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3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31화(31/187)
“아르센!”
아르센이 침대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번쩍 떴다.
나는 재빨리 아르센의 침대로 달려가 침대 위에 올라앉았다.
“괜찮아? 응? 어디 아픈 건…….”
“나 안 아파. 괜찮아.”
그런데 아르센의 얼굴이 이상했다.
양 볼이 열이라도 오른 것처럼 불그스름했다. 두 귀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열나는 건가?’
나는 재빨리 아르센의 이마에 손을 턱 올렸다.
“너 얼굴이 붉은데, 열나는 거 아냐?”
“아니, 안 아프다니까.”
“거짓말 치는 거 아니구?”
“그래, 진짜로 안 아프다고.”
아르센이 눈을 세모 모양으로 뜨고 나를 흘겨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제 이마에 올려져 있던 내 손을 탁 치웠다.
‘어라?’
아르센이 자꾸만 내 시선을 피했다.
혹여 내 착각일까 싶어 고개까지 움직이며 아르센과 눈을 마주치려고 해 보았지만.
“…….”
“…….”
착각이 아니다.
내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게 맞았다.
“아르센, 나 때문에 화났어?”
“아니, 화 안 났어…….”
“그런데 왜 나랑 눈도 안 마주쳐?”
먼젓번, 아르센이 쓰러졌을 때 이후로 거의 처음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몹시 반가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르센이 이불을 폭 뒤집어썼다.
나는 아르센의 이불을 확 걷었다.
“아르센~!”
“화, 안 났다니까!”
“네가 나를 찾았다며, 그런데 왜 불러 놓고 눈도 안 마주치는 거야?”
눈을 깜빡이며 물어보자, 그제야 아르센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니, 나는 그냥…… 치료해줘서 고맙다고……, 어?”
그때, 아르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너, 등 뒤에 뭐야?”
“아……, 이거…….”
나는 느리게 등 뒤를 돌아보았다.
훤히 뚫린 드레스의 등 부분 위로, 조그만 밀색 날개 한 쌍이 빼꼼 나와 있었다.
‘하긴, 아르센은 처음 보는구나.’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날개가 튀어나온 이후로 내내, 저택의 사용인들에게 ‘아가씨의 날개는 정말 멋져요!’라는 말을 하루에 세 번씩 들었지만.
그래도 아르센의 눈에는 어쩌면 흉측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르센이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이거, 날개야? 너 날 수 있어?”
“어? 어……, 새니까? 그런데 이 상태로는 안 돼.”
나는 날개를 두어 번 팔락였다.
날개는 조그마하고 몸은 그에 비하여 너무 커서 이 상태로는 날 수 없었다.
“와, 신기하다…….”
아르센이 입을 헤 벌린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르센에게 슬쩍 물었다.
“이상하지 않아?”
“뭐가?”
“……내 날개.”
아르센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는 듯 인상을 와락 구겼다.
“……네 날개 멋있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르센의 칭찬을 듣자 갑자기 낯에 확 열이 올랐다.
“으응, 고마워.”
아르센은 나를 칭찬한 것이 제법 부끄러운 듯 고개를 홱 돌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아르센, 왜 고개 돌려. 부끄러워~?”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아니야…….”
그때,
아르센의 헐렁한 잠옷 소매 사이로 또다시 반점이 보였다.
‘맞다, 반점!’
아르센을 만나자마자 확인했어야 했는데, 아르센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굴어서 잊고 있었다.
나는 아르센의 팔을 덥석 잡았다.
“아르센, 가만히 있어 봐.”
“응? 야, 야, 뭐 하는 거야!”
나는 아르센의 소매를 슥 걷었다.
조금 옅어졌지만, 얼룩덜룩하게 반점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내 목에 있는 것과는 형태가 약간 달랐다.
내 목에 있는 것은 그냥 점 모양이라면……, 아르센의 살갗에 있는 것은 무슨 문양이라도 되는 듯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아르센이 얼굴을 붉힌 채 팔을 홱 빼냈다.
“어어?”
“보지 말래도. 왜 마음대로 보고 그래.”
소년이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씩씩거렸다.
“멋대로 봐서 미안해.”
나는 아르센과 시선을 마주한 채,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르센은 한참 동안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무언가 잘못한 건 틀림없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때, 옆에서 우리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클로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도련님, 아가씨를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아가씨께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그랬어?”
“내가 언제!”
클로이가 후후, 웃었다.
“아가씨께 그만 화내시고, 얼마 후에 있을 외출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건 어때요? 가주님께서 외출을 허락해 주셨잖아요.”
외출?
나는 눈을 깜빡였다.
클로이의 말을 들은 아르센의 낯이 순식간에 활짝 폈다.
아르센은 방금 나한테 틱틱거렸던 것은 기억도 안 난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 맞아! 우리 신전에 가는 날 있잖아. 돌아오는 길에 마을 구경을 해도 된대.”
“마을 구경?”
“응, 나 아직 한 번도 마을에 내려가 본 적이 없거든. 그런데 신전에 다녀온 뒤에 너랑 같이 마을 구경 가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어. 물론 베티랑 클로이랑……, 기사들도 데리고 가야 하지만.”
아르센의 말을 줄줄이 듣던 중, 켄드릭의 말이 불쑥 떠올랐다.
‘아르센은 걱정하지 마라.’던 켄드릭의 말.
이런 뜻이었구나!
마을 구경을 시켜준다고 회유한 모양이다. 그리고 켄드릭의 전략은 제법 잘 먹혔다.
“그러니까, 신전에 가서 너랑 겨론하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된대.”
“겨론이 아니고 결-혼이겠지.”
“그래, 결혼이라고 했잖아. 아무튼……, 신나지 않아, 린시?”
마을 구경이라니.
조금은 생소했다.
‘늑대 영토니까, 당연히 늑대들 천지일 텐데…….’
낯선 늑대들과 마주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러나 잔뜩 기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르센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속으로 삼키고 화제를 돌렸다.
“맞다, 아르센. 있잖아, 우리 이제 곧 수업을 받을 거래.”
아르센이 고개를 갸웃했다.
“수업?”
“응, 켄드릭 님께서 이능 사용법에 대해 알려준다고 하셨어.”
“난 아직 이능 쓸 줄 모르는데.”
“미리 같이 듣는 거지, 그리구…… 나 너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였다.
“너 나랑 뽀뽀할 수 있어?”
나는 제법 진지한 낯으로 물었다.
“큽…….”
“후훗!”
그러자, 갑자기 등 뒤에서 하나둘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나는 느리게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았다.
등 뒤에 서 있던 하녀 세 명이 전부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했다.
하긴, 웃기겠지.
고작 일곱 살 애들끼리 결혼이네 뽀뽀네 하고 있으니 웃기고 귀여울 거다.
‘하지만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라고.’
이번 신전행에서 만약 일이 틀어지면 곧장 라니에로로 끌려가야 한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싫었기에,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트리스탄이 알려준 방법도 사용해 볼 예정이었다.
“당사자들끼리 그렇게 좋아 죽겠다는데 신전이 뭐 어쩌겠습니까. 만약 상황이 영 이상해진다 싶으시면…… 도련님과 뽀뽀하세요.”
트리스탄은 늑대 일족의 대원로이고, 나이가 아주 많으니 장난으로 한 말은 아닐 거다.
내가 진지하게 묻자, 처음에는 질색하던 아르센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뽀뽀……, 몇 초나 해야 하는데?”
“글쎄? 일 초?”
“일 초면 할 수 있어.”
아르센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일 때마다 옅은 잿빛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크흡……!”
분위기도 모르고 또다시 등 뒤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최대한 안 웃은 척을 하고 있는 하녀 세 명을 살짝 째려보았다.
“좋아. 알아둘게.”
나는 고개를 마주 끄덕여 대답한 뒤 아르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아르센이 혹여 신전에서 말실수를 하지 않도록, 딱 달라붙어 아르센을 교육시켰다.
간간이 등 뒤에서 하녀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 *
“좋아, 팔 드세요, 아가씨~.”
오전부터 예크하르트 저택의 하녀들이 분주했다.
오늘이 바로 ‘신전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좋아.
나는 심호흡을 하고, 주먹을 몇 번 쥐락펴락했다.
아빠, 아서 라니에로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긴장되어 자꾸만 호흡이 빨라졌다.
‘아냐, 괜찮을 거야.’
켄드릭이 나를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게다가.
나는 문득 아르센을 떠올렸다. 왠지 나비넥타이를 하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을 것 같은 아르센.
내가 사흘간 아르센의 옆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실수하지 않도록 가르쳤으니.
문제는 없을 거다.
베티는 나를 거대한 욕조에 넣고 조물조물 씻겼다.
장미 향이 물씬 풍기는 목욕물에 들어갔다 나오자, 머리칼이 흐트러질 때마다 꽃향기가 났다.
머리카락이 마르자, 베티는 일전에 도착한 드레스를 내게 입혀 주었다.
내가 순순히 팔을 번쩍 들자, 베티가 위에서부터 드레스를 끼워 넣고 리본을 묶어주었다.
프릴이 왕창 달린, 예쁘장한 상앗빛 드레스였다.
드레스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한눈에 반할 만큼 예뻤다.
여기저기 보석처럼 생긴 장식들도 잔뜩 달려 있었고, 가벼워서 움직이기도 몹시 편했다.
나는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베티는 내 머리카락을 정성껏 빗질해준 뒤, 일부분을 리본으로 묶고 머리 위에 귀여운 보닛까지 씌워 주었다.
“자아, 다 됐어요. 아가씨.”
“으응, 고마워, 베티!”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베티의 손을 잡고서 나갔다.
벌써 준비를 다 마친 아르센이 마차에 폴짝 올라타고 있었다.
“나비넥타이는 싫다니까, 이거 안 하고 싶어.”
“안 됩니다, 도련님.”
에단이 아르센의 투정을 단호하게 잘라냈다. ‘신전에 넥타이를 하지 않고 가면 단정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네.’
나는 에단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아르센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아르센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비넥타이 엄청 근사해.”
“……진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르센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마침내 켄드릭 예크하르트까지 마차에 탑승했다.
에단이 마차의 문을 닫아 주었다.
세 사람을 태운 마차가 느리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