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5화(165/187)
나뭇잎이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당황하여 부리로 잘근잘근 씹어 보기도 하고, 발로 나뭇가지를 꽉 붙든 다음 잡아당겨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뭇잎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림자 늑대 쪽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왜 이러지?’
일단 한 발 물러나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았다. 그리고 다시 나뭇잎을 살펴보았다.
겉으로 볼 때는 안으로 말린 것을 빼면 일반 나뭇잎들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가지에 꼭 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어떡하지?’
일단 다른 풀들이라도 가져가야 하나?
하지만 켄드릭에게 가져다준 나뭇잎은 이 나무의 잎이었다.
그러니 헤른이 치료제라고 말하는 잎도 분명히 이 나뭇잎일 터였다.
‘그러니까 들고 가야 하는데.’
그림자 늑대가 아예 가지 전체를 잘근잘근 씹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뭇잎이 뜯기지 않으니, 아예 나뭇가지 전체를 물어뜯을 요량인 듯했다.
“삐이!”
‘안 돼?’
그러나 그것도 실패로 돌아갔다.
나뭇잎이 뜯기지 않는데, 나뭇가지가 꺾일 리 없었다.
나와 그림자 늑대가 곤란해하는 것을 본 아르센이, 밑에서 수인화를 시도했다.
펑-!
연기 속에서 은빛 털을 가진 늑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센의 수인화였다.
늑대는 앞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한번 켜더니, 이내 나무 기둥 위에 앞발을 턱 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뛰어올라 나무 기둥을 타고 달려 나뭇가지 위까지 펄쩍 올라탔다.
“삐이!”
아르센은 주둥이를 쩍 벌려 날카로운 이빨로 나뭇가지를 콱 물더니, 무게를 실어 흔들었다.
그러나 나뭇가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
“…….”
나와 아르센은 곤란하다는 듯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르센은 날개가 없었기 때문에, 나뭇가지를 물어뜯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자 곧장 나무 밑으로 내려갔다.
나무 밑에서 혹시 발견 못 한 나뭇잎들이라도 모아 가려는 듯했다.
나는 내려가는 아르센과 그림자 늑대를 가만 보다가, 포르르 더 높은 가지에 올라앉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왜 갑자기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무가 된 거지?
나는 혹시 나무가 다시 죽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날개로 나무를 가만 짚어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나무한테서 생명력이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나뭇잎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게 있어야 지금 아수라장이 된 수인 사회를 그나마 안정시킬 수 있었다.
나뭇잎을 당장 잔뜩 구해 가야만 사슴 일족들이 해독제를 만들기 시작할 터였다.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면, 어떤 피해가 또 발생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나뭇잎을 줘.’
내가 가져갈 수 있게 해 줘.
나는 부리로 나뭇잎 하나를 물고서, 조심스럽게 속으로 나무한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지금 이게 꼭 필요해.
‘이 나뭇잎이 있어야 위험에 처한 수인들을 구할 수 있어.’
조곤조곤 속삭이며, 부리로 나뭇잎을 톡 잡아당겼다.
그때.
툭.
나뭇잎이 떨어져 나왔다.
마치 나무가 내 말을 들어준 것처럼 말이다.
나는 떨어진 나뭇잎을 부리로 물고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잎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르센과 그림자 늑대가 밑에서 눈을 크게 뜨고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누가 나무 전체를 세차게 흔든 것처럼,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내려 바닥을 덮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난생처음 겪는 일에 당황스러웠으나,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나무한테 속으로 조심스럽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서, 나뭇잎을 물고 포르르 내려왔다.
펑-!
그리고 바닥에 발이 닿기 전, 수인화를 풀었다.
“아르센, 빨리 모으자.”
그리고 아직도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수많은 나뭇잎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르센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림자로 넓은 장막을 만들었다.
장막은 얼핏 볼 때는 천 같기도 했다.
나는 아까 들고 온 바구니에 나뭇잎을 잔뜩 집어넣었다.
그림자 늑대가 나뭇잎을 한 움큼 물어다가, 아르센이 만들어 놓은 장막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돌아다니면서 나뭇잎을 싹싹 모았다.
마지막 한 장까지 긁어모아 바구니에 담고서야.
“이제 가자, 아르센!”
나는 바구니를 양손 가득 든 채로 아르센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의 등에 나뭇잎을 옮겨 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자. 너무 늦었어.”
아르센은 내가 들고 있던 바구니까지 받아 들어준 뒤, 나를 그림자 늑대의 등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곧이어 자신도 올라탔다.
우리는 다말 땅을 떠나기 전, 나뭇잎을 건네준 나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고마워.’
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늑대가 느리지 않게 앞발을 내디뎠다.
저주받은 다말의 풍경들이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
“헤른 선생님!”
우리는 가져온 나뭇잎들을 저택의 정원에 모아 두고서 헤른 선생님을 불러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우리가 부르자마자 빠르게 뛰쳐나와, 가져온 나뭇잎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먼젓번에 가져다준 그 나뭇잎들과 똑같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흐릿하게 웃었다.
“늦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해독제를 만들 수 있겠어요.”
“부탁드려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른 선생님이 나를 보며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어디선가 소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용인들이 내 등 뒤를 바라보고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가주님!”
가주님?
나는 사용인들의 말에, 고개를 홱 돌려 등 뒤를 바라보았다.
켄드릭이 저택의 입구를 느리게 통과하고 있었다.
켄드릭이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엉망이 된 성역을 정리하고서!
“아버님!”
사실 내심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수장들의 이능이라면, 벌써 정리되었을 상황인데도 켄드릭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다니.
물론 켄드릭은 강하니 그럴 리 없겠지만, 혹여 다치거나 더 심한 상황이 생겼을까 봐 마음 졸이던 차였다.
켄드릭은 말을 몰아 우리가 서 있는 저택 정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익숙하게 말을 달래 멈추고서, 말 등에서 뛰어내리며 우리를 보고 설핏 웃었다.
“잘 도착한 모양이군.”
켄드릭도 우리를 먼저 보내놓고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을까 많이 걱정했던 모양이다.
나와 아르센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은 별일 없으셨어요?”
“그래. 성역은 대충 정리했다. 하지만…….”
켄드릭이 말꼬리를 흐리며 머리칼을 한번 쓸어 올리고서 다시 말했다.
“정말 대충 정리했을 뿐. 더 이상은 어떻게 수습할 수 없어 각자의 영토와 일족을 우선으로 챙기기로 하고서 일단 돌아왔다. 그런데…… 이건?”
켄드릭이 정원에 한가득 쌓여 있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가 대답하기 전, 헤른 선생님이 먼저 앞으로 나서서 대답했다.
“제가 아가씨와 도련님께 알려드렸습니다. 자일스 꽃의 해독제가 있다고요.”
“……알렸다고.”
“예, 상황이 심각해지고 가주님은 돌아오시지 않아 부득이하게 결정했습니다. 당장 만들어 둔 해독제는 전부 떨어졌고, 급하게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데 가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때는 그게 최선의 판단이고 결정이었겠지. 너를 이해한다, 헤른.”
곧이어 나와 아르센을 돌아보며 말했다.
“많이 가져와줘서 고맙다. 린시, 아르센.”
“별것도 아닌데요.”
내가 켄드릭과 늑대 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마땅히 해야 했다.
나는 그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일은, 늑대 일족만을 위한 일이 아닌 전 수인 사회를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켄드릭은 여전히 내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하고 있는 듯했다.
켄드릭이 주변의 사용인들을 물리고서 나지막이 말했다.
“잘 들어, 린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어쩌면 네 비밀이 전부 밝혀질지도 몰라. 나와 아르센이 널 지킬 테지만…… 너도 네 몸 하나는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켄드릭이 내 어깨를 잡았다.
“맞서 싸우라는 뜻이 아니다. 위험하면 도망치고, 낌새가 이상한 것 같으면 곧바로 뒤돌아 나와라. 너는 네 몸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알겠니.”
“네, 걱정 마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이 산더미처럼 쌓인 나뭇잎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기사들을 몇 불러내 짐마차에 나뭇잎들을 실으라고 전했다.
곧바로 사슴 일족에게 운반해야 하기 때문인 듯했다.
“이제 들어가자.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서 해야 할 것 같으니. 네게도 할 말이 있다, 아르센.”
켄드릭이 말을 끝내고 성큼성큼 먼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아르센은 곧바로 켄드릭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들이 분주히 나뭇잎을 나르는 것이 얼핏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