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3화(173/187)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아니, 못 알아본 게 당연한가?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라니에로 저택에 이런 새장이 있는 곳은 없었으니까.’
도대체 라니에로 저택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 방의 구조와,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미루어 보아 거대한 새장이 있는 이곳은 아마도.
‘가주의 방이야.’
전생에 아버지를 따라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곳. 알아차리고 나니 몇몇 익숙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도대체 왜.
‘가주의 방이 이렇게 된 거지?’
있어야 할 가구 같은 것들은 하나도 없고,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과 거대한 새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나를 납치해 온 인간들은, 그날이 다 되었다며 자기들끼리 떠들지 않나.
심지어는 나를 ‘통로’라고 불렀다.
그리고.
‘불사조라고도 했지…….’
불사조라니?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두 눈만 깜빡였다.
……모르겠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봤자, 내가 알 수 있는 건 이곳이 라니에로 저택이라는 것과,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탈출할 수 없다는 것, 단 두 가지뿐이었다.
결국 나는 더 생각하길 그만두고, 일단은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밥을 든든히 먹어 둬야 기회를 봐서 탈출할 테니까.
납치되어 낯선 곳에 갇혀 있게 되자, 아르센 생각이 더 간절하게 났다.
지금쯤 아르센한테도 소식이 도착했을까? 그렇다면 나를 걱정하고 있을 텐데.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갇혀 있는 곳이 라니에로 저택이라는 점이다.
켄드릭과 아르센은 내가 납치되면, 자연히 라니에로부터 의심할 테니까.
문제는, 지금 수인 사회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두 사람이 나를 구하러 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거다.
게다가.
‘의식 때까지라고 했어.’
그 말인즉, 의식이 끝나면 나를 죽이거나 버리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 전까지 내가 탈출할 수 있을까?
아르센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축제가 끝나고, 정식으로 성년식을 치르고 나면 아르센에게 고백하려고 했는데.
너와 이혼하고 싶지 않다, 고.
한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과연 그 말을 전할 수는 있을까.
갇혀 있으니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식을 들으면 켄드릭과 아르센은 나를 찾아내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여긴 라니에로 저택이야.’
그것도 이지를 잃은 새 일족들이 날뛰는 라니에로 저택…….
잠깐.
나는 거기까지 생각한 뒤, 눈을 번쩍 떴다.
성역에서 본 새 일족들은 분명히 이지를 잃은 것 같아 보였다.
이성을 잃고서 다른 수인들을 마구 공격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해 바닥에 처박히기도 했다.
그건 분명히 이지를 잃은 수인들만이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새 일족이 자일스 꽃가루를 퍼트린 거지?’
이지를 잃은 것과 별개로, 새 일족은 누구의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공중에 떠서 날갯짓하며 자일스 꽃가루를 흩뿌렸다.
원래대로라면, 이지를 잃은 수인들은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으니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야?’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고?
그리고 글레네는…….
글레네는 왜 나를 납치한 걸까.
나는 어릴 적, 글레네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글레네는 나한테 호의적이었고, 언제나 상냥했고, 그리고.
‘금제……가 걸려 있었지.’
글레네의 등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금제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내게 위험하니 조심, 또 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기고 다음 날 홀연히 사라졌다.
납치가 목적이었다면, 그때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했을 텐데.
그때는 예크하르트 저택의 경비가 지금만큼 철저하지 않았고, 나는 더 어리고 약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그리고.
‘도대체 나는 어떻게 데리고 나온 거야?’
예크하르트 저택은 밤낮으로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또, 켄드릭이 내게 붙여둔 그림자 기사단도 존재했다.
그런데 글레네는 나를 공격해 정신을 잃게 한 뒤 나를 데리고서 유유히 예크하르트 저택을 빠져나왔다.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아르센이 보고 싶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낯선 곳은 무서웠고 낯선 이들의 낯선 힘도 두려웠다.
그 힘에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당한 지금은 더더욱.
그리고 만약에.
그 ‘의식’이 나를 죽이는 거라면…….
도대체 나를 죽여서 무엇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사내들이 나누던 대화를 떠올려보면 대강 그런 뜻인 듯했다.
내 목숨을 필요로 하는 ‘의식’.
말이 돼?
그런 게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왜 굳이 나인 거지?
그들은 내가 무슨 특별한 것이라도 되는 양 취급했다.
통로라느니, 불사조라느니, 하는 말을 들어 보면 더욱 그랬다.
‘정말 말도 안 돼!’
나는 분통이 터져, 넓은 창살을 통해 새장을 탈출하려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새장은 이번에도 나를 가볍게 튕겨냈다.
“삐잇!”
아앗!
나는 충격으로 데굴데굴 굴러, 새장 구석에 거꾸로 처박혔다.
‘최악이야…….’
켄드릭이 지금 이 상황을 보았다면, 저놈들을 다 갈가리 찢어 주었을 텐데.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걸어가 아스파라거스 샐러드를 쪼아 먹었다.
켄드릭과 아르센.
베티와 에단. 헤른 선생님.
그리고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
린시를 찾을 수 없다.
아르센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하얗게 물들었다.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림자 늑대 수십 마리가 늑대 영토 전부를 뒤졌는데도 린시의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륙 전체로 수색 범위를 넓히자니, 아르센의 이능이 그만큼은 못 되었다.
그리고 그건 켄드릭 역시 마찬가지일 터였다.
대륙 전체에 사용할 수 있는 이능은 없다.
아르센은 그림자 늑대를 통해, 린시가 남겼을 흔적이라도 찾아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예크하르트 저택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사용인들은 웃지도 않았고, 모두 아르센과 에단, 그리고 기사들의 눈치를 살피기만 했다.
예크하르트의 기사단은 밤낮 가릴 것 없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린시의 흔적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그냥 공중으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아르센이 벽을 쾅 쳤다.
먼지가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아르센은 벽을 치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한참을 씨근덕댔다.
“대체 어디 있는 거지?”
린시. 제발.
아르센은 이제 거의 린시에게 애원하고 싶은 지경이 되었다.
어디 있는지 제발 알려달라고.
“……도련님.”
에단이 아르센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르센이 짜증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에단을 돌아보았다.
그는 아르센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희가 더 찾아보겠습니다. 우선, 좀 쉬시는 것이…….”
에단이 아르센의 눈치를 살폈다.
린시가 사라진 이 상황에서, 아르센에게 조금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는 건 예의 없는 질문임을 에단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며칠째다.’
아르센은 벌써 나흘째 잠도 자지 않고서 이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능을 개화시킨 뒤 꼬박 나흘이 지났다.
보통 이능을 한 번 더 개화하는 일은 거의 없긴 하지만, 이능을 개화하고 나서는 조금 쉬어 주어야 했다.
개화하면서 몸에 무리가 갔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능을 과하게 사용했을 때도 꼭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능을 견디지 못하고 몸이 부서져버릴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아르센은 몸 상태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린시가 붙어서 치료해준 덕분에 그나마 건강하다지만, 어릴 때는 일곱 살을 넘기지 못할 거란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능을 개화시킨 뒤, 꼬박 나흘 동안 이능을 사용하셨다.’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르센은 린시를 찾을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내내 각성 상태로 계속해서 이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들이 늑대 영토 전역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센의 명령으로, 수색 범위가 늑대 영토를 넘어 다른 일족의 영토까지 확대되고 있었다.
“도련님!”
에단이 답답하다는 듯 아르센을 불렀다.
아르센의 날카로운 시선이 에단의 낯으로 향했다.
에단 역시 지난 며칠간 린시를 찾아 헤매느라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아르센이 에단을 노려보며 말했다.
“언제까지 도련님이라고 부를 거지? 이제 작은 주인으로 부를 때가 된 것 같은데.”
아르센이 서늘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 저택의 작은 마님이 사라졌다. 이 상황에 나보고 쉬라고? 에단.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