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6화(166/187)
우리는 우선 씻기로 했다.
“네 옷을 좀 봐, 아르센.”
아르센의 옷은 풀물이 들어 엉망이었고, 단정했던 머리칼 역시 잔뜩 흐트러진 채였다.
아르센이 하, 웃었다.
“네 모습은 어떻고? 목욕물을 좀 받아놔.”
아르센이 내 옷을 가리킨 뒤, 옆에 서 있던 하녀에게 지시했다.
하녀가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재빨리 목욕물을 받으러 사라졌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래.”
일곱 살 이후로 옷을 이만큼 지저분하게 더럽혀 적이 없었는데.
아르센을 흘겨보며 변명하자, 아르센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씻고 나와. 나도 씻으러 갈 거니까.”
“알았어.”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과 헤어지고, 욕실 앞에 도착한 뒤 나는 조심스럽게 수인화를 했다.
펑-!
수인화한 모습은 수인화가 풀린 모습보다 더 꼬질꼬질했다.
‘씻을 땐 이게 편하니까.’
하녀들은 내 목욕 시중을 들어 주려고 다가오다가, 내가 수인화한 모습을 보고서 웃었다.
“수인화한 모습이 씻기 편하신 거지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녀들이 씻겨 주기에도 지금 이 모습이 더 편할 터였다.
‘일단 몸집이 작아지니까.’
물론 어릴 때보다는 훨씬 커졌지만 말이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욕조 속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러자 하녀들이 기다렸다는 듯 꼬질꼬질한 내 몸을 깨끗하게 씻겨 주었다.
나는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맡기고 눈을 깜빡였다.
‘그나저나 아르센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셨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시는 걸까?
사용인들을 모두 물렸으니, 그 자리에서 말해도 됐을 텐데 말하지 않은 것을 보면 중요한 일인 듯했다.
“아가씨, 날개를 좀 들어 주세요.”
베티가 나긋나긋 말하며 내 날개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나는 물에 축축하게 젖어 무거워진 날개를 슬쩍 들어올렸다.
베티와 하녀들은 나를 꼼꼼하게 씻겨준 뒤, 물에서 꺼내들고 수건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 주었다.
깃털은 금세 보송하게 말랐다.
‘씻고 나니까 너무 졸려…….’
하품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잠들 수는 없었다.
‘아버님을 뵈어야 해.’
우리가 떠난 뒤 성역의 상황이 어땠는지 들어야 했다.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 수인화를 풀고서, 에단을 붙잡고 물었다.
“아버님은?”
“방에 계십니다.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찾아뵈어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안 그래도 아가씨와 도련님을 모셔오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에단이 상냥하게 대답한 뒤, 나를 직접 켄드릭의 방 앞까지 안내해 주었다.
똑똑.
그는 가볍게 노크한 뒤 입을 열었다.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안에서 켄드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단이 들어가 보라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며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켄드릭의 방 안에 발을 들였다.
“……아버님?”
“린시. 여기 앉아라.”
아르센은 나보다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방금 막 씻고 온 탓인지 결 좋은 은발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켄드릭은 성역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더 이상은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
이들을 조종하는 집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그 집단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방금 예크하르트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기어이 예크하르트까지 밀고 들어온 것이다.
켄드릭의 표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해독제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사슴 일족이 흔쾌히 도와준다고 해도 짧아야 일주일일 테지. 게다가, 이지를 잃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켄드릭이 이마를 짚었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은 제압하였다가 약을 쓰면 된다지만, 이지를 잃은 수인들한테 물려 죽은 이들은 손쓸 방도도 없어. 그러니…….”
잠시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최대한 제압해 보고, 불가하다면 죽여야 한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사정 봐 가면서 상대할 여력이 없다.”
“그럼…….”
“그래, 기사들에게 명령해 두었다. 가능한 한 살려서 제압하되, 필요할 시엔…… 사살할 것.”
켄드릭이 말을 내뱉은 뒤 착잡한 듯 손가락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
‘아버님은 최대한 그들을 지켜내려고 하셨으니까.’
다른 일족들은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모두 사살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켄드릭만큼은 그들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지금껏 헤른과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아득바득 지켜 왔던 것인데.
켄드릭의 신념과도 비슷한 것이, 무참하게 깨져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을…….”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듣다가, 동의하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이런 짓을 해서 얻는 게 뭐지?’
이 일로 한 일족이 이익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의 출몰로 수인 사회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 일로 인해 도대체 무슨 이익을 취하려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바로 나가 봐야 한다.”
방금 겨우 들어왔는데 말이지. 켄드릭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켄드릭은 늑대 일족의 수장 가문, 예크하르트의 가주이자 모든 늑대 일족의 수장이었으므로 늑대 일족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했다.
때문에 예크하르트의 경계가 뚫린 지금, 켄드릭이 저택에 누워서 쉴 수만은 없었다.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만.
“아르센도 가야 하나요?”
“그래야지. 아르센은 예크하르트의 후계자니까.”
켄드릭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까 아르센한테 할 말이 있다더니, 이 말이었나 보다.
아르센을 돌아보니, 아르센 역시 딱딱하게 굳은 낯으로 켄드릭의 낯을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사히 다녀오세요.”
나는 켄드릭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켄드릭이 그제서야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설핏 웃어 보였다.
“걱정 마라. 그나저나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 린시, 우리가 모두 나가면 너는 저택에 혼자 있어야 하는데…….”
“금방 못 돌아올 것 같아서.”
아르센이 켄드릭의 말을 이어받았다.
켄드릭은 예크하르트의 수장으로서 늑대 일족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라고 했지만,
아르센은 나를 두고 나가기 싫은 듯한 눈치였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쓸어 주었다.
“괜찮아. 여긴 예크하르트 저택이잖아. 별일 있겠어? 저택 안에 기사들도 있고, 지하에는 성물도 있으니까. 나를 지켜줄 거야.”
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러 씩씩한 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잘 다녀와.”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 벽안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늦을지도 모른다, 린시. 경계를 계속 돌면서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침범할 수 없도록 막을 계획이니까. 종종 저택에 들르겠지만, 자주 오기는 힘들 것 같구나. 그리고…….”
켄드릭이 한숨을 쉬었다.
“네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네, 말씀하세요!”
나는 켄드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었다.
나도 이 상황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아르센과 켄드릭처럼 싸울 수는 없지만, 전투가 아니라도 보탬이 되는 일이 있다면…….
“아까 이지를 잃은 몇몇 수인들을 데려왔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요?”
“그래, 네가 위험하니 데려오지 않으려고 했지만.”
켄드릭은 잠시 말문이 막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와 아르센은 켄드릭이 마저 말을 할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어린 수인들은 차마 죽일 수가 없더군. 그러나 저대로 두면 얼마 못 가 죽을 것이 분명하여…… 데리고 왔다. 혹시 어린 수인들을 치료해 줄 수 있을까.”
어린 수인들.
그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왜 어린 수인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했지?’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어린 수인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이지를 잃고서 멋대로 변해 버린 아이들.
부모를 잃었거나, 부모와 떨어졌거나, 다른 수인들에게 죽임당했을 어린 수인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하여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켄드릭은 그것을 거절의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만약 어렵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저대로 격리해두고 해독제가 나오면…….”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나는 켄드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불쑥 대답했다.
“제가 치료할 수 있어요. 어린 수인들은 제가 맡아서 치료할 테니 저택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