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8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86화(186/187)
“안 돼, 안 돼!”
게오르크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빗물이 게오르크의 몸에 닿자, 그의 육신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는 녹아내리는 몸을 도로 붙이기라도 할 것처럼 자신의 몸을 한껏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다.]신의 음성이 경고하듯 게오르크의 귓가를 맴돌았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이렇게 소멸될 수는 없어, 이렇게 소멸될 수는!
게오르크가 발버둥 치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니, 그건 비명소리나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죽을…… 수는!”
게오르크가 손가락을 세워 흙바닥을 긁었다. 그의 손에 이제는 완전히 정화된 다말의 흙이 한 움큼 잡혔다.
그때.
“크아악-!”
다말의 흙을 움켜쥔 손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손은 금세 형태를 잃고 잿가루처럼 공중에 흩뿌려졌다.
그 순간, 게오르크는 알 수 있었다.
몇 번의 생을 돌아오는 불사조의 생을 대가로 정화해낸 땅.
그 귀한 생을 망설임 없는 헌신으로 세계수에 바쳐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결심했으니.
……자신은 무슨 수를 써도 저 애를 막을 수 없고, 이 자리에서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오랜 시간을 기다려 준비했던 것치곤 사뭇 허탈한 결말이었다.
“끝까지…… 도움이 안 되는군!”
게오르크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중얼대며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날, 린시가 의식을 망쳐 버렸던 그 순간부터, 지금 그를 소멸시키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그녀는 그에게 단 한 순간도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다.
게오르크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육신이 산산조각 나 바스러지고 있었다.
“…….”
아르센이 게오르크가 천천히 소멸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린시를 희생시킨 이의 최후를 눈에 똑똑히 담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검을 꺼내 소멸하고 있는 자의 목을 베고 싶었다.
그러나,
‘……린시의 몫이니까.’
이자를 소멸시키는 것 역시 린시의 몫이다. 아르센이 함부로 건드릴 것은 못 되었다.
그렇게 게오르크는 아르센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대한 세계수 앞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소멸했다.
어디선가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와, 재로 사그라진 게오르크를 실어 갔다.
허탈한 결말이었다.
***
수인들의 몸을 강제로 차지하고 있던 인간들의 영혼은, 빗물을 맞자마자 순식간에 소멸해버렸다.
발버둥 치거나 반항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덕분에 내내 인간들의 영혼에 밀려 무의식 저편에 갇혀 있던 ‘진짜’ 몸의 주인들이 다시 자신의 몸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건 글레네도 마찬가지였다.
글레네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창밖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럴, 이럴 수는!”
아이린이 발버둥 치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잠잠해지고, 글레네는 더 이상 아이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 역시 깨끗하게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글레네의 등판을 온통 뒤덮고 있던 금제까지도.
“……사라졌어.”
아가씨께서 해내신 거다.
그런데 왜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건지.
글레네가 두 손을 살포시 포개어 가슴 위에 올려놓고 비가 뚝뚝 떨어지는 바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빗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늑대 일족의 수장 켄드릭, 사자 일족의 수장 라몬트, 헤제스의 수장과…… 카인, 레오나.
그리고 아르센이 떨어지는 빗물을 멍하니 응시했다.
아르센은 거대한 세계수 앞에 우뚝 서서, 빗물을 고스란히 맞고만 있었다.
아르센의 결 좋은 은색 머리카락이 금세 빗물에 축축하게 젖었다.
“……린시.”
아르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까맣게 죽었던 다말 땅이 색을 되찾았고, 다말 지역 전체를 뒤덮었던 저주의 기운 역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아르센의 몸에 걸려 있던 저주의 흔적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양,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내 린시와 이곳에 있었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아르센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모든 일도 린시가 잘 해결했으리라는 걸.
그러나.
“린시.”
아르센이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제 친구이자, 사랑하는 연인을 불러 보았다.
세상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딱 하나.
린시만 제 곁에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라져 버렸다.
결코 그녀는 그에게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 될 수 없는데도.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어, 나는 반드시 네게 되돌아올 거야, 아르센.”
린시의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고 웅웅 울렸다.
그림자 늑대가 제 주인의 감정을 공유하고서, 슬퍼하며 몸을 낮춰 엎드렸다.
아르센은 걸음을 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린시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르센!”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그런데 벌써부터 린시가 보고 싶었다.
그는 날이 밝아 오고, 예크하르트의 기사들이 자신을 찾으러 올 때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아르센의 어깨가 빗물로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
수인들이 이지를 되찾고, 다말 땅이 정화되었다.
각지에 피어 있던 자일스 꽃들이 시들어 완전히 죽어 버렸고, 인간들은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렸다.
린시의 희생 덕분이었다.
이후, 각 일족 수장들의 노력으로 수인 사회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문제가 있다면 린시가 사라진 날, 새 일족의 수장인 게일과 남은 유일한 새 일족의 후계자인 슈빌이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라진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황 성하께서?”
교황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대신관이 눈을 껌뻑였다.
마치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 버린 것처럼, 교황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아직 교황의 자리와 새 일족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었지만, 다른 일족 수장들의 노력으로 새 일족 역시 금세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자일스 꽃의 해독제를 만들던 헤른과 사슴 일족은, 이 일을 듣고 해독제 만들기를 중단한 뒤, 피해를 입은 수인들을 돕는 일에 손을 보탰다.
그들은 무너진 성역과 신전을 복구하고, 국경을 정비하고, 피해를 입은 수인들을 구제했다.
예크하르트 지하에서 치료를 받던 어린 수인들은 부모를 찾아 그 품으로 돌려보내 주었고, 안타깝게도 이미 죽은 수인들은 정성껏 장례를 치러 주었다.
수인 사회는 점점 평화를 되찾아갔다.
피해는 생각보다 금방 복구되었고, 수인들은 언제 그들에게 끔찍한 일이 있었냐는 양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단 한 명.
린시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그 사이에 린시만 없었다.
켄드릭, 아르센, 레오나, 카인,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과 기사들, 린시의 손길이 한 번이라도 닿았던 이들은 모두 린시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베티는 이젠 돌아오지 못하는 린시의 방을 내내 깨끗하게 청소했고, 에단은 린시가 좋아하던 로젠 과자점에서 종종 과자를 사 왔다.
사용인들은 린시가 즐겨 앉아있던 정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으며,
켄드릭은 가만히 복도를 걷다가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아르센은 내내 린시의 방에 혼자 앉아있다가 불쑥 나오곤 했다.
저택 내에서 린시의 존재가 너무나도 컸다.
베티는 린시가 아끼던 유리 화병을 닦으며, 제 부모에게로 돌아간 어린 수인들을 떠올렸다.
‘아가씨께서 기뻐하셨을 텐데.’
아이들이 제 부모를 찾은 것을 아셨다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을 것이 분명했다.
린시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린시가 없다.
같이 기뻐해주고, 축하하고, 행복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베티는 그 사실이 못내 슬펐다.
예크하르트에 행복을 가져다준 작은 아가씨,
그 아가씨의 부재는 너무 커서, 아가씨가 다시 돌아오시기 전까지 저택의 슬픔은 영영 씻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예크하르트의 저택은 여전히 평화로웠지만, 이제 웃음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켄드릭은 일에만 매진했고, 아르센 역시 정식으로 수장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후계자 수업으로 바쁘게 지냈다.
모두가 그리움을 내려놓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리움은 그렇게 간단히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예크하르트의 모든 이들이 하루에 한 번, 혹은 그 이상 린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린시 없이 몇 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