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9화(19/187)
“……린시?”
문을 연 사람은 예상했듯이 켄드릭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켄드릭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켄드릭 님…….”
“린시 너 수인화가…… 풀렸군.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켄드릭의 미간이 구겨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허억, 큰일 났다.
나는 잽싸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며 변명했다.
“여, 엿들으려구 한 건 아니구요. 그냥 지나가다가…….”
“지나가다가? 이 앞을 지나갈 일이 없을 텐데……, 게다가 네 담당 하녀는 어디다 두고?”
“그, 그으러니까 그게…….”
마주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괜히 나 때문에 베티랑 다른 하녀들까지 혼나게 되는 건 아니겠지?
켄드릭의 날카로운 시선이 드레스 자락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왜 하필이면 지금 수인화가 풀려서!
그때,
“아, 이분이 라니에로의 아기새 아가씨로군요.”
낯선 남자가 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남자는 하얀 옷감에 금박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신관복을 입고 있었다.
‘신관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켄드릭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나를 데려가겠다는 말을 듣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당장 나를 끌고 가는 건 아닐까?
한번 그런 생각이 드니 당장 도망치고만 싶어져서, 켄드릭의 옷자락을 꼬옥 쥐었다.
켄드릭이 내 등에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턱 얹었다.
내가 신관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
“인사할 필요 없다. 이제 안 볼 사람이니까. 그만 가지, 에트란.”
켄드릭이 툭 던지듯 말했다.
“무슨 그런 서운한 소릴 하십니까, 켄드릭 님. 곧 다시 뵙게 될 텐데요.”
에트란이라고 불린 사내가 능청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켄드릭의 다리를 꼭 붙잡았다.
에트란과 켄드릭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으으, 눈치 보여.
‘그래두 다행인 건…….’
나는 켄드릭을 힐끔 쳐다보았다.
에트란에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다행히 아직 나를 보내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다행이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내 시야가 갑자기 확 높아졌다.
“으, 으앗!”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켄드릭이 나를 불쑥 들어 올려 품에 안은 것이다.
“수인화가 풀렸는데도 여전히 깃털처럼 가볍군.”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켄드릭의 목에 손을 감았다.
새 모습일 때는 켄드릭의 어깨에 편하게 잘 앉을 수 있었는데.
수인화가 풀린 상태로 목을 끌어안으려니 영 어색했다.
꾸물꾸물 목을 끌어안자, 켄드릭이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신전에는 출석하지. 그러니 이만 가 봐, 에트란. 아이가 놀란 것 같으니.”
에트란이 싱긋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켄드릭이 나를 안은 채 뒤돌아 있었던 탓에, 나는 에트란과 정면으로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를 데리러 온 사람과 인사하는 건 좀 무서웠다.
나는 슬슬 시선을 피했다.
“…….”
에트란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아가씨께서 낯을 많이 가리시는군요. 그런데 이 먼 곳까지는 어떻게…….”
“쓸데없는 소리 말고. 거기, 신관님을 모셔라. 돌아가실 거다.”
켄드릭이 걸어오던 하녀를 향해 턱짓했다.
하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에트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으음,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기새 아가씨.”
에트란이 하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하얀 신관복이 깃발처럼 나부꼈다.
“…….”
“…….”
그리고 에트란이 떠난 자리.
어색하게 남겨진 나와 켄드릭은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해 주면 덜 어색할 텐데.
수인화가 풀린 상태로 켄드릭의 품에 안겨 있으려니 불편해서, 나는 몸을 꼼질꼼질 움직였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켄드릭이었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인화는 방금 풀린 건가?”
“네? 네에, 그…….”
나는 우물쭈물 말꼬리를 늘였다.
대화 내용을 엿듣고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수인화가 풀렸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고민하던 그때, 켄드릭이 내 등을 토닥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잘됐군. 헤른 선생을 부르지. 진찰을 받고 좀 쉬는 게 낫겠다, 아가.”
“…….”
켄드릭은 내가 왜 응접실 문 앞에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 모양인 듯했다.
켄드릭의 구둣발이 떨어질 때마다 내 몸이 조금씩 들썩들썩 흔들렸다.
나는 죄책감에 켄드릭의 목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왜 엿들은 거냐고 묻지 않으시네.’
대화 주제가 내 이야기이기 때문인 걸까?
나는 주먹을 꼭 말아 쥐었다.
다시 라니에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돌려보내지지 않으려면 켄드릭에게 잘 보여야 할 텐데.
엿듣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다.
‘……나를 싫어하시면 어떡하지?’
몰래 이야기를 엿듣는 쥐새끼 같은 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건 싫었다.
켄드릭이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먼저 용서를 빌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주춤거리다가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그으……, 죄송해요, 켄드릭 님.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구…….”
손가락이 꼼질꼼질 멋대로 움직인다.
라니에로 생각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여기서 눈물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어디까지 들었는지 묻고 싶은데.”
켄드릭이 내 등을 토닥이며 제법 다정하게 물었다.
나는 느리게 대답했다.
“……조금만 들었어요.”
“그러니까 어디까지.”
“……저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데까지…….”
“그럼 다 들은 거로군.”
나는 느리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닌데……, 정말로 방금 와서 조금만 들었어요.”
“그래, 알았다. 나중에 얘기하자. 너는 일단 조금 쉬어야 해.”
켄드릭이 말을 마친 뒤 성큼성큼 걸었다.
보폭이 넓은 탓인지, 켄드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방 앞에 도착했다.
방문 앞에 서 있던 하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가, 가주님.”
“아이의 담당 하녀가 누구지?”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하녀를 훑어보며 물었다.
뒤이어 방문이 벌컥 열리고, 놀란 표정의 베티가 나왔다.
그녀는 켄드릭을 보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가주님, 그리고 아가씨……! 도대체 어디에……, 어어? 수인화가 풀리셨군요!”
베티는 수인화가 풀린 채 켄드릭의 품에 안겨 있는 나를 보고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으응. 조금 전에 풀렸어.”
그때, 켄드릭이 입을 열었다.
“응접실 앞에 있더군. 아이가 놀란 듯하니 따뜻한 물을 한 잔 먹이고 헤른 선생을 불러다 진찰을 보게 해.”
켄드릭이 나를 번쩍 들어 베티에게 건네며 말했다.
“방금 수인화가 풀렸으니 무리하지 않도록 하고.”
베티가 나를 받아들었다.
그녀는 깜짝 놀란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놀라셨다니요?”
“넘어졌다. 옷이 불편할 테니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고.”
넘어졌다는 말에 베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베티의 목에 팔을 감았다
따뜻한 온기가 닿았다.
“쉬고 있어라, 린시. 금방 오마.”
켄드릭은 그 말을 끝으로 가볍게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방을 나섰다.
베티가 나를 폭신한 침대 위에 앉힌 뒤 다정하게 말했다.
“수인화가 풀리셔서 다행이에요, 아가씨. 그런데 응접실 앞엔 왜 가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으응? 아니 그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녀에게 몰래 나간 이유를 설명하려면, 내가 몰래 단추를 숨길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말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아까 엿들은 켄드릭과 신관의 대화를 떠올렸다.
‘라니에로로 돌려보내질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만약 라니에로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냥 그 전에 도망치는 게 나았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혼자 살아남기는 몹시 힘들겠지만,
그건 라니에로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만약 늑대 가문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저 단추를 챙겨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단추를 팔면 적어도 이 주는 끼니가 해결될 테니까.
그러니 단추 이야기를 했다가, 베티가 단추를 맡아주겠다고 나서면 조금 곤란했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기로 했다.
“잠깐 밖에 나가고 싶어서 나갔다가……, 길을 잃었어.”
입을 꾹 다문 채 베티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다행히 내가 한 말을 믿어주는 듯했다.
“아직 저택 구조가 익숙하지 않으시지요. 그래도 금방 적응될 거예요.”
베티가 다정하게 말했다.
“일단 잠옷으로 갈아입으실까요? 그 후에 헤른 선생님을 모셔올게요.”
베티가 보드라운 재질의 연노란색 잠옷을 꺼내왔다.
그녀는 잠옷을 옆에 내려놓은 뒤, 내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뒤로 넘겨주었다.
“자아, 드레스를 벗겨 드릴게요.”
그런데 그때,
벌컥!
방문이 벌컥 열렸다.
또 누가 온 거지?
나와 베티는 동시에 문이 열린 자리를 돌아보았다.
“린-시!”
아르센?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던 소년은, 나와 눈이 마주친 뒤 놀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