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8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83화(183/187)
“카인?”
언제 쫓아온 거지? 아니, 애초 아르센의 속도를 카인이 따라잡을 수 있었던가?
아르센은 늑대고 카인은 뱀이었다. 카인이 아무리 빠르게 아르센을 쫓아 봤자 아르센의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을 텐데.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린시.”
카인이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순간, 아르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나를 자신의 등 뒤로 스윽 숨겼다.
“우릴 쫓아온 건가?”
“그래, 물어볼 게 있어서.”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는 카인은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낯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디가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아프다고?
나는 그제서야 카인의 몸에 금제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카인을 보았을 때, 카인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굴었던 것도.
나는 아르센의 등 뒤에서 한 발자국 나오며 카인에게 물었다.
“……카인, 어디 아파?”
“지금 다말 땅으로 가는 거지.”
“……어떻게 알았어?”
“알려줬어.”
도대체 누가? 그러나 카인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해주지 않았다.
“그는 계속 너를 막아야 한다고 하더군. 네가 다말로 가면 정말로 모든 걸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면서.”
“린시를 막을 셈이냐?”
아르센이 날카롭게 물었다. 나는 아르센을 진정시키려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놓으며 물었다.
“‘그’가 누군데?”
“그건 모르지. 하지만 대답해 줘, 린시. 다말로 가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
카인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낯을 하고서 내게 물었다.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보다는 너를 더 신뢰하니까 네게 묻는 거야.”
아.
나는 그제서야 게오르크가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인간들의 영혼이 수인들의 몸에 자리잡아 수인들의 몸을 빼앗고 그들로서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다면 카인과 글레네의 몸에 걸려 있던 금제가!’
그들이 그 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던 거다.
자신은 함께 갈 수 없으니 놓고 가라던 글레네도 이해가 갔다.
그녀가 나를 잡아와 놓고 다시 풀어주었던 것 역시도.
그리고 카인이 말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의 정체도.
말을 내뱉는 카인의 표정이 고통에 일그러져 있는 이유도.
아마 카인은 금제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심장을 옥죄는 고통을 애써 견디고서 나한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꾹 앙다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해결할 수 있어.”
“그래, 그럼 됐어.”
카인이 한결 나아진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의 새카만 머리칼이 바람에 살짝 흐트러졌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네게 먼저 물어보고 싶었다.”
“……”
“이제 가.”
카인의 목소리가 흐릿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카인의 몸이 살짝 휘청였다. 나는 깜짝 놀라 카인에게로 손을 뻗었다.
“카인!”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 것뿐이니까.”
카인이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며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그는 어서 가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이 충분히 휴식했으니 다시 바로 출발해야 했다. 여기서 언제까지고 쉬다가는 게오르크한테 잡힐지도 모르니까.
레오나가 발목을 묶어 놓고 있긴 했지만 아마 역부족일 터였다. 페르난도의 정예 기사단도 아니고, 레오나와 레오나가 이끄는 기사단일 뿐이니까.
아르센이 찬란한 달빛 아래에서 가볍게 발을 굴러 모습을 바꾸었다.
거대한 은빛 늑대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은빛 늑대의 뺨과 곱슬곱슬한 털을 부드럽게 쓸어 주곤, 카인을 돌아보았다.
“걱정하지 마, 카인.”
“그래.”
아르센이 내 뒷목을 물어 제 등 위에 훌쩍 올려놓았다.
나는 아르센의 등 위에 올라타, 부드러운 털을 한 움큼 잡았다.
거대한 은빛 늑대는 보름달을 한번 올려다본 뒤, 다시 한번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
“제길!”
게오르크가 씩씩대며 들고 있던 마법 지팡이를 내던졌다.
그의 발밑에는 사자 일족의 기사단이 쓰러져 있었다.
인간들은 사자 일족과의 전투로 힘을 상당히 소모한 채였다. 이대로라면 의식을 시작조차 못 할 수도 있다.
아니, 결코 시작하지 못한다!
‘린시, 그 계집애가 도망쳤어.’
게오르크는 본능적으로 린시가 다말 땅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이 모든 일이 시작된 곳이었으니까.
린시는 아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곳으로 가려고 할 터였다. 게오르크가 발밑에 있던 계집의 다리를 콱 밟았다.
“아악!”
레오나가 고통스러운 듯 낯을 일그러트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작 이딴 것들 때문에 일을 망칠 수는 없어! 보나마나 다말 땅으로 갔을 테지. 다들 서둘러라! 다말 땅으로 간다!”
레오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기력도 없다는 듯 숨만 내쉬었다.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게오르크와 눈이 마주친 순간, 레오나가 씨익 웃어 보였다.
“……늦, 콜록! 늦어서 어쩌나.”
“재수 없는 짐승 계집!”
게오르크가 분노하며 레오나의 복부를 걷어찼다. 레오나가 눈을 홉뜨고 정신없이 기침을 뱉었다.
그는 레오나에게 더 이상 신경 쓸 시간도 없다는 듯 몸을 홱 돌렸다.
“알아서 뒤쫓아와. 먼저 갈 테니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번에도 린시 그 계집이 모든 것을 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게오르크가 손짓하자, 이지를 잃은 거대한 새 수인이 어디선가 날아왔다.
이지를 잃었으나 게오르크의 술로 인해 그의 명령만 듣는 이였다. 때문에 인간들과 사자 일족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퀘에엑-!”
“쯧, 시끄러워!”
게오르크는 가볍게 그를 제압하고 등 위에 훌쩍 올라탔다.
거대한 검은 새가 목을 한껏 젖힌 뒤,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환한 달빛 아래 꺼멓게 죽은 밤.
이 보름달이 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사조를 데려와 제단에 처넣어야만 했다.
그래야 신에게 향하는 통로를 열 수 있고, 우리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거대한 새가 정신없이 바람을 타고 날았다. 커다란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깃털이 바람에 날렸다.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다말 땅으로 향하는 건 분명하다.’
먼젓번, 그 계집이 다말 땅의 일부를 정화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다말 땅을 정화할 수 있다니, 땅을 되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라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멍청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다말 땅에 무언가를 숨겨둔 것이 분명했다.
늑대 일족의 수장이 이능을 사용해 그 땅을 자그마치 십 년 가까이 가려서 숨겨 두었다고 했다.
그 계집이 그 안에 어떤 사특한 것을 숨겨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
린시가 사라졌을 때, 반드시 다말 땅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 안에 숨겨둔 것을 찾으러 간 거야, 분명!’
도대체 뭘까? 새로운 성물? 제단?
뭐가 되었든 불길하다! 그들에게 이로운 일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게오르크는 이미 최대한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새의 옆구리를 발로 강타했다.
“더 빨리, 더 빨리 날아가라고, 이 머저리야!”
그리고 윽박질렀다.
은빛 늑대가 밤공기를 가르고 달려가는 속도로, 거대한 새가 그들의 뒤를 쫓아 다말로 향했다.
게오르크는 계속해서 손톱을 깨물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계획에 없었다.
의식을 준비하느라 저택의 경계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택에는 상당수의 새 일족들이 남아 있었다.
그에게 세뇌당한 새 일족 말이다.
그러니 린시가 빠져나올 수 있을 리 없었다. 기사들과 사용인들이 새장을 지키고 있었을 테고, 심지어는 몇몇 남겨둔 인간들도 있었는데……
순간, 게오르크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가 있었다.
저택에 남겨둔 이.
“아이린 님께서 일어나지 않으시는데 어찌할까요?”
“쯧, 둬라. 깨어나면 알아서들 오겠지.”
아이린!
그녀가 글레네의 몸을 완전히 차지할 수 있게 된 것 같기에, 별 의심 없이 저택에 두고 왔는데.
글레네와의 싸움에서 패한 건가? 게오르크가 짜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손톱을 딱딱 짓씹었다.
더 많은 금제를 걸어 놓았어야 했다. 아이린의 영혼이 아니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도록!
그의 명백한 실수였다.
그 순간, 저 멀리 꺼멓게 죽은 땅, 다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 돌아갈 수 있기만을 그렇게 고대했던.
게오르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다말 땅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홉떴다.
그림자의 장막이 걷힌 자리.
녹음이 무성한 길이 다말 땅을 따라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세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