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화(17/187)
‘이거 봐, 나도 할 수 있어.’
‘린시, 야, 이거 봐. 나 완전 잘하지.’
요즘 아르센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다.
‘왜 저래?’
아르센은 그날 식사 이후로 내게 쓸데없이 경쟁심을 불태웠다.
내가 하는 것은 모두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내가 야채를 먹으면 아르센도 야채를 먹었고, 내가 목욕을 하면 자신도 깨끗하게 목욕을 했다.
“……이거 봐, 내가 더 깨끗해.”
그리고 쓸데없는 걸 자랑했다.
처음 며칠은 아르센의 경쟁심이 귀찮았지만.
‘……오히려 좋은데?’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똑똑하고 야무진 아기새였다.
아르센의 경쟁심을 잘 활용한다면 아르센에게 건강한 습관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령, 밥을 먹고 곧장 침대에 눕지 않는다거나 당근을 골라내지 않는 행동 같은 것들.
나는 일부러 아르센이 보는 앞에서 수프 속에 잔뜩 들어가 있는 당근을 냠냠 먹었다.
“삐이!”
중간중간에 정말 맛있다는 듯 탄성을 몇 번 질러주는 건 덤이었다.
그러면 하녀들은 눈치껏 내가 당근을 먹는 걸 칭찬했다.
“역시 아가씨세요!”
“어쩜, 이렇게 당근을 잘 드시다니…… 아가씨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정말, 다른 아이들은 꿈도 못 꿀 거야…….”
그러면 아르센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나를 따라서 당근 수프를 입에 욱여넣었다.
“야, 으, 으웩, 이것 좀 보라구, 내가 먹었다니까?”
“삐이!”
나는 아르센을 무시하고 토마토 쪽으로 총총 튀어갔다.
그러자 아르센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너…… 설마?”
“삐잇.”
“먹으면 입에서 이상한 물이 터지는 그 흉측한 과일을 먹으려는 건 아니지?”
과일이 아니구 채소거든.
아르센은 토마토가 못 볼 것이라도 된다는 듯 눈을 꼭 감았다.
나는 아르센을 무시한 채로 생토마토를 냠냠 쪼아 먹었다.
아르센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내가 토마토를 먹었음에도 아르센이 토마토를 먹지 않자, 나는 하녀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하녀들이 눈치껏 지원사격을 했다.
“도련님도 토마토를 드실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직 못 드셔서…….”
“토마토를 먹을 수 있는 어린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아아, 아가씨…….”
그러면 아르센은 방울토마토처럼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고 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나는 후후, 웃으며 아르센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확실히 혈색이 좋아진 것 같았다.
편식만 안 해도 이렇게 애가 건강해 보이는데, 어쩌면 아픈 것도 전부 저 망할 식습관 탓일지도 모른다.
식습관뿐인가?
나는 밥을 먹으면 늘 침대에 누워서 늘어지게 자는 아르센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르센의 일과는 밥 먹기, 침대에서 뒹굴거리기, 잠깐 산책하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운동? 그런 건 아르센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거는 습관 때문에 아픈 거라구, 저 바보 같은 생활습관!’
건강해지려면 운동은 필수였다.
나는 벨린 부인의 말을 떠올렸다.
‘운동을 안 하면 절대로 건강해질 수 없어요. 하루도 게을리 하시면 안 된답니다.’
그녀는 라니에로의 아이들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관리’에는 식단 관리와 건강 관리 역시 포함되었다.
‘그렇다기엔 밥을 너무 굶겼지만.’
벨린 부인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소식해야 한다며 우리가 많이 먹지 못하도록 했다.
나는 새의 다리인 것을 감안해도 너무 마른 내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아르센 못지않게 허약해 보이는 몸이었다.
운동은 빼놓지 않고 했으니 잘 먹지 못한 탓일 게 분명했다.
‘좋아, 이참에 나도 같이 운동하자.’
아르센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나도 건강해져야 나중에 혼자 잘 살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늑대 저택에서 맛있는 걸 잔뜩 먹었으니 이제 운동해도 지치지 않을 터였다.
‘그리구, 운동은 지금 쟤한테 제일 필요해.’
나는 토마토를 먹고 웩웩거리는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살다가는 병 때문이 아니구 식습관 때문에 단명한다!
좋아, 나는 부리를 앙다물었다.
‘오늘부터 목표는 식후 운동 삼십 분이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쟤를 반드시 건강하게 만들겠어!
* * *
에단 화이트.
노집사는 말년에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는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어린 아기새와, 그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
그는 외알 안경을 잘 닦았다.
그리고 깨끗해진 안경알로 다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건 아무리 봐도 확실한 팔굽혀펴기였다.
아기새 아가씨는 수인화하신 상태라 팔도 없으시면서, 조그만 날개로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아가씨를 노려보면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도련님의 모습이라니.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노집사는 오래 산 보람을 조금 느낀 것 같기도 했다.
‘그나저나 운동이라니.’
저택에서는 아무도 아르센에게 운동을 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르센은 자주 아팠고, 조금만 무리해도 열이 쉽게 올랐으니까.
무리하면 분명 병이 도져서 열이 오를 것이다. 그것만큼은 안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아가씨가 온 이후로는 열이 올랐던 적이 없군.’
정확하게 말하면 린시 아가씨께서 이능을 사용해 도련님을 치료해주신 그날 이후로.
심지어 거의 매일 저 혹독한(?) 운동을 시키고 있는데도 병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노집사는 아르센이 운동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저택의 사용인들을 포함, 켄드릭과 에단 역시 아르센의 생활 습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밥을 먹으면 무조건 침대에 눕는 건 기본!
모든 채소들을 배척하는 못된 식습관까지!
모두 아르센의 몸이 약해 오냐오냐한 결과였다.
‘그런데 도련님을 저렇게까지 잘 다루실 줄이야.’
노집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린시 아가씨께는 도련님을 살살 구슬리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삐이!”
말도 통하지 않으시면서, 저 조그만 울음소리 하나로 도련님을 구슬리실 수 있었다.
에단은 그 모습을 경이롭게 지켜보았다.
노집사의 주름진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건 다른 사용인들의 얼굴에도 마찬가지였다.
* * *
“허억, 헉, 야, 린시…… 언제까지 해?”
아르센이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나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바닥에 냅다 누운 채 숨을 쌕쌕 몰아쉬었다.
몰라, 이제 그만하자.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아르센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하녀들이 다가와 나와 아르센에게 물을 한 잔씩 건넸다.
아르센은 물컵을 한 손으로 들고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는 컵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채 물을 한 모금 입에 물고 목구멍으로 꼴깍 넘겼다.
“수고하셨어요. 아가씨, 힘드세요?”
힘들다기보다는 더웠다.
수인화한 상태라서 온몸이 털로 덮여 있었으니까.
내가 부리를 벌리고 숨을 쌕쌕 몰아쉬자, 베티가 내게 부채질을 해 주었다.
나는 시원한 부채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휴우, 살 것 같다.’
나는 옆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였다.
‘이대로만 하면 건강하게 만들 수 있겠는데?’
불치병은 틈틈이 이능으로 치료하구, 나머지 생활 습관만 건강하게 길들여 놓으면 된다.
그러면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고 떠나더라도 아르센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터였다.
‘나중에 내가 떠나구 나서 나를 잡으러 오면 곤란하니까.’
완벽히 건강해지지 않았다고 보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떠나기 전에 아르센을 최대한 건강하게 만들어 놓아야 했다.
‘잠깐, 그런데 떠나면 완전히 빈털터리로 떠나는 건가?’
나는 쌕쌕 숨을 쉬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보통은 이혼하면 위자료를 두둑하게 챙겨 주던데.
늑대들은 이미 라니에로에 비싼 값을 치르기로 약속했다.
햄턴 강.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고 나를 데려왔는데,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위자료까지 챙겨 줄 리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빈털터리로 쫓겨나두 라니에로에서 사는 것보다는 행복하겠지만.
그래도 돈이 아주 조금은 있어야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때, 숨을 몰아쉬던 아르센의 소매에서 단추가 떨어졌다.
단추는 데굴데굴 굴러 내 발밑에 툭 떨어졌다.
“어머, 단추가……!”
클로이가 아르센의 셔츠에서 떨어진 단추를 주우며 말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단추를 바라보았다.
‘보석을 세공해 만든 단추잖아……!’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클로이를 올려다보았다.
‘이걸, 이걸 모으면!’
나중에 저택을 나갈 때 엄청나게 도움이 될 텐데……!
나도 모르게 몸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저 단추를 갖고 싶다!
내 열렬한 시선을 느꼈는지, 클로이가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
“……삐잇.”
저, 절대 갖고 싶어서 쳐다본 건 아니야.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고개가 자꾸만 반짝거리는 단추 쪽으로 돌아갔다.
꿀꺽.
내가 단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클로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가씨, 단추가 갖고 싶으세요?”
“……삐이?”
아니? 절대 아닌데?
나는 지금 늑대 저택에 얹혀사는 처지인데, 보석 단추까지 달라고 한다면 나를 엄청난 파렴치한으로 볼 거다.
그러니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클로이는 웃음을 터트리며 나한테 조그만 단추를 건넸다.
“자아-, 여기 있어요. 이게 갖고 싶으셨던 거지요?”
……나한테 주는 건가?
내가 멀뚱멀뚱 단추를 바라보자 클로이가 ‘어서요.’라며 나를 재촉했다.
“삐이?”
정말로?
“단추야 다시 달면 되니까요.”
나는 클로이의 손바닥에 있던 단추를 부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단추가 부리에 닿았다.
‘세상에나.’
가까이서 본 단추는 더 반짝반짝하고 예뻤다. 마치 보석처럼.
나는 단추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날개를 펼치고 클로이에게 달려갔다.
“삐삐잇!!”
최고야, 클로이!
날개를 최대한 펼쳐서 클로이의 손목을 끌어안자,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마음에 드세요?”
응, 응!
나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단추 한 개처럼 보이겠지만,
잘 모아두면 큰돈이 될 게 분명했다!
나는 퐁실퐁실 털을 부풀린 뒤 단추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행동이었다.
이건 이제 내 거야.
잘 모아서 숨겨 두었다가 늑대 저택을 떠날 때 가지구 가야지.
다음 날, 아르센의 소매에는 새 단추가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