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5화(175/187)
몸에서 그 어떤 체향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수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수인이 맞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수인의 체향이 느껴지지 않는 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게오르크의 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동시에.
펑-!
게오르크의 손아귀에 잡힌 채로 수인화가 풀렸다.
“으읍, 놔, 놔줘!”
나는 고개를 거세게 도리질치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창살을 손으로 잡고서 벗어나 볼까도 생각했지만, 창살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
내가 창살에 손을 대면 새장은 강한 힘으로 나를 튕겨냈기 때문이다.
‘아니지, 오히려.’
튕겨 나가면 조금 아프기야 하겠지만, 이 불쾌한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새장 창살로 손을 가져가던 때였다.
“머리 굴려봤자 소용없다.”
게오르크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홱 바뀌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내 기분 좋은 듯 웃고 있던 노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는 노인만이 남았다.
그는 내 턱을 손으로 쥐고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경멸스러운 것을 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으윽!”
“내가 네년 때문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내 턱을 쥐고 있던 손길에 갑작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나는 고통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는 눈에 핏발까지 세운 채로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손에 힘을 탁 풀었다.
나는 그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새장 바닥에 꼴사납게 엎어졌다.
“으윽!”
“아니, 아니지……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말이야.”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탁탁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나를 다시 소개하지. 내 이름은 게오르크 유클리드.”
“…….”
“네가 오래전에 봉인한 ■■들의 왕이자…… 이 대륙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마법사, 게오르크라고 한다.”
“……뭐라고?”
나는 두 눈을 끔뻑였다.
저자가 내뱉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은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
게오르크가 특정 단어를 내뱉기만 하면 귀가 먹먹해지고 게오르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이자, 게오르크가 주먹으로 새장 창살을 쾅! 내려쳤다.
“젠장, 젠장! 아직도 일족의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신세라니. 하지만 그것도 곧 끝이야. 이제 다 끝났다고, 크누트!”
게오르크가 잔뜩 흥분한 채 울부짖었다. 나는 게오르크의 입에서 나온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크누트……라면.’
이 대륙을 수호하는 여신이었다.
“통로여, 나는 너를 이용해 크누트에게로 가는 길을 열 것이다.”
게오르크가 꺽꺽거리고 웃으며 나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나는 발끝을 움찔거리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통로여, 너는 나를 크누트에게로 데려다줄 것이다. 네가 빌어먹을 크누트의 힘을 빌려 나와 내 일족들을 멸족시켰던 그날처럼.”
“……뭐?”
“통로여. 너는 보름달이 뜨는 날 밤, 우리에게서 앗아 간 것들을 우리에게 돌려주게 될 것이다.”
“대체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나는 결국 참다못해 그를 향해 소리쳤다. 게오르크는 대답은 하지 않고서 웃기만 했다.
“크누트의 딸. 우리는 네가 다시 태어나기를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게오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에 검은 후드를 쓴 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주춤거리며 새장 맨 구석에 붙어 그들을 노려보았다.
한순간에 거대한 새장이 있는 거대한 방 안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앞에는 슈빌과 게오르크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로 서 있었다.
게오르크가 손짓하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후드를 벗었다.
그런데.
“……!”
“흉측한가?”
그들 중, 멀쩡한 낯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게오르크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기괴하게 뒤틀리고 변형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부가 쪼글쪼글해진 이들도 있었고, 아예 소실된 듯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머리 일부분이 수인화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아 머리뼈만 새 일족의 모습을 띤 이도 있었고,
일그러진 피부 위, 짧고 지저분한 털이 듬성듬성 자란 이들도 있었다.
흉측하고 기괴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돌연변이!”
수인으로 태어났지만, 수인화를 할 수 없거나, 두 일족의 특징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이들.
돌연변이들에게서는 특유의 체향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돌연변이들은 본인 입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그들이 어떤 일족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게오르크도?’
그래서 저 남자가 어떤 일족인지 알아볼 수 없었구나.
저 남자가 돌연변이라서.
내 말에 게오르크가 웃었다.
“그래, 너희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게오르크의 눈이 빛났다.
“돌연변이라는 말도 웃기지. 사실 저들은 수인이 아니거든.”
그가 나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두 손 안에서 검은 빛이 번쩍였다.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방 안을 감쌌다. 나는 최대한 구석으로 숨었다.
그리고 게오르크가, 그 가운데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크누트의 딸.”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너를 아주 오래 기다렸다.”
그리고 게오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기운이 다시 한번 나를 덮쳤다.
***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
‘꿈인가?’
나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히 사물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정말로, 무(無)의 공간.
나는 제자리에서 일어나서 앞을 향해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본능이었다.
이 앞으로 가야 할 것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걸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이 거대하고 외로운 공간 속에 혼자였다.
아주 어릴 때,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금제가 풀렸을 때,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언제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러나 금제가 풀렸을 때, 내가 이 공간에 한번 왔던 것은 분명했다.
그때는 분명.
[이제 아프지 않을 거란다. 아가, 기억해……, 네 깃털은 저주가 아니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걷다가, 제자리에 가만히 주저앉았다.
이곳이 어딘지,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이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만 계속해서 들었다.
그리고.
‘불사조……라고 했지.’
그 남자들은 분명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아니면 남자들이 실수하여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불사조라니, 전설 속의 존재 아닌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는 전설 속 존재. 크누트 신의 사랑을 받았다고 알려지는…….
아.
거기까지 생각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순식간에 날개가 튀어나왔다.
강제로 수인화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나는 튀어나온 붉은색 날개를 만지작거렸다.
붉은 날개.
날개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자라 있는 것도 같았다.
그때.
[아가.]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나를 찾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가장 높은 곳을 향해서 고개를 쳐들었다.
위에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빛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기어이 확인해야겠다는 듯 아득바득 눈을 떴다.
그리고 대답했다.
“저를 부르신 건가요?”
[그래, 너를 불렀다. 린시.]금제가 풀릴 때 들었던 목소리와 꼭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나를 따뜻하게 감싸 주던 이 목소리는.
“크누트 신이시여.”
그 남자들이 그렇게 소리 높여 저주하던 크누트 신의 음성이라는 것을.
어릴 때는 이 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여 이 목소리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신이 다시 한번 여신의 형체로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신과 내가 통할 수 있는 신의 공간 안이라는 것을.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무의식과 신의 무의식이 만나 만들어진 또 다른 공간 안이라는 것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본능이었다.
나는 날개를 뒤로 젖히고 턱을 들었다.
“저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를 납치한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이 말하는 의식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그리고…….
나는 두서없이 중얼거리다가, 말을 뚝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천천히, 또박또박 신에게 질문했다.
“제가 그들의 것을 빼앗았나요?”
만약 신을 만날 수 있다면.
그래서 내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