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6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69화(169/187)
어제는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을 거야.
많은 일이 있었으니,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만도 했다.
그러니까 푹 쉬고, 잘 먹고 이능을 사용하면 결과가 다를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쿠와앙-!!!”
어린 늑대가 오늘은 기필코 나를 물고야 말겠다는 듯 발버둥 치며 눈을 희번덕였다.
나는 당황해 더 이상 이능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두 손을 축 늘어뜨렸다.
이능이 통하지 않았다.
자일스 꽃가루의 독을 해독할 수 없었다.
나는 오늘도 이지를 잃은 채 내게 덤벼드는 어린 늑대를 두고서 방을 나와야 했다.
내가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자, 에단이 나를 달래주려는 듯 조곤조곤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다, 아가씨. 그럴 때도 있는 거지요. 조금 쉬시면 다시 괜찮아지실 겁니다.”
나는 에단의 말을 들으면서도,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아예 이능을 못 쓰게 된 걸까?’
나는 에단을 홱 돌아보았다.
“에단, 부상을 입은 애들을 먼저 보여주세요.”
어린 수인들이 이렇게 많으니, 개중 부상당한 수인들도 많을 터였다.
어제 오늘 내가 이능을 사용한 어린 늑대는, 다행히 다친 곳 없이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다른 어린 수인들은 많이 다쳤을지도 모른다.
에단이 내 말을 듣고서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이내 옆에 있던 병사에게 상처 입은 어린애들을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다친 아이들의 명단을 추려 나를 그 앞으로 안내해 주었다.
방 안에는 죽은 듯이 누워서 나를 노려보고만 있는 어린 양이 있었다.
‘양 일족이 왜 여기까지…….’
보통은 자기 일족이 아니면 챙겨 오지 않는다.
데려왔다가 만일 잘못되기라도 하면, 일족 간의 문제로 번질 것이 분명하므로.
그러나 켄드릭의 성정상, 다친 아이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일단은 데려온 듯했다.
너무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어 제압할 것도 없어 보였지만, 병사들은 혹시 모른다며 어린 양의 몸통을 안아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이지를 되찾아 줄 수는 없지만.’
상처는 치료할 수 있을 거야.
이능이 완전히 사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니, 상처 정도는 치료할 수 있을 터였다.
이능을 사용하자, 찢어져 있던 다리가 놀라운 속도로 아물고 어린 양 수인이 기운을 되찾았다.
그러나 바로 덤벼들기는 역부족인지, 나를 물려는 듯 주둥이를 몇 번 쭉 빼고는, 이내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양 수인을 두고서 방을 나왔다.
‘다행이야.’
이지만 되찾아줄 수 없다 뿐이지, 이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 듯했다.
나는 상처 입은 어린 수인들을 하나씩 전부 치료해 주었다.
개중에는 가죽이 찢긴 어린애들도 있었고, 다리가 부러지거나 다른 수인에게 물려 쓸 수 없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치료해 줄 수 있었지만.
“휴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늑대 수인의 눈 한쪽이 잔뜩 곪아 있었다.
발톱으로 할퀸 자국 같은데, 상처가 난 지 오래되어 한쪽 눈은 거의 실명한 듯했다.
“조금 더 빨리 치료해 주었다면.”
어쩌면 다친 눈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가 앞으로 평생 한쪽 눈 없이 살아가야 한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파아앗-!
나는 이능을 사용했다.
연둣빛 빛줄기가, 곪은 자리를 부드럽게 더듬었다.
어린 늑대는 무엇이 이상한 듯 본능적으로 병사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으나,
“가만히 있어. 치료해주시는 거니까.”
건장한 체격의 남자를 떨쳐낼 수는 없었다. 나는 아이의 눈에 손끝을 대고서 이능을 사용했다.
상처가 심각한 탓에, 다른 아이들보다 이능을 사용하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다 됐다. 안 아팠지?”
나는 어린 늑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어린 늑대는 내내 병사의 팔과 나를 물어뜯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치료가 끝나자 일순 잠잠해졌다.
이지를 잃었지만 자신을 치료해 줬다는 건 알 수 있는 걸까?
나는 어린 수인들의 상처를 전부 치료해 주고 나서도, 계속해서 지하실을 돌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살폈다.
켄드릭과 아르센이 경계를 지키느라 신념까지 어겨 가면서 싸우고 있을 텐데, 나 역시 뭐라도 해야 했다.
상태를 살피고, 틈틈이 이능을 사용해 보고, 기운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밥을 먹여 주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다.
“아가씨, 이제 그만 올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에단이 단호하게 말했다.
에단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내내 옆에서 나를 거들어 주었지만, 내가 더 이상 무리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이 애까지만 보고 갈게요.”
“……정말로 이 아이만입니다.”
에단의 한숨 소리에, 나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빠르게 아이의 상태를 살핀 뒤, 에단을 따라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아가씨. 상처를 치료해주셨으니 그것으로 아가씨께선 도리를 다하신 겁니다. 나머진 사용인들에게 맡기시고…….”
“그치만 이지를 되찾아주진 못했잖아요.”
나는 에단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불쑥 말했다.
자일스 꽃가루를 해독하여 이지를 되찾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사실이 내 마음속에 큰 짐처럼 남아,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콕콕 찌르고 있었다.
에단은 나를 이해한다는 듯 외알안경을 치켜올리며 바라보았다.
“물론 아가씨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켄드릭 님께서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아가씨의 몸부터 우선하셔야 한다고요.”
“알았어요. 내일부턴 꼭 제 몸부터 챙길게요.”
에단은 결국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내 몸부터 우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나를 놓아주었다.
“아 참, 그리고 방으로 편지지와 깃펜을 좀 올려보내주세요. 레오나한테 답장을 쓰려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단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했다.
나는 구겨진 원피스를 손바닥으로 탁탁 쳐 펼쳤다.
내내 어린 수인들을 돌보느라 쪼그려 앉아 있었던 탓인지 주름이 잔뜩 져 있었다.
***
나는 에단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왔다.
얇고 편한 네글리제로 갈아입고, 하녀들이 가져다준 편지지와 깃펜을 받아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레오나의 이름을 적었다.
[사랑하는 레오나.]단정한 필체로 레오나의 이름을 적고서, 편지지에 적을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왜 노크를 하지?’
편지를 쓰고 바로 자겠다고 했으니, 하녀들이 문을 두드릴 리도 없는데.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방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들어와.”
말이 끝나자, 어제 내 시중을 들었던 하녀가 문 틈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 다름이 아니라…….”
하녀는 눈을 내리깔고서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우물쭈물했다.
그때, 하녀의 시선이 내 방 창가에 있는 꽃에 가닿았다.
아주 오래전에 글레네가 떠나기 전 선물해 준 꽃이었다.
이상하게도 긴 세월이 흐르도록 시들지 않는 꽃.
나는 오밤중에 나를 찾아온 하녀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며, 깃펜 끝을 입으로 물고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하녀는 꽃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쾅!
제멋대로 문을 쾅 닫았다.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게 무슨 짓이야!”
말도 없이 문을 저리 거세게 닫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방에는 하녀와 나 단 둘뿐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오밤중에 나를 찾아온 하녀…….
제멋대로 닫아버린 문…….
“무, 무슨 짓이야?”
나는 잔뜩 겁먹은 채 주춤거리며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하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름을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럴 리가 없는데.’
본 저택의 하녀들은 모두 오랫동안 일한 이들이었다.
그러니 본 저택 하녀의 이름을 내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저 얼굴은 처음 보는 얼굴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두 번째긴 했다.
어제 잠들기 전에 봤으니까.
그러나 그뿐이었다.
저 하녀가 저택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이름이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하녀가 검지를 자신의 입 근처에 가져다댔다.
“쉿.”
그리고 속삭이며 웃었다.
하녀의 눈꼬리가 둥글게 휘어졌다. 그녀는 나를 보고서 웃더니, 이내 제 머리카락을 톡톡 쳤다.
그러자.
스르륵. 짙은 검은색이었던 하녀의 머리카락 색이 순식간에 바뀌고, 어딘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글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