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8화(178/187)
게오르크의 낯을 본 순간, 수없이 많은 기억들이 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것들은 소용돌이처럼 내 머릿속을 쉽게 헤집어놓은 뒤, 썰물처럼 빠르게 빠져나갔다.
“너희는 신이 가장 공들여서 빚은 존재지.”
가장 행복하게 웃었던 날과,
“이래서는 안 돼! 제발!”
가장 비참했던 날들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지배했다.
“린시, 내 딸.”
크누트 신이 내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신이 내 어깨를 가볍게 감싸 쥐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울지도, 속 시원하게 웃지도 못한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검은 후드를 쓴 이들이 나를 불사조라고 불렀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몇 번의 생을 다시 되돌아온다는 불사조.
‘그게 나였어.’
그래서 두 번째 생에서 죽었을 때, 죽기 직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생을 되돌아오는 것은 불사조만의 축복이자 특권이므로.
그러나 정말로 축복일까?
반사적으로 눈물이 툭 떨어졌다.
고통스러웠다.
이 모든 광경을 다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사무치게 아팠다.
그 순간, 게오르크가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채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발걸음을 성큼 옮겼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걸음을 막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었지만.
파앗!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에는 아주 단단한 벽이 세워져 있었다.
긴 세월의 벽은 나와 과거의 시간 사이를 가로막고 서서, 내가 과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막았다.
“게오르크, 반드시 후회할 거야.”
“린시, 네게는 늘 고맙게 생각해.”
말을 마친 게오르크가 손짓하자, 둥글게 서 있던 인간들이 동시에 거대한 마법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게오르크가 기쁘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린시, 네 깃털을 통해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르게 말하면 무슨 뜻이 되는 줄 알아?”
불사조의 깃털.
나는 순간 고대에는 불사조의 깃털을 통해 신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래, 깃털 정도는 얼마든 줄 수 있지. 우리는 친구잖아, 게오르크.”
내가 그의 황궁 창틀에 앉아 수명이 다한 깃털을 모아 건네주었던 기억도.
“……!”
“너를 통해 우리는 신에게 닿을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잖아, 게오르크! 신에게 도전하는 행위야, 그건!”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네가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라는 것을.”
게오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이 번쩍였다.
그리고 동시에 하늘을 향해 솟구쳐 뻗어나가더니, 거대한 새장 모양이 되었다.
“안 돼! 제발, 제발 지금이라도 그만둬! 반드시 후회할 거야!”
나는 가장 아껴 왔던 존재들의 배신으로 일그러진 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게오르크는 내 경고는 무시한 채, 의식을 이어나갔다.
빛으로 된 창살이 번쩍이고.
붉은 머리에 녹색 눈, 그러니까 지금의 나와 꼭 같은 모습을 한 여자는 다시 불사조의 모습으로 돌아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었다.
“우리는 더 강해질 거야, 린시.”
게오르크가 뿌듯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저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불사조를 구해 주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다.
그러나 과거를 바꾸는 것은 곧 인과율에 손을 대는 것. 크누트 신은 내게 권한을 넘어선 일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켜보렴. 네가 한 선택을, 그리고 저들이 맞은 최후를.”
거대한 불사조가 마법진 안에서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다가, 이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빛기둥이 그 뒤를 따랐다. 인간들은 고개를 쳐든 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켜보렴.”
이어 불사조가 지나간 길을 따라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에게 가는 길!’
그래서 그들이 나를 통로라고 불렀구나.
정말 말 그대로 통로였던 거다. 인간 주제에 감히 신에게 걸음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통로.
인간들이 환호했다.
“성공했어!”
“그래, 성공했어! 이대로라면……!”
아.
나는 입을 조그맣게 벌린 채, 그 참담한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지금 내 눈에는 보였다.
‘……아파.’
과거의 내가 강제로 신에게 향하는 통로를 연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그 순간, 괴로움이 어린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고통에 잠식되었던 녹색 눈동자는, 무언가를 결심하기라도 한 듯 인간들을 단단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크윽, 이게 뭐지?”
“으아악!!!”
정지 비행을 하고 있는 불사조의 날개에서 거대한 바람이 솟구쳤다.
바람은 순식간에 대지에 있던 마법사들과 이기적인 인간들을 휩쓸어 버렸다.
인간들의 왕이자, 가장 강력한 대마법사이자, 이 일을 벌인 주동자인 게오르크만이 바람 속에서 우뚝 서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사조가 말을 건넸다.
“게오르크.”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분노에 차 있지 않아.’
분명히 방금 내가 본 그 모습은, 고통과 분노에 가득 차 당장이라도 인간들을 모두 죽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는데.
“너는 네가 뜻하는 바를 결코 이룰 수 없을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폭풍이 대지를 덮쳤다.
그리고 불사조의 몸에서 화염이 넘실거렸다. 평소 그가 갖고 있던 불꽃보다 훨씬 더 강한 불꽃이었다.
닿는 모든 영혼을 태워버릴 듯한 강한 불꽃.
심지어는 자신의 육체까지도 태워버릴 듯한…….
그제서야 게오르크는 불사조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챘다.
“안 돼!”
게오르크가 비명을 질렀다.
공중에 떠서 통로를 연 거대한 신수는,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태워 통로를 닫고 있었다.
인간들이 억지로 연 통로를.
그리고 그건.
‘…….’
순간, 불사조와 눈이 마주쳤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가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불사조가 자신의 생을 태워 강제로 통로를 닫은 이유를.
그건, 인간을 응징하거나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너를 다정하게 만든 것을 후회한단다. 아가.”
따스한 목소리가 나를 감싸 안았다.
그건, 인간들이 더 이상 신의 분노를 사지 않도록 막은 것이었다.
인간의 육체로 신의 공간에 건너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그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일이었고, 그 대가는 인간이 치를 수 있을 만한 것은 결단코 아니었으므로.
“안 돼!!!”
불사조는 남은 자신의 생을 태워 거대한 통로를 닫았다.
영혼을 태우는 불꽃.
이 불꽃이 몸을 완전히 집어삼키면, 불사조는 더 이상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다.
몇 번의 생을 되돌아올 수도 없고, 다시 태어날 수도 없었다.
이 세상에서 존재가 영영 소멸하는 것이다.
그 대가를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신수는 인간들의 잘못을 덮었다.
문제는, 이미 한번 열렸던 통로는 불사조의 능력으로 모두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불사조가 자신의 생을 바쳐 통로를 봉인하고 인간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했지만.
“용서를 바라느냐?”
그건 인간들이 이미 신의 분노를 사고 난 뒤였다.
닿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는 불사조의 거대한 불꽃이, 마침내 신수의 육신까지 모두 집어삼켰다.
신수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신은 싸늘하게 식어 돌아온 신수의 시체와 고달픈 영혼을 안고서,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들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신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농작물들이 죽어가고, 인간들이 이유 모를 역병으로 사망했다.
게오르크가 서 있던 땅 주변으로 대지가 검게 물들어가고, 인간들이 이룩해놓았던 모든 것들이 천천히 무너졌다.
인간들의 영토.
다말.
신은 그곳에 저주를 내렸다.
불사조의 생을 태워버린 죄를 묻고, 자신이 아끼던 신수를 죽게 만든 죄를 벌했다.
인간들은 손쓸 틈도 없이 신의 분노 앞에 모두 죽어나갔고, 다말 땅은 저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신은 마지막 남은 인간, 게오르크를 앞에 세워두고서 선언했다.
“너희는 영영 소멸할 것이다.”
“……무슨.”
“인간들을 기록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며, 존재 자체가 소멸하여 다시는 일족이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가 살았던 땅은 다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며. 이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이가 없도록 하리라.”
그 말을 끝으로, 게오르크의 육신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끔찍한 방법으로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