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2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29화(29/187)
“괘, 괜찮아?”
첫 기억은 강렬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아르센의 낯에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조그만 새의 수인화가 풀린 탓에 아르센은 소녀의 밑에 깔린 처지가 되고 말았다.
“뭐, 뭐야……?”
아르센은 처음으로 보는 다른 일족의 또래 아이에 한 번, 그리고 그 또래 아이가 지금 제 위에 올라앉아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난생처음 보는 풍성한 드레스 자락이 아르센의 얼굴을 폭 덮었다.
소녀는 황급히 일어나 아르센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리고 부딪혀 까진 손바닥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저, 저기. 미안해. 잠깐만!”
순식간에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소녀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틈도 없이, 에단과 하녀가 나타났다.
의문의 조그만 아기새는, 다른 하녀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래서 그 애가 누군데?”
아르센은 제 집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또래 아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하녀들의 치맛단을 붙잡고 물었으나,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싫어!! 싫다고!”
끈적끈적하고 끔찍한 약을 먹기 싫어 하녀와 입씨름을 하고 있던 그때.
산새처럼 조그만 소녀가 다시 불쑥 아르센의 눈앞에 나타났다.
“있잖아, 내 말만 잘 들으면 너, 약 안 먹을 수 있어.”
소녀는 아르센의 허락도 없이 침대에 불쑥 발을 들였다.
“나가, 나가라고!”
아르센은 낯선 소녀를 경계하며 소리쳤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아르센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능을 사용하여 아르센을 치료해 주었다.
펑!
“삐, 삐잇?”
물론 치료해 주던 중 그만 수인화되어 버렸지만.
린시.
아기새의 이름을 알게 된 아르센은 그 이름을 가만 곱씹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무리해가면서까지 자신을 치료해 주려고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후에, 하녀들이 말하길 아르센의 친구가 될 아이라고 했다.
‘친구?’
지금껏 친구라곤 에단과 하녀들, 요리사 아킴, 그리고 하녀장 로드리까지가 전부였다.
그런데 또래 친구라고?
아르센은 새로 생긴 또래 친구가 낯설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 처음 생긴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언제 몸이 아플지 몰라, 저택 밖으로 절대 나갈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몸이 자주 아파 다른 아이들과 만나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또래 친구라니.
아르센은 이후부터 꼬박꼬박 그 조그만 새를 찾아갔다.
보드라운 밀색 털에, 잔디처럼 싱그러운 녹색 눈동자를 가진 아기새.
아기새는 삐잇! 울음소리를 내며 아르센의 어깨에 올라타 주었다.
아르센은 생애 첫 친구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 조그만 새를 이기고 싶다가, 때로는 조그만 새한테 져 주고 싶기도 했다.
이기고 싶다가도 져 주고 싶어진다니.
일곱 살이 겪기에는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감정이었다.
아르센과 조그만 아기새는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었지만, 아르센이 그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게다가,
아르센은 아기새가 치료해 준 이후로 아프지 않았다.
평소에 거의 일주일 주기로 아프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
‘……신기해.’
린시의 이능은 치유라고 했다.
아픈 것을 모두 낫게 해 주는 특별하고 소중한 이능.
아르센은 몸이 아파, 다른 일족에 관련해서 배운 적이 거의 없었던 탓에.
‘새 일족’의 이능이 ‘치유’라는 것도 린시를 통해 처음 알았다.
아르센은 이후로 린시와 꼭 붙어 다녔다.
물론 새로운 친구가 낯설고 부끄러워 틱틱대긴 했지만,
린시와 밥도 같이 먹고, 정원에서 같이 놀기도 했다.
평범한 또래 아이들처럼.
그러던 중.
“……아니이, 그러면 그……, 아르센 치료를 못 하니까…….”
아르센은 린시를 바라보았다.
“아르센이 갑자기 아프면……, 그러면…….”
아르센은 눈을 깜빡이며 린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치료를 못 하면 아픈 건 자신인데,
조그만 제 친구는 왜 자신이 대신 아프기라도 한 것처럼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툭, 말을 내뱉었다.
“뭐야, 나는 또 뭐라고. 그런 거라면 나는 치료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자신이 말을 내뱉자, 린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부끄러워 괜히 헛기침을 한 아르센이 말을 이었다.
“나 때문이라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아픈 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아픈 게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아르센은 세상에서 아픈 것을 제일 싫어하는 아이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병 때문에 약을 달고 산 탓에, 아픈 것이라면 끔찍했다.
그런데도 왜 슬픈 눈을 한 제 친구를 그렇게 위로해 주고 싶었던 건지.
친구를 위로해 주고 싶다.
고작 그런 마음으로, 아르센은 괜히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여 보았다.
그리고 당시엔 정말로, 린시가 치료해 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전에도 린시 없이 혼자 잘 이겨냈는걸.’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끔찍한 병, 아니 저주가 다시 아르센을 집어삼키기 전까지는.
침대에 누워 낮잠이나 잠시 자려고 하던 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꺼멓게 바뀌었다.
‘응?’
아르센은 몸을 일으켰다.
환각인지, 눈앞에 자꾸만 검붉은 연기가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때,
“컥!”
익숙한 고통이 또다시 아르센의 몸을 찾아들었다.
아르센의 옆에 앉아 단추를 꿰매던 클로이가, 놀라 고개를 퍼뜩 들었다.
이내 저택이 소란스러워졌다.
하녀들은 익숙하게 헤른 선생님을 부르러 내려갔고, 물수건이며 약을 찾아 가져왔다.
아르센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 아파.’
많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때,
“비켜, 비켜 줘! 나, 아르센한테 가야 해.”
또, 린시가 나타났다.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또 슬픈 표정을 한 린시의 얼굴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제 손을 꼭 잡아오는 친구의 따뜻한 손.
맞닿은 곳에서부터 느리게 퍼져나가는 온기.
아픈 건 저인데, 제 몸이 아픈 것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는 친구, 린시의 얼굴까지.
아르센은 고통 속에 시야가 꺼멓게 죽어가면서도 그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는데, 고통으로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마주 잡은 손에서 햇살처럼 따듯한 온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그만 소녀처럼 싱그럽고 따듯한 녹빛 이능이 금세 아르센의 몸을 구석구석 돌았다.
아르센은 점차 잦아드는 고통에, 밭은 숨을 내쉬며 린시를 바라보았다.
고통은 이내 점차 줄어들어, 아팠던 기억만을 남기고 물러났다.
켄드릭이 린시를 데리고 나가고, 헤른 선생님이 남아 아르센의 상태를 살폈다.
아르센은 몽롱한 정신으로 슬프게 울던 제 친구를 생각했다.
린시.
그리고 소녀의 이름을 한참 곱씹어보다 이내 잠이 들었다.
일곱 살,
아직 많은 감정들을 알기에는 조금 모자란 나이였다.
* * *
아르센의 몸이 나빠져, 신전 방문을 조금 미루게 되었다.
켄드릭은 아르센의 건강을 이유로, 신전에 출석일을 늦출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켄드릭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아르센은 조금 더 저택에서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베티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슬쩍 물었다.
“있지, 베티. 혹시 이능 중에……, 말문이 막히게 한다든가, 말이 안 나오게 만드는 이능도 있을까?”
“네? 그럴 리가요, 아가씨. 세상에 그런 이능을 가진 일족은 없어요.”
베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웃었다.
나는 베티를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속은 심란했다.
‘그럼 도대체 이건 뭐야?’
목 부근에 조그만 점 같은 게 남아 있었다.
나는 거울로 요리조리 목을 비추며 점을 살펴보았다.
‘그때 생긴 것 같은데.’
에스테르를 만난 직후.
에스테르의 몸에서 나오던 그 검붉고 끔찍한 기류가 만든 것이 틀림없다.
그 순간, 아르센의 잠옷 아래 곳곳에 퍼져 있던 반점들이 문득 떠올랐다.
“반점……!”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르센의 몸에 있던 반점들은 에스테르의 몸에서 나오던 불길한 기류와 꼭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내가 그 기류를 발견하자마자 아르센이 아팠구…….’
그럼 역시 그것 때문인가?
나는 머리가 아파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야기를 켄드릭에게 말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금제라도 걸린 것처럼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목이 턱 막히니…….
응?
‘잠깐.’
금제?
전생에 라니에로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금제를 사용하는 단체가 잠깐 등장했던 적이 있다고.
모종의 이유로 자신들끼리 싸우고 절멸했지만…….
‘금제라면 가능할 수도 있어.’
금제는 말 그대로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술법이었다.
이능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위험하여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 금제에 걸린 거야?’
나는 창백한 낯으로 내 목을 더듬더듬 더듬었다.
“금, 캑!”
확실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금제와 관련된 말을 꺼내려고만 하면 말문이 막혔다.
안 되겠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베티에게 물었다.
“으응, 있잖아, 베티……. 나 동화책을 읽고 싶은데.”
“동화책이요? 책이라면 여기도 충분히 많은데.”
“응? 아니……, 그게. 도서관! 도서관을 구경하고 싶어!”
나는 최대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 위해 천진하게 웃었다.
“아르센이 그랬어, 예크하르트의 도서관은 엄-청나게 크고 멋있다구. 나 도서관에 가고 싶어.”
내가 칭얼거리자, 베티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예크하르트의 도서관은 엄청나게 크고 넓답니다. 구경하고 싶으시면 지금 같이 가실까요?”
베티가 친절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응, 응!”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베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좋아.
보통은 가문의 도서관에 대부분의 자료를 보관해 둔다.
그리고 금제에 대한 것은 어린아이들에게도 가르칠 정도로 대부분의 이들이 아는 사실이니, 자료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터였다.
좋아, 가서 금제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거야.
나는 헤헤 웃으며 베티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