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3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30화(30/187)
‘이잉, 없네…….’
나는 거대한 도서관 중앙에 앉은 채 동화책에 머리를 폭 박았다.
라니에로는 도서관에 ‘금제’를 사용하던 이들의 기록이 제법 많았는데,
예크하르트의 도서관에는 그런 제목의 책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쪽은 아직 아가씨께서 보실 만한 책이 없으니까, 이쪽에서 고르시는 거예요?”
베티가 동화책이 잔뜩 꽂혀 있는 책꽂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결국 나는 베티의 눈치를 살피며 대충 동화책을 한 권 꺼내다 읽는 시늉을 했다.
에휴.
한숨이 나왔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관련 책을 찾아달라고도 못 할 거구.’
혹시 말하는 것만 안 되는 건가 싶어, 종이에 써 보려고도 해 봤다.
“베티, 베티! 종이랑 펜 좀 줄 수 있어?”
“그림 그리시게요? 물론이죠.”
나는 베티에게 펜과 종이를 받아 종이에 ‘금제’에 대해 쓰려고 했다.
ㄱ…….
그러나 누군가 내 손을 붙잡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글씨가 써지지 않았다.
‘방법이 없는 걸까?’
누군가 내 목에 난 조그만 점을 보고 알아차려 주면 좋으련만.
너무 작고 희미하여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동화책은 재미있으세요? 읽어드릴까요?”
“응? 으응, 아니. 혼자 읽을게…….”
나는 대충 동화책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겼다.
도서관까지 온 의미가 없잖아.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에스테르가 수상하다는 것.’
대원로 에스테르.
그가 갖고 있던 불길한 기류와 일순 눈부시게 빛났던 투명한 빛.
그리고 검붉은 기류가 사방으로 흩어지자마자 나타난 아르센의 발작과 내 목에 걸린 금제까지.
수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걸 어서 켄드릭에게 이야기해야 할 텐데.
나는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콩콩 두들겼다.
그러자 베티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물을 가져다 드릴까요?”
“응? 아니……, 주스로…….”
오렌지 주스……, 나는 취향이 확고한 아기새이니 덧붙여 말하는 것도 까먹지 않았다.
휴우.
속이 답답해서 뭐라도 벌컥벌컥 마셔야 할 것 같았다.
베티가 오렌지 주스를 가져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틈을 타, 나는 다른 책들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걸음을 옮겼다.
‘아까 여길 봐 뒀지.’
도서관 구석, 제목이 없는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이 있었다.
‘금제에 관련된 제목은 못 봤지만.’
제목 없는 책들 중, 관련 내용이 들어간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잽싸게 책장 앞으로 달려가 책들을 살펴보았다.
책장이 모두 높아, 사다리 없이는 올라가기가 몹시 어려웠다.
‘일단 밑에 있는 것부터 뽑아보자.’
나는 맨 밑에 있던 책 하나를 쏙 빼 들었다.
그리고 팔랑팔랑 책장을 넘겼다.
‘늑대 일족의 역사……, 이건 아니구…….’
나는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었다.
그리고 곧장 그 옆에 있던 책을 빼 들었다.
베티가 금방 오렌지 주스를 들고 돌아올 테니, 그 전에 슬쩍 봐 둬야 했다.
‘이건……, 이능에 대하여……, 이것두 아냐…….’
그렇게 하나둘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아가씨.”
“으악!”
나는 갑자기 내게 불쑥 말을 거는 목소리에 놀라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누, 누구……, 아!”
“괜찮으십니까? 자아, 잡고 일어나세요.”
노인이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엉거주춤 그의 손을 잡았다.
“트리스탄 님?”
허허, 웃으며 나를 일으켜 주는 낯이 인자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재빨리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날개를 꺼내셨네요?”
“아, 아. 그러니까, 이건…….”
나는 내 등 뒤의 밀색 날개를 힐끔 바라보았다.
얇은 담요로 가려두었지만, 역시 날개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베티와 켄드릭,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전부 괜찮다고 해 주어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날개를 꺼낸 채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니 당황스러웠다.
역시 트리스탄이 보기엔 흉물스러운 걸까.
그러나 트리스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웃을 때마다 눈가에 주름이 졌다.
“몹시 귀여우십니다. 날개 때문에 드레스를 새로 맞추셨군요.”
트리스탄이 등이 훤히 뚫려 있는 내 드레스를 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은 내가 날개를 집어넣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세리나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내가 편히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당장 만들라고 명령했다.
세리나는 등이 훤히 뚫려서 날개를 내놓을 수 있는, 작고 예쁜 드레스 몇 벌을 만들어 저택으로 보내주었다.
드레스는 세리나가 약속했던 대로 예쁘고 가벼웠다.
움직일 때마다 치마가 나비의 날개처럼 팔랑거렸다.
신전에 입고 갈 드레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기대된다.’
세리나는 정말로 훌륭한 재단사였다.
이렇게 예쁜 드레스들을 빠른 시일 안에 척척 만들어냈으니까.
나는 양 볼을 붉히며 트리스탄에게 대답했다.
“네에, 켄드릭 님께서 새로 맞춰 주셨어요. 그런데 트리스탄 님은 여기에 어쩐 일이세요?”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물론, 대원로들은 예크하르트의 도서관에 출입할 자격이 되지만.
갑자기 불쑥 나타난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아가씨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가주님을 뵈러 오는 길에 잠시 들렀습니다. 괜찮으시면 다음번에 저희 저택에 방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택에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늑대 저택에 온 지는 꽤 되었지만, 다른 사람의 저택에 초대받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다.
“네, 아가씨 또래의 손주 녀석이 하나 있는데……, 아가씨 얘길 듣더니 뵙고 싶다고 얼마나 성화인지…….”
“으음……, 켄드릭 님께 가도 되는지 여쭤볼게요.”
“네, 오시면 손주 녀석이 좋아할 겁니다. 오실 때쯤이면 이제 아가씨가 아니라 아기 마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네에? 마님은 아니, 아니에요……, 아직 결혼도 확정되지 않았구…….”
나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 말을 듣던 트리스탄이, 아, 조그맣게 탄식했다.
“그러고 보니 곧 신전에 가시는군요, 괜찮으실 겁니다.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서 결혼하고 싶다고 한마디만 하시면 나머진 가주님께서 해결하실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트리스탄의 낯에서 켄드릭을 향한 단단한 신뢰가 묻어나왔다.
“그렇지만……, 만약 라니에로의 반대가 심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트리스탄이 허허,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허리를 굽히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도련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충분히 말씀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신전은 원래 당사자의 의견을 가장 중히 여기니까요. 혹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싶으면……?”
“도련님과 뽀뽀하십시오.”
“네에~?”
나는 트리스탄의 말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러나 트리스탄은 제법 진중한 낯으로 말을 이었다.
“당사자들끼리 그렇게 좋아 죽겠다는데 신전이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만약 상황이 영 이상해진다 싶으시면…….”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뽀뽀하세요.”
“……!!!”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아르센과 뽀뽀를 하라니.
그것도 아서 라니에로, 내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나는 못 들은 척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트리스탄은 제법 집요하여, 나는 결국 트리스탄의 입을 막아야 했다.
“뽀…….”
“으아, 그만! 그만하세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내가 못 듣겠다는 듯 고개를 도리질치자, 트리스탄이 허허 웃었다.
“확실한 방법인데 말입니다.”
“으, 으응……,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힐끔, 문 쪽을 바라보았다.
오렌지 주스를 가지러 간 베티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트리스탄은 내가 곤란해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 말을 남긴 채 이만 가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때, 오렌지 주스를 가지러 갔던 베티가 돌아왔다.
“베티~!”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베티에게로 달려가 폭 안겼다.
베티가 내게 오렌지 주스를 건네며 말했다.
“아가씨, 도련님께서 찾으세요.”
“아르센이?”
아르센은 병 때문에 그동안 내내 침대 안에만 누워 있었다.
켄드릭은 나와 아르센이 만날 수 없도록 했다.
내가 무리해서 이능을 사용할까 봐 걱정된다는 게 이유였다.
‘왜 자꾸 막는지 잘 모르겠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켄드릭과 아르센, 그리고 예크하르트는 내가 무리해서라도 아르센을 치료해 주면 기뻐해야 할 텐데.
‘무리하지 마라, 린시.’
‘너도 귀한 생명이라는 걸 알아. 네게 이런 생각이 들게 한 것을 사과한다. 너까지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매번 그런 말을 하며 내가 무리해서 이능을 사용하는 것을 막았다.
……나를 걱정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가슴이 이상하리만치 간질거렸다.
나는 고개를 홱 털어낸 뒤 베티를 바라보며 물었다.
“켄드릭 님께선 뭐라고 하셔? 만나두 된대?”
“네, 도련님의 상태가 많이 호전된 모양이에요.”
“그럼 만나러 갈래!”
나는 오렌지 주스를 쫍쫍 빨다가 탁 내려놓았다.
마침 아르센과 할 얘기도 있었다.
‘금제 얘기는 못 하겠지만.’
곧 신전에 가야 하니, 아르센과 그 일에 관련하여 한 번쯤은 대화를 나눠봐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를 탁탁 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