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8화(168/187)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나는 당황하여 내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이능을 사용해보니, 손바닥 위에 모여드는 빛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때.
‘잠깐만.’
나는 기사와 에단이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것도 잠시 잊고서, 이능을 사용해 보았다.
손바닥 위에 연두색의 빛줄기가 몽글몽글 모여들어 구체를 형성했다.
그런데.
‘붉은빛이 섞여 있어.’
평소와는 달랐다.
내 이능은 언제나 완전히 선명하고 깨끗한 연두색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능에 붉은빛이 조금 섞여 있었다. 나는 금세 이능을 거두어들였다.
손바닥 위에서 일렁이던 빛이 금세 사그라들고, 맨손바닥만이 보였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에단이 재차 물었다.
내 상태가 걱정되는 듯했다. 나는 애써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자리에서 일어서 방 바깥으로 나왔다.
“아이는 내일, 내일 다시 볼게.”
기사에게 미안하다는 뜻으로 설핏 웃어 보이자, 기사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이며 아이를 침대 위에 올려두고 빠르게 방문을 닫아 잠갔다.
“크왕-!”
어린 늑대가 문을 벅벅 긁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노집사의 두 눈에 온전히 나를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고마워요, 에단.”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상냥한 에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만큼은 잊지 않았다.
에단은 나를 데리고서 지하실을 나왔다.
하녀들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나는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가씨,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실까요?”
하녀 한 명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붙였다.
나는 하녀의 얼굴을 힐긋 바라보았다.
평소 내 침실 시중은 베티가 드는 편인데, 베티가 아닌 다른 하녀였다.
‘베티가 많이 바쁜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손을 내저어 보였다.
“아니, 괜찮아.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를 테니 나가줘.”
내 말이 끝나자, 하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곤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방에 혼자 남은 뒤에야, 침대에 풀썩 엎어져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 이능이 약해진 걸까?
그러나 내 이능은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았다.
내 이능은 일곱 살 때,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치료했을 때 이후로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결코 약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뭐가 문제지?’
나는 내내 엎어져 있다 말고서, 몸을 벌떡 일으켜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은 채로, 다시 이능을 사용해 보았다.
파앗-!
빛줄기.
익숙한 빛줄기들이 금세 손바닥 위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개중 붉은빛이 섞여 있는 것이 자꾸만 언뜻언뜻 보였다.
“도대체…….”
도대체 이게 뭐지?
이 붉은빛이 섞여 들어서 이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건가?
켄드릭이 경계를 지키러 떠났으니, 켄드릭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헤른 선생님은 치료제를 만들러 사슴 일족에게 도움을 청하러 떠났으니, 헤른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아르센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크하르트 저택에는 나 혼자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조금 두려워져 눈을 찡그렸다.
‘이대로 영영 저 애들을 치료할 수 없으면 어쩌지?’
물론 헤른 선생님이 치료제를 만들어 오실 테지만.
제 쓸모를 다하지 못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 아르센을 치료하지 못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나는 이능을 거두고서, 베개를 베고 제대로 누워 눈을 감았다.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려 덮고, 나쁜 생각은 그만두려고 애썼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을 거야.’
다말 땅까지 다녀오지 않았나.
어쩌면 다말 땅에 다녀온 것이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다.
나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두 눈을 감았다.
오늘 여러모로 무리해서인지, 금세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얘, 너 어디 가니?”
린시의 방에서 빠져나온 하녀는, 곧장 정원으로 향하다 말고서 홱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하녀들이 이 늦은 밤, 정원으로 향하는 그녀를 보고 의아해하고 있었다.
“정원에는 왜? 아가씨께서 뭘 시키셨어?”
“……응, 아가씨께서 부탁하신 게 좀 있어서.”
“……그래?”
하녀들은 뭔가 의심스러운 듯했지만, 그녀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녀는 또 다른 사용인들에게 들키기 전에, 기척을 숨기고서 정원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수풀 속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거의 다 됐어. 거의 다 됐어. 정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하녀의 두 눈이 텅 비어 있었다.
그때.
하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톡, 손가락을 가져다대자 순식간에 머리카락 색이 바뀌었다.
새카만 머리카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삽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하녀의 얼굴 역시 바뀌었다.
낯선 하녀의 얼굴에서 어딘가 익숙한 소녀의 얼굴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
초점 없는 동공.
글레네였다.
오래전, 린시의 곁에 머물며 금제를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던 바로 그 여자아이.
글레네는 금제가 있던 등판이 간지러운 듯 마구 긁어대며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정말이야. 다 됐어. 멍청한 글레네……. 정말 다 됐다니까.”
중얼거리는 모습은, 얼핏 보면 그녀가 글레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원래의 글레네와 딴판인 모습이었다.
글레네는 한참을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우는 것처럼 몸을 잘게 떨더니, 이내 다시 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스르륵 물들었다.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멍청한 소리 하지 마. 그 계집은 알아보지 못하니까 상관없어.”
글레네가 마치 자기 자신을 질책하듯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계집은 너를 알아보지 못해. 그러니까 당연히 나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멍청한 소리 하지 마, 글레네. 자꾸 나를 실망시키지 마. 너는 지금 나를 실망시키고 있어.”
글레네가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은 멀리서 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했다.
그녀는 구석에 숨어서, 그렇게 자기 자신과 한참 대화하듯 말을 주고받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정말로 거의 다 됐어…… 거의 다 됐다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글레네가,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자리를 정리한 뒤 자리를 떴다.
하녀복에 풀물이 들어 있었다.
***
“레오나한테서 연락이 왔다고?”
나는 아침 식사 도중, 에단이 건네는 서신을 받아들며 물었다.
따듯한 생선 수프를 한 입 넣은 다음, 오물거리며 그 자리에서 서신을 뜯어 보았다.
마침 레오나와 카인의 소식이 궁금하던 차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일족들과 수인 사회의 상황이 궁금한 거지만…….’
나는 빠르게 서신을 뜯어 읽어 내려갔다.
[내 친구, 린시.네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 이 편지를 써.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듣기로는 양 일족의 수장 가문 후계자가 크게 다쳤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너랑 나, 아르센과 카인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아무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빠와 오빠들은 어젯밤에 급하게 기사단을 소집하여 떠났어.
이지를 잃은 수인들로부터 다른 수인들을 지켜야 한다고.
늑대 일족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겠지.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린시.
그냥,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야. 너와 아르센, 우리 아빠와 오빠들, 켄드릭 님과 카인을 포함해서 모두가.
아무튼!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연락해. 내가 바람보다 빠르게 예크하르트 저택으로 갈 테니까.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저택까지 습격하는 일이 결코 적지 않다고 하니, 꼭 꼭 조심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반드시 연락해야 해!
사랑하는 네 친구.
레오나 페르난도.]
편지에는 레오나의 혼란스러운 심정이 잘 나타나 있었다.
‘사자 일족의 경계도 무너진 걸까?’
라몬트가 페르난도의 후계자를 데리고 기사단을 소집해 나갔다면, 아마 사자 일족의 경계도 무너졌을 확률이 높았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사자 일족 영토의 경계를 무너뜨렸을 확률 말이다.
‘늑대 영토와 사자 영토는 경계가 맞닿아 있으니, 아마 그럴 거야.’
나는 조금 이따가 레오나에게 답신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편지를 잠시 치워 두었다.
지금은 편지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나는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에단, 어제 그 애들한테 다시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