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3화(3/187)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니 내일은 다들 제 방에서 나오지 마라. 마주쳐서 좋을 것이 없는 놈이다.”
형제들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있던 슈빌도 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생에서도 늑대 일족의 수장이 직접 저택으로 찾아왔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회귀한 뒤로 전생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구혼장을 보내기 전에 저택을 한번 방문했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를 때는 물어보는 게 최고지.’
“……늑대 일족의 수장이 왜 새 일족의 영토에 들어오는 건가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대한 순진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아버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다행히 아버지는 냅킨을 차분하게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긴밀히 전할 말이 있다더군.”
늑대 일족을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치미는지, 아버지는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던 벨린 부인이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모르는 모양이네.’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새 일족에게 정략결혼을 제안하러 온다는 걸.
그렇다면 아직 아버지가 슈빌을 보내 아르센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내게 미래를 바꿀 기회가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소파에 기대어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회귀 부작용인지, 어려진 탓인지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아 몇 번 머리를 싸매야 했지만 말이다.
먼저, 아버지는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속내를 모른다.
전생에서도 구혼장이 도착한 뒤, 슈빌이 공작저로 가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는 고민하다가 마침내 아르센을 살해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그 긴 시간 동안 슈빌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 온 것이다.
덕분에 가문이 쫄딱 망하고 내가 죽었지.
이번 생에도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만 해.’
그러려면 슈빌이 예크하르트 가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늑대 일족의 수장이 정략결혼을 제안한 이상, 새 일족은 늑대 일족과 결혼을 해야 했다.
게다가,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버지는 결혼의 대가로 꽤 좋은 걸 받았어.’
햄턴 강.
새 일족의 영토와 늑대 일족의 영토 사이에 있는 작은 강.
크기는 다른 강보다 작았지만, 위치가 좋아 오랫동안 늑대 일족과 새 일족이 이 강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다퉈왔다.
그러니 아버지는 이 결혼을 거절하지 않을 터였다.
늑대 일족의 수장 역시, 아들을 살리려면 새 일족이 필요하니까.
정략결혼을 취소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가자.’
내가 슈빌 대신 아르센과 결혼하고 그 애를 치료해 주는 거야.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면 늑대 일족이 이지를 잃을 일도, 라니에로를 침략할 일도 없다.
게다가.
‘늑대 일족의 영토로 가면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보호받을 수 있을 거야.’
내가 털갈이를 끝내고 저주받은 깃털을 갖게 된다고 해도, 늑대 일족은 나를 내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르센을 치료해야만 하니까.
나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색이 고운 밀색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털갈이가 시작되면 또 버림받을 거야.’
전생처럼 아무도 오지 않는 방 안에 갇혀서 평생 살아야겠지.
이번 생에는 그것만큼은 절대 사양이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슈빌 대신 결혼한 다음, 후계자를 치료해 주고 그 대가로 보호를 요청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거다.
‘듣기로 늑대 일족은 절대 은혜를 잊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는 늑대 일족에게 보호받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면 나는 성인이 된 후 이혼하고 적당히 조용한 시골 마을에 가서 혼자 살면 된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획이었다.
문제는 아버지가 나를 보내줄 리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밀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으니까.
보드라운 밀색 머리카락은 어린 라니에로의 상징이었다.
털갈이 이후라면 모를까, 라니에로의 상징인 밀색 머리카락을 지닌 지금.
아버지는 절대로 나를 늑대 일족에게 넘겨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나는 가문 내에서 가장 강한 이능을 갖고 있으니까.’
그러니 몰래 가야만 한다.
하지만 마차 안에서 슈빌과 바꿔치기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전생에 슈빌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 늑대 영토로 떠났으니까.
‘그러면 기회는 내일뿐이야.’
예크하르트 가문의 가주가 ‘직접’ 라니에로의 저택을 방문하는 내일.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내가 따라간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나를 데려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그토록 싫어하는 새 일족에게 정략결혼을 제안할 정도로 한시가 급하니까.
문제는…….
‘아버지가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으니 벨린 부인이 우리를 감시할 거야.’
게다가 전담 하녀들이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관리하겠지.
하지만.
내일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일 켄드릭 예크하르트를 따라가야만 했다.
* * *
“절대 안 돼요.”
아델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두 손을 허리춤에 척 얹은 채로 문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델을 올려다보았다.
“아델!”
“밖에 벨린 부인께서 돌아다니고 계신다구요. 지금 나가시면 분명히 또 크게 혼이 나실 거예요.”
그녀는 단호했다.
잠시 정원에 다녀오겠다는데 그것조차 허락해 주지 않았다.
‘정원에 가는 척 몰래 켄드릭을 만날 생각이었는데.’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방문하겠다고 한 시간은 세 시였다.
삼십 분이면 모든 얘기가 끝나고 그는 라니에로를 떠날 것이다.
창밖으로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타고 온 마차가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벌써 세 시 이십 분이었다.
나는 두 시 반부터 방을 나가겠노라 아델과 씨름 중이었다.
하지만 아델은 완강했다.
“절대 안 돼요, 아가씨. 절대로.”
절대 나를 내보내지 않을 심산인 듯했다.
그럼 플랜 B다.
나는 잽싸게 배를 부여잡고 눈썹을 늘어뜨렸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침이고 점심이고 제대로 먹은 것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벨린 부인은 ‘관리’를 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밥을 제때 주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델은 내 굶주림에 약했다.
아이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아델은, 내가 배고파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쿠키나 조그만 케이크 혹은 빵 같은 것을 가져다주곤 했다.
나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아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처연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인 뒤 말했다.
“아델, 나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래.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응?”
“……조금 전에는 정원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
다급하게 말을 바꾸자, 아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 어깨를 꼭 붙잡았다.
“그럼 제가 쿠키를 좀 가져올 테니 아가씨는 절대로, 절대로 나가시면 안 돼요? 밖에 벨린 부인이 돌아다니고 계시니 문도 열지 마시구요.”
“으응, 그럴게.”
“금방 올 거니까 절대 나가지 마세요!”
“알았다구.”
아델은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문틈으로 벨린 부인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아델이 보였다.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가 훔쳐보고 있는 문 틈새를 노려보았다.
‘이크!’
안 들켰겠지?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는지, 벨린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나는 후다닥 침대로 달려가 침대 밑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찾았다!’
침대 밑에서 조그만 쪽지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이건 어젯밤에 아델한테 종이와 펜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미리 적어 둔 쪽지였다.
‘수인화하지 않은 상태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혹시 수인화한 상태로 저택을 빠져나가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적어 둔 쪽지였다.
새가 된 채로 늑대 가문의 가주를 만나게 되면, 말이 통하지 않을 테니까.
수인화한 상태에서는 같은 일족끼리만 소통할 수 있다.
그러니 말이 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쪽지를 미리 만들어 놓는 편이 안전했다.
나는 쪽지를 펼쳤다.
[제 이름은 린시 라니에로예요. 저를 예크하르트에 데려가 주세요.]쪽지를 입에 물고 날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종이에는 정말 꼭 필요한 내용만 적어 두었다.
좋아, 이 정도면 제법 잘 썼다.
나는 쪽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잘 접어 창틀 위에 올려두었다.
드르륵.
재빨리 창문을 열자, 더운 바람이 방 안에 훅 들어왔다.
‘아델이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해.’
입술을 꾹 앙다물며 제자리에서 콩콩 두어 번 뛰자, 하얀 연기가 발밑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제발, 제발!’
나는 연기 속에 몸을 맡겼다.
조그만 날개가 등 뒤에서 튀어나오고, 시선이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됐다!’
수인화에 성공했어!
사실 반은 도박이었다.
수인화하는 법은 보통 열 살 이상부터 깨우칠 수 있었으니까.
나 역시도 전생에는 수인화를 열 살에 겨우 깨우쳤다.
그러나 전생에 수인화를 해 봤던 경험이 있어, 한번 해 본 것뿐인데 원래부터 할 줄 알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수인화에 성공했다.
나는 내 날개와 꼬리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첫 털갈이를 하지 않은 탓인지 깨끗한 밀색이었다.
“삐익!”
힘차게 외치며 날개를 움직여보았다. 확실히 일곱 살의 몸으로 수인화를 하는 것은 무린지 날갯짓을 하는 게 힘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를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나는 잽싸게 창틀 위에 올라탔다. 아델이 벌써 돌아오고 있는지 문밖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그때, 정원을 가로질러 가는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보였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