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0화(170/187)
“글레네?”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두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나 글레네는 내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얼굴은 마치 잠을 자고 있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한밤중에 남의 침실에 갑자기 침입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주춤거리며 글레네에게로 다가갔다.
“글, 글레네? 너 맞지?”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으나, 그녀는 확실히 글레네가 맞았다.
“왜 아무 말이 없어, 뭐라고 말 좀…….”
어물어물 글레네를 부르던 그때, 창가에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떠난 후로 한 번도 시들지 않았던 꽃.
“……!”
그 꽃이 시들어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것 같은데, 꽃잎은 전부 바싹 말라 바닥으로 떨어지고 줄기는 힘없이 푹 꺾여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정말 글레네라면,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아는 그녀라면 오밤중에 갑자기 내 방에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날 찾아왔을 때도 방문 앞에 서 있었지 무작정 들어오진 않았으니까.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하지만 긴 세월이 지나 갑자기 말없이 찾아온 글레네.
그녀가 찾아오자마자 시들어버린 꽃.
이 모든 것들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게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 지금 당장 도망가라고 소리치는 듯한 기분.
나는 글레네에게 다가가다 말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언제든 도망칠 수 있도록, 한 발을 뒤로 물렸다.
글레네는 그제서야 살풋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아가씨.”
나는 몸을 물리다 말고, 글레네의 얼굴을 힐긋 바라보았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다려? 나를?
도대체 뭘?
그녀와 말을 섞을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글레네에게 말했다.
“반가운 건 이해해.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게다가…… 네가 예크하르트 저택에서 일하고 있는 줄도 몰랐고. 하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무례야? 당장 방에서 나가 줬으면 좋겠어. 이야기는 낮에 마저 하자.”
나는 단호하게 말한 뒤, 글레네를 바라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보통 하녀 같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면 죄송하다 하고 당장 방을 빠져나갔을 텐데.
글레네는 꼼짝도 않고 내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안 되겠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창문이 열려 있었다.
‘수인화해서 도망치자.’
아르센과 켄드릭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도망부터 치라고 내게 주의를 주었다.
나는 아르센과 켄드릭이 누차 당부했던 대로, 도망치려고 발을 굴렀다.
그런데 그때.
펑-!
폭발음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내 등허리를 콱 짓눌렀다. 나는 수인화에 실패한 채로 바닥에 엎어져 숨을 뱉었다.
“캑!”
도대체 이게 뭐지?
나는 나를 짓누르는 힘에서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 쳤으나, 그 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뭐 하는 짓, 컥!”
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그 힘은 더욱 강하게 나를 옥죄어왔다.
마치, 어릴 적 에스테르가 썼던 힘처럼 말이다.
검은 후드를 쓴 자들.
글레네는 그들과 꼭 같은 힘으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헛수고였다.
게다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내 방에는 아무도 와 주지 않았다.
“소용없어요, 아가씨. 아무도 아가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테니까요.”
글레네가 나긋나긋 말했다.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칠수록, 그 힘은 더 세게, 더욱더 강하게 내 몸통을 조였다.
나는 결국 빠져나가는 것은 포기한 채로, 고개만 겨우 들어 글레네를 바라보고 물었다.
“도대, 도대체 나한테 왜…… 캑, 왜 그래. 이게 무슨 짓이야, 글레네. 제발…….”
제발 풀어줘.
본능적인 공포가 온몸을 뒤덮었다. 몸을 옹송그려도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다리가 의지와 관계없이 바르르 떨렸다.
“이날을 얼마나 오래 기다려 왔는지 몰라요, 아가씨. 그자가 방해하지만 않았더라면 더욱 일찍 아가씨를 모시러 올 수 있었을 텐데…….”
글레네의 목소리가 가증스럽다고 느껴졌다.
그 순간, 내 등허리를 짓누르던 힘이, 몸통을 꿰뚫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통한 듯한 충격이 일었다.
나는 충격에 눈을 홉뜨고 입을 벌렸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고통에 무어라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이건 마치,
‘금제, 금제를 어겼을 때랑 같은…….’
그때와 같은 고통이다.
비명 소리, 신음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내 몸을 끔찍하리만치 잔인하게 짓눌렀다.
나는 발버둥 치지도 못한 채 손끝만 바르르 떨었다.
순간, 아르센과 켄드릭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두 사람이 보고 싶었다.
고통에 숨을 쉬기가 버거웠다. 아니,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고통이 몸을 좀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가 가물가물했다.
글레네가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에 엎어진 나를 보며 말했다.
“한숨 푹 주무세요, 우리 아가씨.”
좋은 꿈 꾸세요.
그게 내가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베티는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세수를 하고, 린시의 시중을 들기 위해 위층으로 향했다.
‘일어나셨으려나.’
요새 어린 수인들을 돌본다고 무리하셨으니, 어쩌면 아직도 주무시고 계실지도 몰랐다.
‘아직 안 일어나셨으면 조금 더 주무시도록 해야지.’
안 그래도 요새 피곤해하시는 것 같아, 조금 쉬엄쉬엄하시는 게 어떤지 권하려던 참이다.
켄드릭과 아르센이 저택을 비운 후로, 린시는 더 무리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늘 예크하르트에 도움이 되고 싶어 했지만 요즘은 그 마음이 더 깊어진 게 보였다.
마냥 반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베티는 예크하르트의 작은 마님이자 그녀에게는 아직 어린 아가씨인 린시가 조금 더 몸을 생각하며 일하길 바랐다.
베티가 층계를 올라가, 린시의 방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똑똑.
방 안에서는 어떠한 인기척도 없었다.
‘아직 주무시고 계신가?’
베티는 고개를 갸웃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베티가 마주한 건.
“……세상에.”
다시 한번 열려 있는 창문과, 난장판이 되어 있는 방이었다.
베티는 이 사실을 재빨리 에단에게 알렸다.
린시 아가씨가 또 사라지셨다는 소식이 금세 예크하르트 저택에 퍼졌다.
그러나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저번에는 린시가 직접 날아갔다면, 이번에는 누가 린시를 강제로 데려간 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아가씨를 납치했다.’
가능한 일인가?
예크하르트 저택의 경비가 삼엄했다. 켄드릭이 이번 일로 인해 혹 이지를 잃은 수인이 저택을 덮치지는 않을까 하여 경계를 강화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예크하르트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교대로 순찰을 돌았고, 린시가 있는 곳마다 그림자 기사단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저택 안에서!
에단은 즉시 발이 빠른 기사 한 명을 골라, 켄드릭에게 이 사실을 전하라고 보냈다.
그리고 기사들을 반으로 나누어 반은 예크하르트 영토를 수색하라 지시하고, 반은 다말 땅으로 보냈다.
다말 땅으로 보낸 이유는, 전에 린시가 수인화하여 그곳으로 날아가 쓰러져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에단은 부디 린시가 다말 땅에 있기를 바라며, 영토를 수색하는 쪽에 합류했다.
기사들이 차례로 수인화를 했다.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리고, 곧이어 엄청난 수의 늑대 무리가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퇴한 지 오래된 에단이었지만, 일분일초가 중요한 지금, 저택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다치셨을지도 모른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예크하르트 영토는 이미 곳곳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은 저택뿐이었는데, 저택까지 뚫릴 줄이야.
누가 린시를 데려갔는지, 아니면 린시가 혼자 사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찾아야 했다.
이지를 잃은 수인이 린시를 발견하고 물어뜯어 버리기 전에 말이다.
[넷씩 무리지어 다니는 게 좋겠습니다. 습격을 당할지도 모르니까요.]에단의 말을 들은 늑대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크하르트의 늑대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다말 땅으로 가 보기로 되어 있는 늑대들은 다말 땅으로,
그리고 영토에서 린시의 흔적을 찾기로 한 이들은 흙바닥에 코를 묻고서 린시의 냄새를 좇았다.
서둘러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