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1화(171/187)
기사는 이틀이 걸릴 거리를 꼬박 달려 하루 만에 주파했다.
늑대들은 하울링을 통해 소식을 전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상황까지는 전할 수 없었다.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만 알릴 수 있을 뿐.
그러나 에단은 켄드릭과 아르센에게 하울링을 통해 이 소식을 알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켄드릭과 아르센이 있는 곳은 늑대 영토의 경계.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끝없이 늑대 영토를 침범하고 있는 상황에, 제대로 된 상황 설명 없이 긴급하다는 것만 알리면 불안감만 고조될 뿐,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사의 발이 빨랐던지라, 하루 만에 켄드릭과 아르센에게 린시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켄드릭이 노기 띤 음성으로 물었다.
“저택에서 린시가 사라졌다고.”
기사는 지쳐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녀가 아침에 갔을 땐 이미 아가씨께서 사라지고 난 이후였다고 합니다.”
“…….”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어릴 때처럼, 다말 땅에 가 있으면 좋으련만.
“게다가 방이 나, 난장판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누군가 침입한 것처럼…….”
그럴 확률은 낮아 보였다.
방이 난장판이라고 했으니, 누군가 침입해서 린시를 데려간 것이 틀림없었다.
켄드릭이 주먹으로 막사의 기둥을 쾅! 쳤다. 단단하게 버티고 서 있던 막사가 충격으로 흔들렸다.
켄드릭이 기사가 들고 온 에단의 서신을 펼쳤다.
서신에는 린시가 사라졌으며, 기사들을 반으로 나누어 린시를 찾아내겠다고 적혀 있었다.
켄드릭이 짜증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턱 끝을 매만졌다.
“도대체 기사들은 뭘 하고 있었지? 그림자 기사단은? 그 애가 사라질 동안 다들 뭘 하고 있었냔 말이다.”
화살은 곧 린시를 지키지 못한 예크하르트의 기사들에게로 꽂혔다.
애초 혼자 두고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르센이라도 저택에 두고 왔어야 했다.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성물이 있으니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쳐들어올 수 없고, 기사들을 배치해 두었으니 안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실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습니다.”
기사가 난색을 표하며 더듬더듬 고했다. 기사의 말에 켄드릭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애가 사라졌고 정황상 납치된 것 같은데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없다?”
“예, 총집사님께서는 내부인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순간, 아주 오래전의 일이 생각났다.
예크하르트 저택의 요리사였던 아킴이 동생 때문에 그들을 배신하고 음식에 자일스 꽃가루를 탔던 일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내부인이 저지른 일일 수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켄드릭이 짜증스러운 듯 뒷목만 쓸었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없어.’
아르센과 켄드릭 그리고 예크하르트의 기사들은 경계를 따라 이동 중이었다.
성역과 가까이 있는 일족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늑대 일족의 영토는 성역과 떨어져 있는 편이었다.
문제는 공격당해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계속해서 늑대 영토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죽이지 않으려니 어렵군.’
차라리 전부 죽여버리면 편하기라도 할 텐데.
치료제가 있는 마당에 그리할 수도 없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생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냥 해치우는 것보다 품이 배로 들었다.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하필 이런 상황에…….
그때, 막사의 천이 걷히고 아르센이 걸어 들어왔다.
“저택에서 서신이 도착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르센.”
켄드릭이 착잡한 낯으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르센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낯을 와락 구겼다.
“무슨 일입니까?”
“린시가 사라졌다.”
켄드릭이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수인들을 생포하는 데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르센까지 데리고 온 것이 문제였다.
병력이 부족해 차라리 사살하거나 예크하르트의 기사단이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아르센은 린시 곁에 두고 왔어야 하는 건데.
켄드릭은 당장이라도 린시를 찾으러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는 린시의 시아버지이기 이전에, 늑대 일족의 수장이며 예크하르트의 가주였다.
따라서 켄드릭에게는 늑대 일족의 안전을 우선시할 의무가 있었다.
……설령 린시가 납치당한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다.
켄드릭의 말을 들은 아르센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성큼 다가와 서신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에단의 서신을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아르센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린시가 사라졌다고? 기사단은 뭘 하고!”
“……송구합니다.”
아르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가, 이내 서신을 구겼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아르센. 어디 가는 거지?”
켄드릭이 곧바로 막사를 벗어나려는 아르센을 불러 세우고서 말했다.
“제 부인을 찾으러 갑니다.”
아르센이 한 글자 한 글자 짓씹듯 말했다.
켄드릭은 착잡한 낯으로 마른세수를 한 뒤, 아르센에게 손짓했다.
“그래, 가라. 가서 린시를 찾아와, 아르센. 그 애가 안전한지 확인해라. 늑대 일족의 수장은 나고, 넌 후계자이니 아직은 의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겠지.”
켄드릭이 중얼거렸다.
켄드릭 자신 또한 지금 당장 린시를 찾으러 나가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기에, 후계자의 의무 따위를 운운하며 아르센을 말릴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여긴 내가 맡으마.”
“……가보겠습니다.”
아르센은 대답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 막사의 천을 걷고서 바깥으로 나오는 것과 동시에,
펑-!
아르센이 수인화했다.
거대한 은빛 늑대가 막사 앞에 우뚝 섰다. 빛을 받아 물비늘처럼 찰랑이는 은빛 털이 바람에 흩날렸다.
푸르고 올곧은 두 눈동자가, 예크하르트 저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르센은 지금 제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분명하게 안다는 듯, 빠르게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린시.’
아르센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린시 라니에로.
아니, 린시 예크하르트, 내 부인.
축제가 끝나면 린시에게 정식으로 청혼할 생각이었다.
몇 번이고 마음을 전했지만, 역시 그것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아 정식으로 청혼하고 결혼해 달라고 얘기할 생각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아르센이 바람을 가르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가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찾아야 해.’
간절하게 속삭이자, 아르센의 뒤로 그림자 늑대가 나타났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었다.
아르센의 뒤를 따라 달리던 그림자 늑대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한 마리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수십 마리.
수십 마리까지 불어난 그림자 늑대들이 은빛 늑대의 뒤를 따라 달리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아르센이 린시의 체향을 맡으려는 듯, 잠시 우뚝 멈춰 서서 허공을 가만히 응시했다.
동시에,
‘찾아. 찾아와. 린시를 찾아내.’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들에게 명령했다.
오래전, 린시가 저택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처럼.
처음 이능을 발현하고, 린시를 찾기 위해서 온 저택을 뛰어다녔던 그날처럼. 아르센이 명령했다.
‘린시를 찾아. 찾아서 지켜.’
수십 마리의 그림자 늑대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달려 나갔다.
아르센의 이능이 개화하는 순간이었다.
***
“아으…… 머리야.”
나는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 쥐며 몸을 일으켰다.
어지러워서 눈앞이 핑핑 돌아 제대로 앉아있을 수조차 없었다.
‘여기가…… 어디지?’
글레네가 이상한 힘을 사용해서 나를 제압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정신을 잃었는지, 그 이후부터는 기억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이곳이 어딘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빛 한 줄기 없이 캄캄하고 어두운 데다가, 가구 같은 것도 전혀 없어서 이곳이 어딘지 특정하기 몹시 어려웠다.
“……캄캄한 건 괜찮아서 다행이야.”
나는 어둠에 익숙해지려고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마 어두운 걸 싫어하는 일곱 살의 내가 이런 상황에 놓였으면, 패닉에 빠져 기절해 버리고 말았을 거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곳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그런데.
“읏, 차가워……!”
바닥이 지나치게 차갑고 딱딱했다. 나는 더듬대며 내가 누워 있던 곳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그런데 바닥의 끝이 만져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 끝부분을 더 더듬어 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제단 같은 곳에 올려져 있는 듯했다.
‘대리석 제단……. 신전인가?’
보이는 것도, 들려오는 소리도 전혀 없으니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며 환한 빛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