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7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79화(179/187)
그 순간.
눈앞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밀어내듯 내 손을 튕겨냈다.
‘앗!’
나는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손이 닿았던 곳부터 시작해,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의 다 끝나가는구나]이제는 익숙해진 음성이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끝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일그러지는 공간 너머를 똑똑히 바라보았다.
게오르크의 육신이 소멸한 자리부터 어둠이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해가 사라지고, 죽음의 안개가 다말 땅을 가득 채웠다. 식물들과 동물들은 전부 한 줌의 재로 사라졌으며,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소멸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신의 분노를 산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그들이 천천히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때,
완전히 까맣게 죽어버린 다말 땅 위, 한 줌의 재 같은 것이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너는 내가 만든 것들 중 가장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이므로.’
둥실 떠올랐던 한 줌의 재가 한데 모여 조그만 빛을 내뿜었다.
‘너한테 다시 한번의 기회를 주마.’
신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한 줌의 재로 돌아갔던, 지금은 조그만 빛으로 다시 태어난 저게 바로.
‘……불사조.’
신수 불사조의 영혼이자,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라는 걸.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신이 보여주던 고대의 기억들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으앗!”
바닥이 내려앉고,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떠 보니 나는 어느새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내가 방금 본 것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고대의 기억.’
불사조, 그리고 다말 땅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들.
내가 본 것들 중엔 믿을 수 없을 만한 것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했다.
그 모두가 사실이었으므로.
‘인간들은 나를 이용해 신에게 향하는 통로를 열었고, 나는 남은 생을 바쳐 그 통로를 닫았어.’
주먹을 쥐었다 펴보니, 손바닥에 둥근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신의 분노를 산 죄로 멸족했지.’
나는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웃음도 울음도 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나도 먼 과거의 이야기라, 지금의 나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진 탓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이 분명히 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다시 살린 것을 원망하니.]“…….”
[너를 다정하게 만든 것이 나의 탓이라면, 나를 다정해지게 만든 것은 누구를 탓해야 할까.]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내내 얼굴을 묻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제가 당신을 다정해지게 만들었나요?”
[너는 내게 헌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지.]순간, 자신을 배신한 인간들을 위해 남은 생을 바쳐 통로를 닫던 불사조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영영 되살아나지 못할지라도, 그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나는 그저, 네게 다시 한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단다.]그러나 이미 세상에서 영영 소멸해버린 신수를 다시 살려내는 것은 불가한 일.
신의 목소리가 흐릿해졌다.
[나는 너를 살려낸 대가로 힘의 대부분을 잃었지. 그리하여 저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다시 한번 간악한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이는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아가.]신은 내가 전생에 죽어야 했던 이유도 자신의 탓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신의 힘이 완전하지 못해, 되살아난 내가 완전한 생을 갖지 못하고 겨우 일곱 살에 죽어야 했던 거라고.
나는 그 얘기를 가만히 듣다가, 가장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자일스 꽃가루를 퍼트려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 것 역시 인간들인가요?”
[그래.]수인 사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헤른 선생님이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며 사슴 일족으로 떠났지만, 해독제가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미 피해가 수인 사회 전체로 번져 버린 상황에서 소량의 해독제가 겨우 몇 명이나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상황에서도 나는 부모를 잃은 채, 예크하르트 저택의 지하에서 사용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어린 수인들을 떠올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수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을지 모르며,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울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은 지금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아무도 감히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했지만.
전부 다 잘 해결될 거라며 서로를 도닥이고 위로했지만,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세상은 이미 지옥과도 같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저를 어여삐 여기셨다면, 저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무슨 기회를?]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끝마칠 기회를. 소중한 이들을 지킬 기회를. 난장판이 된 세상을 구하고.”
가장 높은 곳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
“세상을 다시 한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
나는 느리게 눈을 떴다.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던 탓인지 눈앞이 흐릿하게 보였다.
눈꺼풀을 몇 번 깜빡거리자, 금방 초점이 돌아왔다.
‘여기는.’
나는 이곳이 내가 갇혀 있는 새장 안이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지금이 몇 시지?’
바깥이 온통 어두웠고, 실내에는 겨우 촛불 몇 개만 켜져 있었다.
몇 시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창문 너머를 바라보니, 둥글게 뜬 달이 보였다.
‘오늘이 보름인가?’
보름달이 뜨는 날 자정, 의식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창살에 손을 가져다대려다가, 손을 물렸다.
‘앗차.’
만약 오늘 밤이 그날이라면, 이렇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지?’
분명히 정신을 잃기 전에는 의식까지 며칠 남아 있었는데.
나는 손바닥을 쥐었다 펴며 내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크누트 신의 다정한 음성을 떠올렸다.
[네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마.]신은 내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의식이 시작되기 전, 다말 땅 가운데에 있는 세계수로 가라.]‘그게 세계수였다니.’
다말 땅을 정화한 뒤부터 싹을 틔워, 놀라운 속도로 자라난 거대하고 신비로운 나무.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가 보면 알 수 있을 거란다, 내 딸.]신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를 신의 공간에서 내보냈다.
‘세계수로 가야 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막고, 이 모든 일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려면 세계수를 찾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어떻게 가야 하지?’
나는 지금 거대한 새장 안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 심지어 창살에 접촉하면 창살이 내 몸을 튕겨내 함부로 접촉할 수도 없었다.
‘나를 꺼내서 의식 장소로 향할 때를 노려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토록 기다려 왔던 의식인데, 내가 도망칠 수 있을 만큼 경비가 허술할 리 없었다.
아마 또 기절시켜서 의식을 치를지도 모르는 일.
그러니 어떻게든 나를 꺼내 의식 장소로 데려가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만 했다.
‘오늘이 정확히 며칠인지는 모르겠지만.’
창 밖의 달이 둥근 것으로 보아 오늘이 보름인 듯했다.
게다가 방 안에서 나를 감시하던 이들도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만약 내 추측이 맞는다면, 의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얼핏 본 고대의 기억에서는, 의식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사위가 어두워진 것으로 보아 기껏해야 두 시간 정도 남았겠지.
‘어떻게 해야 하지? 제발, 생각해 내!’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듯 한 움큼 쥐고서 생각을 쥐어짜냈다.
순간, 아르센이 보고 싶었다.
아르센이었다면 나를 이곳에서 꺼내 주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지키겠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금세 생각을 떨쳐내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아르센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지키겠다고 했으니, 나도 어떻게든 아르센을 지킬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막고, 아르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들 거야.
다짐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식이 시작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새장이 열릴 때까지 몸을 부딪치기라도 해 볼 심산이었다.
“좋아, 해보자.”
내가 고개를 끄덕인 뒤, 창살에 있는 힘껏 몸을 부딪치려던 그때.
“아가씨!”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