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8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81화(181/187)
“슈빌!”
“아가씨, 아가씨. 서둘러서 가셔야 해요…….”
글레네가 불안한 듯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며 나를 잡아끌었다.
‘슈빌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어.’
지금 이 상황에도 게오르크는 나를 제물로 삼아 통로를 열 의식을 준비하고 있을 테고, 나는 그 전에 이 모든 일들을 막고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왈칵 피를 토하는 슈빌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은.
내가 어릴 때 그 어린아이를 그 저택에 혼자 놓고 왔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나는 슈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치료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애가 피를 토하지 않을 정도로는 치료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좀 의아했다.
슈빌의 이능은 다른 이의 생명력을 빼앗는 이능인데, 왜 이 애의 몸안에 남아 있는 생명력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
게일과 다른 형제들을 죽였다고 말했으니, 그들의 생명력을 빼앗았다면 마땅히 슈빌의 몸 안에 생명력이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런데 슈빌의 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빈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슈빌의 몸에 손끝을 가져다대고 이능을 사용하자 손끝에서 연둣빛 빛이 일렁였다.
그러나 빛은 슈빌의 몸 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내 손끝에서 금방 사그라들었다.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슈빌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건 아무리 해도 소용 없어, 언니. 우리는 비슷한 결을 가졌으니까.”
“비슷한 결이라고?”
“게오르크가 그랬어. 언니랑 나는 아주 닮아 있다고.”
슈빌이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를 돌아보며 말했다. 복도 저 멀리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글레네가 다급하게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글레네의 손길에 이끌려 슈빌에게서 두어 걸음 떨어졌다.
“게오르크는 언니를 잘 감시하라고 했지만……, 언니를 막을 생각은 없어. 그랬다면 진작 막았겠지.”
슈빌이 글레네를 가리켰다.
“저 애가 언니의 새장 문을 열기 전에 말이야.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
슈빌이 콜록! 밭은 기침을 뱉었다. 얼핏 보기에도 슈빌의 몸 상태는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니까 그냥 가. 어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 언니.”
슈빌이 홱 몸을 돌려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를 가만히 응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끝에서 라니에로의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걸어나왔다.
순찰을 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기사들은 복도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을 보고서 우리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저, 저건!”
“도대체 어떻게 나왔지? 분명히 갇혀 있었을 텐데!”
기사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글레네가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가씨, 어서요!”
나는 글레네의 손을 잡고서 무작정 복도 반대편으로 뛰었다.
슈빌은 복도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지만, 기사들은 슈빌을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그 애가 거기에 없기라도 한 것처럼.
나와 글레네는 정신없이 뛰어 도망쳤다. 복도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뛰고, 뛰고, 뛰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잡아! 놓치면 안 돼!”
뒤에서는 기사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대로면 금방 잡힐 것이 분명했다.
글레네 역시 당황한 듯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글레네의 손을 더 세게 쥐고서 무작정 달렸다.
그런데 그때.
“……!”
“여기다!”
복도 저편에서도 라니에로의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안 돼.’
뒤에서도 라니에로의 기사들이 쫓아오고 있었고, 앞도 그들이 가로막은 채였다. 이대로라면 라니에로를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순순히 포기하세요. 다치게 할 생각은 없으니.”
그들이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 왔다.
우리는 주춤거리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이대로 잡혀서 다시 그 새장 안에 갇혀 의식 시간을 기다리게 될 터였다.
‘그건 안 돼!’
나는 세계수로 가야 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마음이 초조해졌다.
기사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들은 정말로 나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는지, 칼 같은 것은 내려두고서 오직 손만 사용하여 나를 잡아챌 생각인 듯했다.
그때였다.
쾅-!!!
저택 1층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라니에로의 기사들이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나와 글레네 역시 1층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의식을 시작하는 소리일까? 그럴 리가 없는데. 의식은 달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서 이뤄진다. 라니에로 저택에서 의식을 시작할 리가 없다.
이어, 기사들과 사용인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사, 살려줘!”
다른 기사들의 비명소리에, 나를 잡으러 왔던 기사들 역시 당황한 듯 했다.
“어, 어서 잡아넣고 내려가 보자고.”
기사들이 잔뜩 당황한 채로 내 팔과 글레네의 팔을 홱 잡아챘다.
나는 갑자기 팔이 잡히는 바람에 눈을 찡그리고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이, 이거 놔! 놓으라고!”
“가만히 좀 계세요. 지금 내려가서 상황을 확인…….”
그러나 기사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익숙한 검은 형체가 순식간에 홱 날아와 기사의 목덜미를 텁 물어 잡아챘다.
“……!”
기사들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검을 빼 들고 내 손을 잡아챘던 기사를 공격한 검은 형체를 겨누었다.
“저, 저건!”
나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형체를 보고서 환하게 웃었다.
“늑대야!”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였다.
곧이어 창문 바깥에서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가 들렸다. 아르센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글레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림자 늑대가 기사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림자 늑대들은 자꾸만 늘어났다. 그들은 일제히 나를 위협한 기사들을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한 마리가 아니잖아?’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그림자 늑대가 한 마리였는데.
아르센이 그새 더 성장한 걸까?
그때, 그림자 늑대들이 고개를 돌려 일제히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고개를 돌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은빛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잘 벼려진 검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한껏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채였다.
늑대의 푸른 두 눈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나는 긴장이 풀려 주저앉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다.
“아르센.”
내가 아르센의 이름을 부른 그때, 아르센이 순식간에 기사들에게로 달려들어 그들을 전부 제압했다.
거대한 은빛 늑대를 본 라니에로의 기사들은 일단 혼비백산 도망쳤다.
라니에로는 새이고 아르센은 늑대이니 도망치는 것이 당연했다.
도망가는 기사들은 그림자 늑대들이 달려들어 잡았다.
아르센은 거대한 발 아래에 라니에로의 기사들을 호박 파이처럼 뭉개놓은 채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머리를 내게 들이밀고 나를 핥았다.
“아르센, 아르센……. 정말 보고 싶었어.”
나는 아르센의 머리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손 끝에 복슬복슬한 털이 만져졌다. 푸른 두 눈이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근처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르센이 귀를 쫑긋거렸다.
나는 아르센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로,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레오나도 왔어?”
사자 일족이 라니에로의 저택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검은 로브를 입은 이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언뜻 뱀 일족의 꼬리도 본 듯했다.
아르센이 그렇다고 대답하듯 눈을 한번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부드럽게 살랑였다.
“아르센, 네가 올 줄 알고 있었어.”
새장에 갇혀 있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둠 속에 갇혀 쓰러져 있었던 그때처럼, 아르센이 다시 한번 나를 찾아내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나 게오르크는 치밀하고, 라니에로는 생각보다 비밀스럽고 단단해서, 접어 두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정말로 아르센이 나를 구하러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에서 벅찬 감정이 휘몰아쳤다.
나는 아르센의 두 뺨을 손으로 쥐고, 아르센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댄 채로 말했다.
“어서 나가자, 아르센. 나를 여기서 내보내 줘. 나는 갈 곳이 있어.”
아르센이 다시 한번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곤, 나를 덥석 물었다.
“으앗-!”
그리고 나를 자신의 등에 올려놓은 뒤, 그림자 늑대들에게 명령하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림자 늑대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개중 한 마리만이 남아 글레네의 목덜미를 텁 물었다.
그러나 글레네는 같이 가지 않겠다는 듯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고개를 내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