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 다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헤른 선생님은 제법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어서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응접실 소파에 앉고서, 맞은편에 앉기를 권했다.
헤른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이 사태를 완화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자일스 꽃의 해독제를 만드는 겁니다. 해독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헤른이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자일스 꽃의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니? 자일스 꽃은 해독제가 없는 독초로 유명했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다시 돌려낸 기록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해독제라니?
그제서야 켄드릭이 그간 보였던 태도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았던 것.
내게 치료를 부탁하지 않았지만, 수인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 주던 것.
‘그래서였구나.’
해독제가 있었어.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헤른이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약의 원재료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약의 원재료는…… 다말 땅에서 나는 잎과 꽃이니까요.”
“약의 원재료가 다말에서 나는 꽃과 이파리들이라고요?”
나는 헤른의 말을 듣고서 눈을 깜빡였다.
헤른의 말을 듣고 나니, 왜 켄드릭이 내가 다말에 갈 때마다 이파리와 꽃들을 부탁했는지 이해가 갔다.
단순히 연구용이라고 생각했는데, 헤른과 켄드릭은 그것들로 자일스 꽃을 해독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나한테는 안 알려준 거지?
헤른이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켄드릭 님께서 아가씨께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가씨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비밀로 부치라고 하셨지요. 아마도 이 일이 알려지면 아가씨의 비밀이 밝혀질까 걱정하신 듯합니다.”
나는 그제서야 헤른이 내가 다말 땅을 정화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긴, 그 잎과 꽃을 어디서 구했는지 말해야 했겠지.
켄드릭을 이해했다.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다른 일족들 역시 해독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할 테고.
그럼 재료를 어디서 구했는지도 말해야 한다.
이 말은, 켄드릭이 지금 십 년째 이능을 사용하여 가려놓은 내 비밀이 모두에게 밝혀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재료가 다 떨어져서, 해독제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아가씨께서 다말 땅에 다녀오신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헤른이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말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다녀왔으니까…….”
그때, 켄드릭의 부탁으로 한 바구니 가져다주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 양으로 해독제를 넉넉히 만들어 놓기엔 턱도 없이 부족했을 게 분명했다.
“현재로선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가씨뿐이니…….”
헤른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말 땅에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켄드릭은 애초 다말 땅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켄드릭이 정화된 곳을 철저하게 숨겨둔 탓에 그동안 다말을 들락거린 것은 나와 아르센뿐이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재료를 가지러 가야 했다.
“해독제를 만드는 데 얼마나 필요할까요?”
“최대한 많이 가져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어서 비축해야 할 것 같아서요. 늑대 일족의 피해자들을 우선적으로 구하고, 남으면 다른 일족들도 구제할 예정입니다. 다만.”
헤른이 말했다.
“저 혼자 만들기에는 손이 많이 가고 양도 많아, 켄드릭 님의 양해를 구한 후 사슴 일족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슴 일족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터였다. 연구하기를 좋아하고, 약초학에 능통한 일족이었으니까.
“좋아요, 그럼 지금 출발하면 되나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르센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린시,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치만 아르센, 지금 한시가 급하잖아. 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내 말에 아르센이 한숨을 내쉬며 나를 슬쩍 끌어안았다.
“같이 가, 그럼.”
“알았어, 같이 가자.”
나는 아르센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확실히 혼자 가는 것보다는, 아르센과 같이 가는 편이 더 안전했다.
‘또 새 일족이 쫓아오면 곤란하고.’
아르센에겐 얘기하지 못했지만, 나를 맹렬하게 쫓아오던 새 일족이 떠올라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때는 운이 좋아 따돌렸지만, 다음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게다가.
‘내가 목표인 것 같았어.’
이지를 잃은 수인들은 보통 목표를 하나 설정하고 물어뜯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물어뜯는다.
그런데 그 새 일족은, 마치 눈에 나만 보인다는 듯이 나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왔었다.
안 좋은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
“아무튼 어서 가자, 아르센.”
“마차를 타고 갈 거야?”
아르센이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림자 늑대의 등에 타자. 어두우니까 눈에 안 띌 거야. 최대한 은밀하게 조심히 가야 해. 알았지.”
“그래, 옷 갈아입고 나와. 밖에서 기다릴게.”
아르센과 헤른이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하녀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움직이기 편한 원피스로 갈아입고서, 양손 가득 바구니를 들었다.
아르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왜?”
되묻자, 아르센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까딱였다.
아르센의 손 주위로 금세 검은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모여들더니, 거대한 그림자 늑대가 마당에 우뚝 섰다.
그리고.
“…….”
아르센이 손을 한 번 더 휘저었다.
그림자 늑대의 몸에서 조그만 그림자 덩어리가 떨어져 나오더니, 꾸물꾸물 펼쳐져 거대한 천 모양이 되었다.
“아르센!”
아르센이 이능을 활용하는 법을 깨우친 건가?
아르센은 아직 미숙하다고 중얼거리며, 거대한 천처럼 만든 그림자를 나와 자신의 머리 위에 덮어썼다.
“이러면 눈에 안 띌 거야. 그리고, 바구니에 가져오는 것보단 천에 넣어서 늑대 입에 물리는 게 편할 거고. 하지만 많을수록 좋긴 하니까…… 바구니는 들고 가자.”
아르센이 중얼거렸다.
그림자 늑대가 우리가 편히 올라탈 수 있도록 납작 엎드려 주었다.
우리는 그림자 늑대의 등에 올라타, 밑에 있는 에단과 기사들, 그리고 헤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금방 올게요!”
에단과 기사들은 우리가 어디에 가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보내는 것이 걱정되는 듯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아가씨. 그림자 기사단이라도!”
“아니, 괜찮아요. 금방 돌아올 테니까.”
에단이 불안해하는 것은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기사단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
기사단과 동행하면 우리가 지금 다말 땅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만다.
오직 우리가 어디에 가는지 아는 헤른만이, 조용히 자리에 서서 우리를 배웅했다.
“잘 다녀오십시오, 아가씨, 도련님.”
“금방 다녀올게요.”
내 말이 끝나자, 그림자 늑대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캄캄한 밤이었기 때문에, 우리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곧장 가면 들킬지도 모르니 돌아서 가자.”
아르센이 내 허리를 꽉 끌어안고서 고개를 틀었다.
아르센이 고개를 튼 쪽으로 그림자 늑대가 방향을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쳤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림자 늑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어떤 수인도 감히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아르센은 내가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는지, 내 허리를 잡은 손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그림자 늑대는 우리가 평소 가던 길을 지나, 한참을 돌고 돌아서 목적지 다말 땅에 도착했다.
켄드릭이 이능으로 덮어 가려놓은 저주의 땅.
켄드릭의 이능이 걷히지 않은 지금은 그저 저주받은 땅처럼 보이는 곳.
문제는,
‘이능이 걷히지 않아서 길이 보이지 않아.’
어디가 정화된 곳이고, 어디가 정화되지 않은 곳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아르센이 다말 땅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이능이 안 걷혀서, 멋대로 들어갈 수가 없겠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생각까진 미처 못 했는데,’
낭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