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8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80화(180/187)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홱 틀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서 있었다.
“……글레네?”
분명히 글레네였다.
나를 이곳까지 끌고 온 이 말이다.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글레네가 여긴 왜 온 거지?’
설마, 의식의 시간이 다가왔나?
그래서 나를 데려가려고 온 걸까? 나는 잔뜩 경계하며 글레네를 바라보았다.
글레네가 새장 창살을 더듬어 만지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시간이, 시간이 없어요, 아가씨. 어서 여기서 나가셔야 해요.”
그렇게 말하는 글레네는 꽤 절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잠시 주춤거린 뒤 입을 열었다.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건 너잖아, 글레네. 그런데 이제 와서 어서 나가야 한다니? 너…… 의식 때문에 나를 끌고 가려고 온 게 아니야?”
내 말에 글레네가 잠시 곤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무어라 말하려는 듯 얇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굳게 다물고는 새장 창살을 더듬어 새장을 여는 데 집중했다.
“……글레네?”
“오기 전에, 오기 전에 결계에 틈을 만들어 두었어요. 그러니까 아르센 도련님, 도련님도 금방 오실 거예요…….”
글레네가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
그녀가 손을 놀릴 때마다, 새장 천장에 달려 있는 보석이 불길한 빛으로 번쩍였다.
“아르센이 올 거라고?”
“네, 네. 금방 오실 거예요. 아마도…….”
그 순간, 글레네의 손끝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녀의 몸이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읏!”
나는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창살 너머로 튕겨 나간 글레네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꽤나 세게 나뒹굴었으니 분명 아플 텐데도, 글레네는 입술을 꾹 깨물고서 벌떡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듯했다.
글레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새장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다시 창살을 더듬어 만지기 시작했다.
“……?”
그리고 나는 그런 글레네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다.
글레네, 눈이 안 보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꼭, 앞이 보이는 사람 같았다.
의아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물어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제일 중요했으니까.
‘글레네가 결계에 틈을 만들었다고 했어.’
아르센이 왜 이렇게 나를 못 찾는지 의아했는데, 라니에로 저택, 혹은 새 일족 영토 전체에 결계가 쳐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아르센이 올 거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나는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글레네를 바라보았다. 새장의 잠금장치를 붙잡고 한참이나 끙끙대고 있었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글레네가 왜 갑자기 나를 도와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한테는 잘된 일이야.’
솔직히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막막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글레네의 손끝에서 빛이 번쩍였다.
파아앗-!
동시에 새장 문이 벌컥 열리고, 글레네는 다급히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서둘러야 해요……!”
나는 일단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와 가둬 둔 것도 글레네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글레네와 지금의 글레네가 다른 사람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게다가, 글레네는 나를 이 지긋지긋한 새장에서 풀어주었다.
지금 그녀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글레네의 손을 꽉 잡고 새장 바깥으로 발을 내디뎠다.
글레네는 내 손을 단단히 잡은 채,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글레네, 너 눈이……!”
“서,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아가씨.”
글레네가 입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나는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라니에로 저택은 아가씨가 알던 것과 조금…… 달라져 있어서 나가는 길을 찾기는 어려우실 거예요. 지금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지만…….”
끼이익-.
그녀가 가주실의 문을 느리게 열었다. 열린 문 옆으로, 라니에로의 기사 너댓 명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글레네가 쓰러트린 건가?
자리를 비운 게 아니고 자리를 비우게 만든 것 같은데…….
저택은 꼭 죽은 것처럼 캄캄했지만, 달빛이 밝아 걷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우리는 환한 달빛을 따라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의식 때문인지 확실히 저택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의식에는 많은, 아주 많은 영혼이 필요하니까……. 저택 내부에 있는 수인들은 거의 다 제단으로 갔어요. 앗!”
말을 잇던 글레네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홱 잡아당겼다.
나와 글레네는 몸을 낮춘 채, 복도에 있던 조각상 옆에 몸을 숨겼다.
“젠장, 늦었군. 게오르크 님께서 경을 치실 텐데.”
“빨리 가자고. 적당히 섞여들면 늦은 것도 모르실 거야.”
검은 로브를 쓴 이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갔다.
우리는 들키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그들이 지나간 뒤, 글레네는 그제서야 꽉 쥐었던 내 손을 놓아주었다.
“복도를 따라 쭉 가서, 다락으로 올라갈 거예요. 다락에…… 조그만 틈새가 있어요. 수인화하시면 빠져나갈 수 있으실 거예요. 아마도, 아마도. 그리고 나가면 아르센 도련님께서 분명 계실 테니까요. 곧장 멀리 도망치세요. 아주 멀리…….”
글레네가 분주히 걸음을 옮기며 내게 당부하듯 속삭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가씨를 찾으려고 할 테니까, 아주 멀리 가셔야 해요.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멀리 가지 않아도 돼. 갈 곳이 있어.”
나는 마주 잡은 손을 살짝 쥐었다 놓으며 말했다.
“가야 할 곳이 있어. 어디냐면…….”
“아가씨!”
글레네가 몸을 홱 틀어 나를 돌아보았다. 희게 질린 얼굴은 달빛을 받아 더 창백해 보였다. 글레네는 잔뜩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내 두 뺨을 감싸쥐었다.
뺨에 닿는 손이 차가웠다.
“말씀하지 마세요. 어디로 가실지 제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아니,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마세요. 아가씨만 알고 계셔야, 꼭 그러셔야 해요.”
“……응, 알았어.”
“저, 전부 다 설명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는 글레네는, 꼭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이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 글레네. 걱정하지 마.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 혼자 갈게. 혼자서, 아주 멀리 갈 테니까.”
“어디를 간다고?”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글레네의 낯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희게 질렸다.
나는 주춤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언니, 어딜 가는 거야?”
그리고 뒤돌아본 자리에는, 낯익은 소녀가 우뚝 서 있었다.
달빛이 환하게 쏟아져내리는 자리, 그 아래에 슈빌 라니에로가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슈빌.”
“언니, 어떻게 나왔어?”
게오르크가 절대 못 나올 거라고 했는데. 아이린이 열어 준 건가? 슈빌이 중얼거렸다. 나는 글레네의 손을 꼭 잡고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슈빌, 너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나는 가야 해.”
“곧 게오르크가 언니를 데리러 올 거야. 준비가 모두 끝나면 말이야.”
“슈빌.”
슈빌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게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데.
휘청-.
슈빌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습관적으로 그녀를 부축해주려다가, 글레네의 손길에 이내 다시 물러났다.
슈빌이 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세상은 너무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야.”
슈빌의 시선과 내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죽어 있는 듯한 연두색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언니, 나는 아버지가 정말 싫었어. 아주 어릴 때부터…….”
“…….”
“그러던 어느 날, 게오르크가 나타났지. 나한테 그랬어, 아버지가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슈빌의 목소리가 복도에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그 와중에도 글레네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게오르크는…… 내게 자꾸 이상한 것들만 시켰어. 언니, 내가 아버지를 죽였어.”
“슈빌.”
“형제들을 죽이고, 게일을 병들게 만들었어. 언니, 나는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슈빌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떠한 감정도, 표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느낌.
나는 슈빌을 향해서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갔다.
“슈빌.”
“언니, 나는 그냥…… 아버지한테 사랑받아 보고 싶었어.”
그 말을 끝으로, 슈빌이 피를 왈칵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