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2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22화(22/187)
나는 고개를 위아래로 열심히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에, 이능이 안정되지 않아요.”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이능을 사용했다.
조금 전, 방에서 이능을 사용할 때처럼 연두색 빛이 둥실 떠올랐다.
그러나 빛은 금세 형체를 잃어버리고 또다시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넘실거렸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당황스러워서. 켄드릭 님은 이유를 아실까 하구요.”
켄드릭이 내가 이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시선에 본능적으로 몸이 떨렸지만 꾹 참았다.
“그동안은 어떻게 이능을 컨트롤했다고 했지?”
“실처럼 가늘게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몸에 넣으면 구석구석 닿을 수 있도록…….”
“전에는 문제없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에, 전혀 문제없었어요,”
“그럼 컨트롤을 다시 배워야겠군.”
가만히 켄드릭의 말을 듣던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네에?”
“잘 봐, 린시.”
켄드릭이 씨익 웃었다.
근사하게 모양 잡힌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파앗-!
그가 커다란 손바닥을 펼치자, 손바닥 위에 검은 구슬 같은 것이 둥실 떠올랐다.
‘예크하르트의 이능!’
그림자.
늑대 일족의 예크하르트는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이능을 가지고 있었다.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엄청난 이능이었다.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사용하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다.
아니다, 두 번째구나.
전생에 한번 봤으니까.
켄드릭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검은 구슬을 가리켰다.
동그란 빛이 제자리에 둥실 떠올라 있었다.
“봐, 이게 네 이능이다.”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이 곧게 뻗은 손가락을 까딱이자, 검은 구슬은 순식간에 실타래처럼 변모했다.
“네가 배운 컨트롤은 이런 방법이지. 이능을 가는 실처럼 만들어서 사용하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켄드릭의 손바닥 위에서 검은 실이 끊임없이 자라났다.
꿈틀.
멈출 기세 없이 자라나던 실들은, 이내 폭발하여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는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네 이능이 너무 커서 자꾸 흘러넘치니까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시 배워야지, 처음부터.”
켄드릭이 이능을 갈무리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 다시 가르쳐주지, 내가.”
“켄드릭 님이 직접이요?”
“그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건 영 못 미더워서.”
그는 내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을 턱 올렸다.
“부탁은 이게 끝?”
“네, 네에! 감사합니다!”
나는 곧바로 헤헤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다행이다.
켄드릭이 직접 내게 이능 컨트롤을 가르쳐 준다니.
엄청난 수확이었다.
‘역시 도움을 요청하러 오길 잘했어.’
이능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아르센의 치료도 무리 없이 해 줄 수 있을 거다.
기쁜 마음에 웃고 있던 그때, 켄드릭이 내 머리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얘기를 좀 해 볼까.”
“얘기요?”
“먼저 사과부터 하지.”
파문이 일기 전의 호수처럼 잔잔한 벽안이 나를 곧장 바라보았다.
“네가 그런 말을 듣게 해서 미안하다.”
“……아.”
나는 그제야 바보처럼 입을 벌렸다.
켄드릭이 얘기하는 ‘그런 말’은 내가 엿들었던 신관과 켄드릭의 대화였다.
“그런 얘기가 오갈 줄 알았다면 저택 안에 들이지 않았을 텐데, 내 불찰이야.”
켄드릭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몰래 엿들은 건데……, 켄드릭 님은 잘못이 없어요.”
“네가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가 미리 해야 했어. 그리고……, 걱정할까 봐 말하자면 나는 너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린시.”
켄드릭이 못을 박듯 이야기했다.
“약속했으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보내지 않으마.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물론 무리할 필요도 없고.”
켄드릭의 말을 듣고서 알았다.
‘내가 아르센을 치료해주지 못해 걱정한다는 걸 들었구나.’
전생에 아버지에게 들었던 것과 다르게,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네에, 감사해요, 켄드릭 님. 그런데…….”
말꼬리를 흐리자,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느리게 입을 열었다.
“예크하르트에도 원로원이 있지요? 라니에로처럼.”
원로원은 거의 모든 일족에 존재한다.
수장 혼자서 일족 전체를 이끌어 나갈 수 없으니 존재하는 것이다.
라니에로에도 있었다.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말이다.
전부 아버지의 눈에 들려는 간신들뿐이니 당연했다.
“물론이지. 그런데 왜?”
켄드릭이 되물었다.
“켄드릭 님께서 저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셔도……, 원로원의 대다수가 반대하면 저는 라니에로로 돌아가야 하는 거구…….”
내 말에 켄드릭의 표정이 굳었다.
혹시 내가 말실수를 한 걸까?
나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그, 그래서 이능 컨트롤을 빨리 배우고 싶어요. 제가 아르센을 치료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원로님들도 저를 인정해 주실 테니까……!”
“아니, 그런 걱정 할 필요 없다. 린시.”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나는 너를 보내지 않을 거고, 약속은 지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사해요, 켄드릭 님. 진심이에요.”
“그래, 그러니까 어린애는 건강하게 잘 지내기만 하면 된다. 이제 쓸데없는 걱정 말고 그만 올라가서 자라. 늦었다, 린시.”
켄드릭이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와앗-!”
“중간에 다른 길로 못 새도록 데려다주마.”
켄드릭은 나를 익숙하게 안아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그의 목에 팔을 감는 것이 낯설었는데,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감을 줄도 알게 되었다.
보폭이 넓어서인가?
켄드릭은 평소의 나보다 두 배는 빠르게 내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가 잔뜩 헤집어 놓은 이불을 잘 정리하고 나를 눕혔다.
“어, 켄드릭 님! 저 방금 일어났는데!”
“그래도 더 자. 밤이니까 어린애는 자야 해. 그리고…….”
“네에?”
“언제까지 그리 딱딱하게……. 아, 아니다. 어서 자라, 린시.”
켄드릭이 내가 아까 열어 둔 창문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나는 이불 속에 꾸물꾸물 파고든 채 눈만 쏙 내밀었다.
“그런데요, 켄드릭 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원로…… 으음, 더 생각하지 말라구 하셨는데 그래도. 원로님들도 이제 곧 저택에 오시나요?”
“그래, 내가 불렀어. 내일 올 거다.”
“당장 내일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통 원로원 전체를 부를 때는 일주일 전에 이야기하지 않던가?
늑대 일족은 다른 모양이다.
“그래, 내일. 마주치기 싫으면 방 안에만 있어도 돼.”
“저를 보러 오시는 거예요?”
“물론 아니지. 날 보러 오는 거니까 빨리 잠이나 자.”
“그럼 몇 시에…….”
“늦었다. 자라.”
켄드릭은 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준 뒤 방을 나갔다.
나는 혼자 남아 이불을 내리고 눈을 말똥말똥 떠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일 원로들이 온다고?’
무서운 사람들일까?
나를 늑대 가문에 데리고 있으려면, 켄드릭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장담했지만, 원로원의 대다수가 반대하면 나는 곧장 돌아가야 할 터였다.
대부분의 일족에서 원로원의 힘은 그만큼 막강했으니까.
‘그러니 원로들한테 잘 보여야 할 텐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아니야.
할 수 있어, 린시!
나는 짝 소리가 나도록 내 양 볼을 세게 챱 때렸다.
벌써부터 약한 소리 하지 말자.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그런데 원로들한테 어떻게……, 잘 보여야 하지?’
아침을 먹은 이후부터 내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린시, 너 오늘 좀 이상해.”
어느새 슬쩍 다가와 앉은 아르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르센은 어제 부끄러운 듯 뛰쳐나간 건 전부 잊었다는 양 내게 다가왔다.
확실히 어린애는 어린애였다.
나는 옆에 앉은 아르센을 돌아보며 물었다.
“내가 어디가 이상한데?”
“아침 운동을 안 하잖아. 원래 나랑 정원에서 운동했는데.”
“아, 맞다. 까먹었어.”
오늘 너무 정신이 없었거든.
원로들이 언제 올지 몰라서 여덟 시부터 기상해 있던 차였다.
푹 쉬어야 하니 그냥 잠옷을 입고 생활하라는 베티의 만류에도, 꾸역꾸역 드레스를 차려입었다.
‘원로들을 만날지도 모르니까.’
마주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잘 차려입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원로는 무슨.
여덟 시부터 대문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개미 한 마리조차 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아르센과 눈을 맞췄다.
“있지, 아르센. 너 원로님들 본 적 있어?”
“원로?”
“으응, 전부 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 말이야.”
내 설명에 아르센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응. 본 적 있지. 근데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원로님들 어때? 친절해?”
“친절하냐고? 하나도 안 친절해. 매번 와서 잔소리만 하지.”
아르센이 으,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에 기사들이 말하는 걸 몰래 들었는데, 다들 나이가 들어서 여기저기 아프니까 히……, 히스테린?을 부리는 거라고 했어.”
“히-스테리 말이지?”
“응, 그거 맞……, 아니 나도 알고 있었다고!”
틀린 것을 고쳐주자 아르센이 괜한 승부욕에 또 발끈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르센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그래그래, 아르센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쳐 주며 생각했다.
‘여기저기 아파서 히스테리를 부리는 거라고?’
나는 남몰래 눈을 반짝였다.
어쩌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