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2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26화(26/187)
“열흘 후요?”
내가 되묻자, 켄드릭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열흘 후.”
그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버터 쿠키 하나를 집어 내 입에 넣어 주었다.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들으며 버터 쿠키를 오물오물 씹었다.
부드러운 버터 향이 금세 입 안에 확 퍼져 기분이 좋아졌다.
“네가 준비할 것은 없어, 너는 가서 아르센과 결혼하고 싶다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켄드릭이 손수건으로 손끝의 과자 부스러기를 닦았다.
나는 켄드릭의 얘기를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면 저 혼자만 가서 얘기하면 되나요?”
“아니, 아르센도 같이 가야지.”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가문 간의 결혼이라 해도, 신전은 당사자의 의사를 가장 존중하니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신전에 가서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 ‘결혼하고 싶다!’고 외치고 와야 한단 얘기였다.
‘나는 괜찮은데.’
문제는 아르센이다.
아르센은 나를 잘 따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르센의 첫 번째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아르센이 결혼이 뭔지는 알까?
아르센은 고작 일곱 살이었다. 결혼은커녕 ‘친구’의 의미도 잘 모르는.
켄드릭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했는지, 나를 달래듯 말했다.
“아르센한테는 미리 말해놓을 테니까 너는 걱정할 것 없어.”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센은 분명히 나를 잘 따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승부욕 때문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거리듯 물었다.
“그런데……, 만약 아르센이 신전에서 저와 결혼하기 싫다구 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켄드릭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아르센이 신전에서 나와 결혼하기 싫다고 울면 전부 끝이라는 얘기다.
‘어쩌지, 오늘부터 손이라도 꾸준히 잡구 있어야 하나.’
진지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낯을 구기고 고민하자, 켄드릭이 내 입에 쿠키 하나를 더 넣어 주었다.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네가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치만…….”
“아르센은 영리한 아이니까,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다.”
켄드릭이 못을 박듯이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나를 라니에로로 돌려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듣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이 느리게 웃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결혼하면 너는 정식으로 늑대 일족의 일원이 되는 거야. 이 일이 잘 마무리되면 연회를 열어 주마.”
“연회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네가 늑대 일족의 일원이 된 걸 모두에게 소개해야지. 아르센도.”
“……아르센이요?”
켄드릭의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켄드릭을 바라보았다.
왜 아르센을 소개하는 연회를 이제야 여는 거지?
라니에로에서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 해에 라니에로의 아이들을 소개하는 연회를 열었다.
신하들과 일족의 귀족 가문들에게 아이를 소개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라니에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장 가문들이 아이가 태어난 해에 연회를 열었다.
‘그런데 아르센은 아직 공식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다고?’
“그 애는 몸이 아프기도 하고, 이것저것 일이 많아 아직 공식적으로 소개되지 않았거든.”
켄드릭의 말을 듣자,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기억이 있었다.
‘내가 아홉 살일 때……, 아르센이 공식적으로 후계자가 되었어.’
예크하르트의 직계 일족이라곤 아르센뿐이니 아르센이 후계자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후계자로 예정된 것과 정식으로 후계자라고 공표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중요한 연회인데.
‘아르센은 그 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지.’
아버지가 식사 시간에 자랑하듯 기분 좋게 떠벌려서 알고 있었다.
아르센은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슈빌이 아르센의 생명력을 빼앗아 도로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자신은 아파도 상관없다던 천진한 아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에는 아르센이 무사히 연회를 치르게 해 줘야지.’
그때까지 이능 사용법을 다시 배워서 아르센을 잘 치료해 주는 거다.
‘그러면……, 전생보다 2년 일찍 연회가 열리는 거구나.’
아마 내가 예크하르트로 오게 되면서 과거가 바뀐 듯했다.
아르센은 지금 제법 건강하고, 예크하르트의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우니까.
그런데 다만 이상한 것은.
‘아르센이……, 너무 건강하다는 거지.’
나는 이제 나와 함께 팔굽혀펴기도 할 수 있는 소년을 떠올렸다.
아르센이 건강한 건 좋은 일이었다.
나는 아르센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예크하르트에 왔으니까.
그런데.
‘불치병이 이렇게 쉽게 나을 리가 없는데…….’
물론 내가 아르센을 치료해 주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번뿐이었다.
그런데 아르센은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앓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심지어 중간에 수인화되는 바람에 제대로 치료해주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나는 켄드릭의 눈치를 한번 살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켄드릭 님, 여쭤볼 것이 있어요.”
“물어봐.”
“아르센은……, 원래 얼마나 자주 증상이 나타났었나요?”
나는 혹여 켄드릭이 이상한 오해를 하게 될까 봐 ‘제가 치료해 줘야 하니까!’라는 말을 황급히 덧붙였다.
켄드릭이 낯을 살짝 구기며 입을 열었다.
“글쎄,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병세가 도졌지.”
일주일에 한 번 꼴이라.
아르센은 지금 거의 한 달 동안이나 멀쩡했다.
‘내가 치료해 줘서 주기가 늦어진 걸까?’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내가 이능 사용법을 다시 배울 때까지,
아르센이 아프지 않았으면 했다.
그 전에 아프면 내가 치료해 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을 알았는지, 켄드릭이 다정하게 말을 붙였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린시. 아르센은 지금 건강해. 네 덕분이지. 그리고……, 아니다. 이건 확실해지면 말해 주마.”
켄드릭은 이제 그만 올라가 보라며 집무실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
손에는 조금 전에 먹던 버터 쿠키도 들려준 채였다.
나는 켄드릭에게 꾸벅 인사한 뒤 집무실을 나왔다.
* * *
“일전에 조사하라고 했던 것은 어떻게 됐지?”
헤른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진료 차트를 살폈다.
“반점이 살짝 옅어졌고, 도련님의 저주가 눈에 띄게 완화되었습니다.”
“치료하지 않았는데도.”
“네.”
헤른이 차트를 켄드릭에게 넘겼다.
“치료하지 않는 동안에도 도련님의 저주는 계속해서 완화되고 있습니다. 아마 그때의 치료로…….”
헤른과 켄드릭이 동시에 그 사건을 떠올렸다.
린시가 무리하게 아르센을 치료해 주겠다며 이능을 사용했다가 수인화되었던 사건 말이다.
“그때의 치료로 아가씨께서 도련님의 저주를 억누르신 게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헤른, 네 말대로라면…….”
린시의 이능이 고대의 저주를 풀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해, 라니에로의 이능이 저주받은 땅, 다말의 저주를 풀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헤른과 켄드릭은 잠시 침묵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켄드릭이었다.
“함구해라.”
“예, 가주님.”
“새나가지 않게 해. 라니에로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켄드릭이 라니에로에 정략혼을 제안했던 건,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다.
저주를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신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이능이 이 저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런데 정말로 저주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켄드릭에게는 기쁜 소식인 동시에, 나쁜 소식이기도 했다.
‘라니에로는 이 일을 일전부터 알고 있었나?’
고대의 땅 다말.
그곳은 현재 늑대 일족의 영토로 소속되어 있었으나, 신전은 저주를 푸는 일족이 영토의 소유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저주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지 오래되어 이제 늑대 일족의 영토라고 말하기 모호했으므로.
만약 라니에로에서 자신들의 이능이 고대의 저주를 풀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토록 후계자 후보를 많이 만들어내던 것도 이해가 되는군.’
라니에로에는 린시를 포함하여 열댓 명의 직계 일족이 있었다.
어머니는 제각기 달랐으나, 라니에로의 피를 물려받아 이능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이들의 이능을 키워내는 데 집착한다고 하던데.
그것이 다말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였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만약 알고 있었다면.
‘왜 정략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거지?’
라니에로의 이능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라니에로는 늑대에게 직계 일족을 내어 주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라니에로에서는 정략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군.’
퍼즐의 큰 조각이 하나 빠진 듯, 앞뒤가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만 죽 나열되고 있었다.
켄드릭은 일단 이 일을 함구하기로 했다.
“다말의 저주받은 흙을 구해. 좀 더 깊이 조사해 봐야겠다.”
아르센과 같은 저주를 알알이 품고 있는 흙.
오래전 조사했을 때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뿐인가, 흙이 유출되는 바람에 접촉한 이들이 ‘불치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저주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켄드릭은 이후로 다말의 저주를 조사하기를 포기했으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니, 조사해 보아야 한다.’
만약 라니에로가 움직이고 있는 거라면, 늑대 일족도 대비를 해야 했다.
헤른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힘닿는 데까지 구해 보겠습니다.”
“위험한 물건이니 조심해서 가져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하지.”
켄드릭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무슨 소리지?”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