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2화(2/187)
그래서 아델이 너무 반가웠다.
죽어서야 보게 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다정했다.
나는 불쌍한 아델의 목덜미를 양팔로 와락 끌어안았다.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목덜미에서 익숙한 온기가 느껴졌다.
“아델!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아델의 어깻죽지가 내 눈물과 콧물로 흠뻑 젖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델의 옷에 눈물을 문질러 닦았다.
어차피 죽었는데 뭐 어때. 이런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살아있었다면 벨린 부인이 라니에로로서 체통을 지키지 못했다며 나를 나무랐겠지만…….
“이게 뭐 하는 짓이죠?”
그때, 죽어서도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러자 매부리코를 잔뜩 찡그린 채로 나를 째려보는 벨린 부인의 얼굴이 보였다.
“……부인?”
정말로 벨린 부인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벨린 부인에게 혼날 생각을 하니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래. 생각해 보면 벨린 부인도 죽었으니 여기 있겠지.
그녀는 라니에로 가의 후계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었으니, 책임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는 전혀 반갑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죽고 나니 벨린 부인의 얼굴조차 반가웠다.
나는 울면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앙상한 다리에 찰싹 매달렸다.
“흑, 흐윽, 끅, 부인, 흐엉, 나, 죽고 싶지 않았는데…….”
엉엉.
눈물이 자꾸만 쏟아졌다.
고개를 문질러 닦자 벨린 부인의 파란색 드레스에 콧물이 진득하게 묻었다.
내가 이 사람을 반가워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때였다.
내 짧은 다리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은.
벨린 부인은 나를 두 손으로 안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녀는 눈물콧물을 퐁퐁 잔뜩 뽑아내고 있는 나를 보며 얼굴을 와락 구겼다.
“아델, 린시 아가씨께서 왜 이러시는 거지?”
벨린 부인이 날카롭게 물었다.
아델은 잔뜩 당황한 낯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악몽을 꾸신 모양입니다, 제가 잘…….”
“아가씨께서는 오늘 가주님과의 오찬이 있다. 아델, 잊진 않았겠지? 한데 이러셔서야…….”
그녀는 정중하게, 그러나 매몰차게 나를 아델의 품에 넘겨주었다.
그리고 곧장 뒤돌아 또각또각 걸어 나갔다.
벨린 부인의 고아한 구두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오찬?”
나는 울던 것을 뚝 그치고 아델을 올려다보았다.
“아가씨도 참, 오늘 가주님과의 오찬이 예정되어 있잖아요. 어서 옷을 갈아입으세요, 아가씨.”
아버지의 오찬 자리에 초대받은 것은 열 살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오찬이라니?
“……내가 죽은 게 아니야?”
“린시 아가씨, 언제까지 그러고 계실 거예요. 이제 정신 차리고 세수부터 하셔야지요.”
시선을 느리게 돌렸다.
그러자 침대 옆에 서 있는 화려한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거울 안에는 곱슬곱슬한 밀색 머리카락과 연두색 눈, 통통한 우윳빛 두 볼을 가진 어린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거울에 손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아델, 나 몇 살이야?”
“어제로 꼭 일곱 살이 되셨지요.”
나는 멍한 표정으로 방 안을 느리게 둘러보았다.
작지만 화려하게 장식된 방, 하얀 천이 드리워 있는 작은 침대, 발밑에 깔린 푹신푹신한 양털 러그에 침대에 놓인 보드라운 곰인형까지.
여긴 내가 아주 어릴 때 살던 방이었다.
아델이 쫓겨나기 전, 내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기 전, 내가 아버지께 예쁨받는 딸이었을 때 받았던 내 방.
‘……나, 돌아온 거야?’
죽기 전으로?
* * *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말이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내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에 리본을 묶고 세숫물을 가져다 버리고 있는 아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델, 나 정말 죽지 않았어?”
같은 질문을 여섯 번쯤 반복했더니 아델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허리춤에 척 얹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꿈 얘기를 하실 거예요? 일어나신 지 벌써 삼십 분이 다 되어 가는데 말이에요.”
그녀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나를 나무랐다.
그 뒤, 내 머리에 묶여 있는 푸른색 리본을 도로 풀어내며 말했다.
“분홍색이 더 나을까요?”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 마당에 리본의 색 따위가 중요할 리 없으니까.
‘꿈인가?’
그러나 꿈이라기엔 모든 것이 지나치게 생생했다.
아델의 온기도, 따뜻한 세숫물도, 내 작은 손바닥에 닿아 오는 이불의 보드라운 감촉도.
결국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회귀했다. 일곱 살로.
‘그러면 이번 생도 똑같이 죽어야 하는 걸까.’
그건 싫어.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나를 삼킬 듯 넘실거리던 화염이 떠올랐다.
목구멍에 달라붙던 매캐한 연기도.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는 전생처럼 억울하게 죽임당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잘은 몰라도 하나는 확실해.’
아르센 예크하르트가 죽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는 것.
그러면 늑대 일족이 우리를 모두 죽일 테니까.
“……아가씨!”
복잡한 상황에 머리를 싸맸던 것도 잠시, 나는 나를 부르는 아델의 목소리에 곧바로 현실로 돌아왔다.
“응?”
대답을 들은 아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운 미간에 주름이 져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부드럽게 꼭 잡은 채로 물었다.
“아침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이제 가셔야 해요, 아가씨. 늦게 일어나셔서 시간이 별로 없어요.”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버지와의 오찬 시간은 늘 일정했다.
열두 시 반.
오찬에 조금이라도 늦거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면 늘 혼이 났다.
아마도 아델이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겠지.
“가서도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 아가씨. 주인님께서 물어보시면 곧바로 대답하시고…….”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서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식사는 품위 있게 조금만. 식사를 마치신 뒤에는 공손한 태도로 주인님께서 식사를 마치실 때까지 기다리시는 거예요, 벨린 부인의 말 잊지 않으셨죠?”
“으응, 걱정하지 마, 아델.”
“돌아오시면 제가 주방에서 빵을 더 가져다드릴게요.”
아델은 다정한 손길로 내 드레스 자락을 탁탁 털어 주었다.
주름 하나 져 있지 않은, 깔끔하고 단정한 드레스인데도 그랬다.
* * *
체할 것 같아.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들을 아주 조금씩만 내 앞접시에 가져다 놓으며 생각했다.
바로 오른쪽에는 내 아버지, 아서 라니에로가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뒤에는 벨린 부인이 눈을 치켜뜬 채 내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안 체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야…….’
효수당해 성벽에 목이 걸리는 것을 분명히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멀쩡하게 살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접시에 남은 생선 요리를 입에 넣고,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하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벨린 부인의 가르침대로.
나는 가장 어린 막내, 슈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사실, 오찬 전까지만 해도 이미 슈빌이 예크하르트 공작가로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기억 속에서 슈빌은 내가 일곱 살, 슈빌이 여섯 살일 때 공작가로 떠났으니까.
‘그래서 예크하르트에 미리 알려 주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슈빌이 아르센을 죽일 거라는 사실을.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회귀한 시점은 슈빌이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신부로 가기 전이었다.
그 증거로 입 안 가득 생선 요리를 밀어 넣고 있는 슈빌이 눈앞에 있었다.
“슈빌.”
아버지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슈빌은 화들짝 놀라 입으로 가져가던 포크를 놓쳤다.
아버지는 목에 걸려 있던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이야기했다.
“식사 중엔 예의를 갖춰라.”
슈빌의 낯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린 동생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작은 두 귀가 온통 붉어진 채였다.
여기서 아버지가 말한 ‘예의’란, 고귀한 새 일족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식사 예절이었다.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 빠르게 가져가지 않아야 하며, 접시에 놓인 음식을 전부 먹어서는 안 된다.
음식이 아무리 많이 차려져 있더라도 배가 부를 정도로 먹어서는 안 되며, 음식을 흘려서도 안 되었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벨린 부인에게 이 ‘식사 예절’에 대해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슈빌은 막내였다.
나보다도 한 살이 어렸다.
‘고작 여섯 살 어린아이가 뭘 알겠어.’
나 역시도 전생에는 오찬 시간에 적잖게 혼이 나곤 했다. 슈빌처럼.
오랜만에 입에 대는 질 좋은 음식이었지만 상황이 이래서야 반갑지도 않았다.
덕분에 ‘예의’를 지킬 수 있었다.
“오늘은 품위 있게 잘 먹는구나, 린시.”
아버지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졌다.
콜록!
나도 모르게 기침이 나왔다. 나는 재빨리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미 식탁에 앉아 있던 모든 이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된 후였다.
“죄, 죄송해요!”
나는 재빨리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정적이 흐르고, 다시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휴우.’
슬그머니 고개를 들자, 나를 째려보고 있는 벨린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식사 중 칠칠치 못하게 굴었다고 나를 째려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아버지의 다정한 음성을 듣는 게 얼마 만인지.
내 몸에 붉은 털이 나기 시작한 뒤로는 다정한 음성은커녕 목소리조차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나를 방에 가두었고, 사용인들은 나를 철저히 투명인간 취급했으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포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또 갇히는 건 싫어.’
물론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도.
하지만 털갈이가 끝나면 또 버려지겠지. 라니에로에서 나는 완전히 지워질 것이다. 전생처럼.
일순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다행히 아버지는 내 일그러진 낯을 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내일은 늑대 일족의 수장이 라니에로를 방문한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