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4화(164/187)
다행인 것은, 다말의 경계를 지키던 기사들이 입구가 어느 쪽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켄드릭이 언령을 사용하여 그들이 다말의 비밀을 발설할 수 없도록 막아 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비밀이 새어나갈 걱정 없이 기사들의 안내를 받아 입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입구는 찾았지만.’
읏쌰.
나는 그림자 늑대의 등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입구까지는 무사히 왔지만, 여전히 켄드릭의 이능으로 정화된 구역이 완전히 가려져 있어 길이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어가면 안 되는데.’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말 땅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정화된 곳은 다말 땅 중 극히 일부였다.
점점 더 넓게 퍼져나가 주변까지 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화된 곳까지 통하는 길은 몹시 좁았다.
한 발자국이라도 잘못 내디뎠다간, 다말의 저주로 반드시 죽게 될 터였다.
‘역시 나만 들어가야 하나?’
길을 알 수 없다면 나 혼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애초 다말 땅이 정화된 것도, 내가 다말 땅에 들어서면서부터였으니까.
어쩌면 나는 잘못 들어가도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르센은.
‘아르센은 안 돼.’
아르센은 치유 이능이 없었다. 다말 땅에 들어서자마자 죽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아르센을 남겨두고 혼자서 들어갈 생각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르센의 이름을 부르려던 그때.
“아-르.”
“잠시 기다려 봐, 린시.”
아르센이 말릴 틈도 없이 성큼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림자로 완벽하게 가려진 다말 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르센?”
아르센의 손끝으로,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림자들이 모여 동그란 구체를 만들어냈다.
아르센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림자 늑대는 어느샌가 우뚝 일어서서, 우리를 가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아르센의 어깨를 톡톡 치며 물었다.
“아르센, 괜찮아?”
“이 정도는 괜찮아.”
아르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하고서, 손끝을 살짝 구부렸다.
그러자 그림자들이 아르센의 손 아래로 느릿느릿 모여들더니, 이내.
스르륵-.
켄드릭의 이능이 살짝 걷히고, 가려져 있던 입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센이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림자가 걷힌 틈으로, 푸릇푸릇하게 올라온 잔디들이 언뜻 보였다.
나는 아르센을 힐긋 올려다보았다.
‘얘가 언제 이렇게까지 성장했지?’
분명히 아르센이 사용할 수 있는 이능은 그림자 늑대뿐이었는데.
켄드릭의 이능까지 걷어낼 수 있게 되다니!
아르센과 켄드릭은 예크하르트의 이름 아래 같은 이능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켄드릭의 이능도 걷어낼 수 있는 건가?
그때, 아르센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센의 손을 잡았다.
달빛에 은빛 머리카락이 비쳐 물비늘처럼 반짝였다.
그때.
“…….”
그림자 늑대가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숲이 있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르센은 그림자 늑대가 곧장 따라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지, 그림자 늑대의 목덜미를 쓸어 주며 물었다.
“왜 그래?”
“…….”
그림자 늑대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우리를 따라서 다말 땅 안으로 발을 들였다.
***
“말도 안 돼! 다말에 들어갈 수 있는 이들이 존재했다니!”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그림자 늑대가 고개를 홱 돌려 남자가 숨어 있는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들켰나?’
남자는 기척을 지우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그림자 늑대를 가만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림자 늑대는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그제서야 긴장을 푼 채로, 축축한 흙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다말 땅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저 두 사람의 뒤를 밟은 보람이 있었다!
남자가 연신 중얼거렸다.
그는 숨을 죽인 채, 저 멀리 다말 땅의 경계를 바라보았다.
방금, 그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아르센 예크하르트가 손을 뻗자, 아주 오랫동안 다말 땅을 가리고 있던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틈새로 푸릇한 초목이 살짝 보이는 것을.
‘푸른빛이라니.’
다말 땅에서 그런 색을 본 것이 얼마 만이던가. 적어도 이번 생에는 없었다.
아니, 저번 생도. 저저번 생도…….
이제는 저주받기 전의 다말 땅을 보았던 것이 언젠지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르센과 린시는 익숙하게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한두 번 들어가본 것이 아닌 듯했다. 검은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희열에 몸을 떨던 남자가, 후드를 홱 벗었다.
그러자 기괴할 정도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나타났다.
끔뻑이는 두 눈은 눈꺼풀이 반 이상 소실되었고, 얼굴 가죽은 죽죽 늘어져 마치 노인처럼 보였다.
코는 위로 들리고, 입은 가로로 길게 찢어져 멀쩡한 수인이라고 보기 힘든 형상을 띠고 있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다말 땅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손을 뻗다가, 이내 다시 거두었다.
‘아니, 안 된다.’
지금 뛰쳐나가서 이 모든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다말 땅의 경계, 놈들이 들어간 곳 바로 앞에는 예크하르트의 기사들이 우뚝 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저들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지금껏 이뤄온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결국 남자는 지금 당장 다말 땅에 기어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꾹 억누르고서, 손을 떨어트렸다.
‘그분께서 아시면 분명히……!’
분명히 크게 기뻐하실 터였다.
그분도 이런 수확까지는 기대하지 않으셨을 텐데, 뜻밖에 희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다.
역시 그분의 말씀이 옳았어. 옳았어. 옳았어.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한 남자가, 기쁜 듯 얼굴을 붉혀 가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역시 저 계집애가 ◆◆다.’
그분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이 모든 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 계집애가 필요했다.
저 계집애만 있으면…….
남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곧 계획이 완성될 터였다.
수천 년간 떠돌며 준비했던 일들의 성공이 성큼,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남자는 당장이라도 저 계집애를 데려와 의식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누르며 말 위에 훌쩍 올랐다.
남자가 올라타자. 눈도, 갈기도, 발굽도, 심지어는 입 안의 혓바닥까지도 검은 말이 투레질도 없이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
“근데 뭘 가져가야 해? 우리 깜빡하고 그걸 안 물어봤잖아.”
나는 아르센의 손목을 턱 잡은 채로 진지하게 물었다.
이 많은 풀들 중, 어떤 풀을 따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헤른 선생님이 ‘다말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라고 하셨으니까 아무거나 다 상관없지 않을까.”
아르센이 대꾸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리고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켄드릭에게 연구용으로 가져다주었던 것들은, 이런 잔디들이 아니었다.
다말 땅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
그 나무의 잎사귀들과, 그 밑에서 자라나는 꽃들을 한 바구니씩 가득 따다 주었었다.
켄드릭이 그것 외에 다른 것을 받아서 연구했을 리 없으니, 아마 헤른 선생님이 말하는 ‘다말의 풀’들은 그 거대한 나무에서 떨어진 것들일 터였다.
아르센이 이 말을 듣더니,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빨리 갖고 돌아가야 해. 약을 제조할 시간도 필요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길을 걸어, 거대한 나무가 우뚝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어?”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잎사귀들이 없었다.
원래는 나무 아래에 우수수 떨어져 있었는데, 다 어디로 갔지?
잔뜩 당황해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르센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게 무슨.”
나무 아래에 잎들이 없다니?
나는 나무를 가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나무의 상태가 이상했다.
푸릇푸릇하던 잎사귀들은 무언가를 보호하려는 듯 안쪽으로 잔뜩 오므라들고, 나무 기둥은 버석버석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뭐 하게, 린시?”
“올라가서 따 와야지!”
그리고 발을 탁탁 굴렀다.
펑-!
익숙한 폭발음. 이어 시야가 낮아지자마자 날개를 활짝 펼쳤다.
아르센과 그림자 늑대가 발밑에서 빙글빙글 돌며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서둘러야 해.’
지금 우리한테는 이 나뭇잎들이 간절히 필요했다.
아르센이 손짓하자, 그림자 늑대가 빠른 속도로 나를 따라 나무 기둥을 타고 올랐다.
나는 순식간에 나무 꼭대기에 도착해, 그 위에 앉아 부리로 나뭇잎을 콱 물었다.
그런데,
“……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