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7화(167/187)
내 말을 들은 켄드릭이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부탁한다, 린시.”
“네, 걱정 마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과 아르센은 저택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사들이 켄드릭과 아르센의 군마를 준비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 못 돌아올 것 같다는 켄드릭의 말대로, 야영에 필요한 짐도 꾸려둔 채였다.
“잘 다녀와, 아르센.”
나는 아르센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아르센을 배웅했다.
그런데.
‘어?’
목걸이에 조금 금이 가 있었다.
나는 손톱으로 금이 간 곳을 가볍게 긁어 보았다.
‘스크래치인가?’
다행히 이능이 새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목걸이를 도로 뺏어오지는 않았다.
아르센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뒤, 내 뒷목을 잡아 끌어당기고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금방 올게, 린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센을 올려다보았다.
웃고 있는 아르센의 낯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나랑 다말 땅에 다녀온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경계가 뚫렸다는 소식에 곧바로 나가봐야 한다니.
아르센이 피곤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손등으로 아르센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 보았다.
그러는 사이, 켄드릭은 이미 군마에 올라타 떠날 채비를 마친 듯했다.
“아르센, 가자.”
켄드릭이 손짓했다.
아르센은 내 손에 자신의 뺨을 슬쩍 부비곤, 이내 다녀오겠다며 말에 올라탔다.
켄드릭과 아르센, 그리고 기사들이 예크하르트 저택을 떠났다.
남은 기사들은 예크하르트 주변의 보안을 강화하고, 저택 내부의 경계도 철저히 하라는 명령이 있었다며 경계를 서러 흩어졌다.
“들어가시지요, 아가씨.”
에단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나는 떠나는 아르센의 뒷모습을 살짝 바라보곤,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
“어린 수인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세요.”
“어린 수인들이요?”
“네, 켄드릭 님께서 제게 어린 수인들을 돌봐 줄 것을 부탁하셨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러자 에단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수인들은 지금 지하에 격리해 두었습니다. 어리다고는 하나, 이지를 잃은 수인들인지라 위험해서요.”
에단이 앞장섰다.
나는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고서, 에단의 뒤를 총총 따라갔다.
에단이 나를 데려간 곳은, 성물이 있는 곳과 반대쪽에 있는 지하실이었다.
“여기는 오래전 사용인들의 숙소로 쓰던 곳입니다. 어린 수인들을 창고에 둘 수는 없어서 이곳을 급하게 조금 개조했습니다.”
에단이 말했다.
그는 아직 개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켄드릭 님께서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켄드릭이 돌아오면서 데리고 온 어린 수인들이 꽤 많은 듯했다.
지하실 입구에 들어서자, 약간의 악취가 풍겨 왔다.
‘혹시 다쳐서 나는 냄새인 걸까?’
가끔 상처가 심하게 곪으면 이런 냄새가 나기도 했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근데 좀 이상했다.
“에단, 왜 이렇게 조용해요?”
이지를 잃은 어린 수인들이 격리되어 있으니 당연히 소란스러워야 하는데, 지하실은 개미 한 마리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에단이 대답했다.
“어린 수인들이 너무 심하게 불안해해서 헤른 선생님께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약초를 좀 쓰셨습니다. 그러니 아마 대부분 잠에 들었을 겁니다.”
에단이 지하실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복도를 따라 죽 늘어선 방은 문들이 꼭 닫혀 있고, 기사 몇몇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에단이 문을 지키던 기사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어린 수인들이라 해도, 이지를 잃었으니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가씨.”
“네, 그럴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자,
“크와앙-!”
방 안에서 아주 조그만 늑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어이쿠, 아직 안 잤구나.”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기사가, 익숙하게 어린 수인을 제압하여 안아들었다.
어린 늑대는 기사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마구 발버둥 쳤으나, 철로 된 갑주를 입은 기사의 품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아가씨, 이제 뭘 하면 됩니까?”
기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우선 방 안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여기에 앉혀 주실 수 있나요?”
침대를 톡톡 치며 말했다.
기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내가 가리킨 자리에 자신이 앉고서, 무릎 위에 어린 늑대를 앉혔다.
어린 늑대는 잔뜩 흥분해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희멀건 거품을 가득 문 늑대가 금방이라도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고개를 마구 휘둘렀다.
“진정해, 진정해.”
이제 괜찮을 거야.
나는 어린 늑대를 달랠 요량으로, 조심조심 속삭이며 늑대의 머리 위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크와앙-!”
그러나 이지를 잃은 어린 늑대는 계속해서 나를 물어뜯으려는 듯 덤볐기 때문에, 완전히 손을 가져다대진 않았다.
“조심, 조심하십시오. 아가씨!”
밖에서 지켜보던 에단이 속이 타는 듯 외쳤다.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이능을 사용했다.
“!”
기사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이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기사인 듯했다.
손바닥 아래에 희미한 연두색 빛이 몽글몽글하게 모여들어 조그만 구체를 형성했다.
이어, 빛이 점점 모이며 희미했던 것이 선명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댈 수 없으니 이렇게 치료해야 해.’
손을 대고 치료하는 것이 확실하겠지만, 지금 이 어린 늑대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이 애의 부모는 무사할까.’
나는 이능을 사용할 준비가 되는 동안, 어린 늑대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마 난리 통에 부모를 잃어버리고, 어쩌다가 자일스 꽃가루를 흡입하여 이지를 잃어버린 채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켄드릭의 눈에 띈 것이 행운이었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사방을 뛰어다니고, 자일스 꽃가루를 묻힌 새 일족들이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지금.
켄드릭의 눈에 띄지 못했다면, 아마 다른 수인들에게 물려서 처참하게 죽임당했을 터였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은 어린아이라고 봐주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다행이다.’
여기에 올 수 있어서.
나는 어린 수인을 달래듯 괜찮을 거라고 조곤조곤 속삭여 주었다.
그리고.
파앗-!
어린 늑대에게 이능을 사용했다.
선명한 연두색의 빛줄기가, 어린 늑대의 정수리를 타고서 몸 곳곳으로 흘러내려 흡수되는 게 보였다.
‘자일스 꽃가루 중독 증상은 치료한 적이 있으니까.’
일곱 살 때, 요리장 아킴의 그릇된 판단으로 저택 전체가 자일스 꽃가루에 중독되었을 때 말이다.
그러니까 어린 늑대 한 마리를 치료하는 건 쉬울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상하다?”
나는 눈앞의 어린 늑대를 가만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이능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도, 어린 늑대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왜 이러지?’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수인화가 풀리고 인간 모습으로 돌아왔어야 맞는데.
혹은 수인화한 상태더라도 이지가 돌아왔어야 했다.
나는 당황하여 마음을 다잡고서, 어린 늑대에게 이능을 더 많이 불어넣어 보았다.
자연스럽게 등 뒤로 불그스름한 날개 두 개가 툭 튀어나왔다.
이능을 많이 사용하려고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이렇게 부분적으로 수인화가 되곤 했다.
그런데.
“쿠왕-!”
어린 늑대는 기사의 품에 안긴 채 계속 발버둥 쳤다.
힘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어린 늑대의 중독 증상이 치료되지 않았다.
“아가씨?”
에단이 의아하다는 듯 나를 불렀다.
내가 당황하여 이능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기민하게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아가씨, 무리하지 마세요. 헤른 선생님께서 치료제를 만들고 계시니까요.”
에단이 나를 달래듯 말했다.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에단을 한 번 올려다보고, 기사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어린 늑대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서.
“아가씨!”
어린 늑대의 머리 위에 손을 턱 얹었다.
기사가 깜짝 놀라 어린 늑대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와 있는 두 발을 속박했다.
“미안해, 잠깐만.”
나는 기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어린 늑대에게 직접적으로 이능을 사용했다.
지하실 안에 연둣빛 바람이 살랑, 불었다.
곧이어 빛이 터져 나오며 어린 늑대와 기사, 그리고 에단까지 빛무리 안에 가두었다.
이 정도면 아르센을 치료할 때보다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이능을 쏟아부은 뒤, 느리게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어린 늑대는 여전히 나를 물어뜯으려고 덤벼들었다.
기사가 주둥이를 틀어막고서 곤란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괜찮냐고?
나는 기사의 말에 당장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