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화(4/187)
그는 대문 쪽으로 곧장 가고 있었다.
얘기가- 사실상 통보가- 잘 풀렸는지 마차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아무리 수인화를 했더라도 이 서툰 날갯짓으로 마차를 따라잡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방문이 벌컥 열리는 동시에 쪽지를 입에 물었다.
그때, 아델이 방 안에 들어왔다.
“아가씨……? 어디에…….”
아델은 당황한 듯 텅 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내 그녀의 시선이 수인화한 내 몸에 와 닿았다.
아델은 나를 발견하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앗, 아가씨세요?!”
쨍그랑!
뒤이어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직 어린 아가씨가 수인화를 한 것에 놀라 아델이 접시를 놓친 듯했다.
접시 위에 올려져 있던 쿠키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가씨!”
하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창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삐, 삐익!”
문제는 내가 이 몸으로 나는 것이 처음이라는 데 있었다.
비행깃이 덜 자란 날개는 자꾸만 한쪽으로 치우쳤다.
게다가 입에 문 쪽지는 자꾸만 미끄러져서, 쪽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나는 켄드릭 예크하르트를 따라잡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날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켄드릭 예크하르트 가까이 날아갔을 때.
‘성공, 성공했……?’
“삑!!”
날개에 힘이 탁 풀려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정수리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
“…….”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는 두 손을 제 턱 아래에 모은 뒤 고개를 가볍게 털었다.
“삑!”
정수리에서 데굴데굴 굴러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손에 툭 떨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앗!’
굴러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아슬아슬하게 물고 있던 쪽지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큰일났다!’
나는 허둥지둥 잔디밭을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쪽지는 켄드릭의 발 바로 밑에 떨어져 있었다.
이제 저걸 주워야 하는데…….
“…….”
“……?”
나는 따가운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가까이서 본 그의 표정은 상당히 오묘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는 듯 나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삐…… 삐익…….”
나는 멋쩍은 듯 날개로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웃었다.
물론 수인화한 상태라 내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웃었다.
“밀색 털……. 라니에로군.”
그때,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삑!”
나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로 잔디밭을 가리켰다.
‘어서 나를 내려 줘!’
내 소중한 쪽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수인화한 상태로는 이 남자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아까 적어 온 쪽지를 보여 줘야만 한다.
나는 바닥에 쓸쓸하고 외롭게 떨어져 있는 쪽지를 애타게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다행히 켄드릭은 내 몸짓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모양이다.
“혼자 정원에서 놀고 있었나…….”
그는 정원을 둘러보며 나를 조심스럽게 잔디밭에 내려주었다.
“삐이이!”
나는 켄드릭의 손에서 빠져나가자마자 잽싸게 쪽지를 주우러 후다닥 달려갔다.
그리고 흙투성이가 된 쪽지를 입에 앙 물었다.
‘엣퉷퉤, 이게 뭐야!’
잔디밭에 떨어지면서 흙이 잔뜩 묻은 쪽지 때문에 입에서 쓴맛이 났다.
부리 안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켄드릭을 향해 총총 뛰어갔다.
문제는 나를 잔디밭에 내려둔 켄드릭이,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 돼!’
나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절망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실패할 수는 없었다.
‘무조건 늑대 가문까지 따라가야 해!’
그게 아델도 살리고 가문 내의 무고한 사람들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두.’
지금 늑대 영토로 도망가지 않으면 또 저주받은 깃털을 가졌다며 버림받을 테니까.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쪽지를 다시 한번 단단히 물었다.
그리고 아직 깃털이 다 나지 않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힘차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켄드릭이 느리게 걷고 있었던 덕분에, 나는 어렵지 않게 그의 걸음걸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나는 있는 힘껏 날아 켄드릭의 각진 어깨에 착지했다.
됐다!
켄드릭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왜 안 가고 다시 왔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켄드릭에게 물고 있던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
켄드릭이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켄드릭의 손바닥 위에 쪽지를 퉤 뱉었다.
쪽지는 내 부리 자국과 흙먼지로 엉망이 된 채였다.
켄드릭은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쪽지를 유심히 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펼쳤다.
[제 이름은 린시 라니에로예요. 저를 예크하르트에 데려가 주세요.]삐뚤빼뚤 쓴 글씨가 보였다.
“린시……. 라니에로?”
“삐이!”
“너를 예크하르트에 데려가 달라고?”
쪽지를 읽은 켄드릭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삐이이!”
나는 잽싸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어찌나 힘차게 끄덕였는지, 골이 다 울렸지만 상관없었다.
켄드릭은 한참 동안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오래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초조함에 날개를 접었다 폈다 반복했다.
‘나를 안 데려가겠다고 하면 어쩌지?’
물론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적이 길어지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 이능을 증명해 보이자.
그러면 켄드릭이 고민을 끝내고 나를 데려갈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손목 부근으로 포르르 날아가 손에 착지했다.
그리고 켄드릭의 손가락을 있는 힘껏 콱 물었다.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손가락에서 피가 한 방울 흘러나왔다.
“삐이!”
잘 보세요, 아저씨.
나는 잽싸게 이능을 사용했다. 아주 약간, 아주아주 약간 찢어진 피부는 이능 덕분에 놀라우리만치 빨리 아물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쭉 내민 뒤 그를 바라보았다.
“삐잇!”
어때? 잘 봤지?
그러니 어서 나를 데려가!
나는 잽싸게 켄드릭의 품 안에 파고든 채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뒤를 돌아 소란한 라니에로 가문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라진 탓인지, 사용인들이 전부 하나둘 정원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이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늑대 가문의 가주, 켄드릭 예크하르트를 보고 움찔했다.
나는 사용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자세를 낮춰 켄드릭의 재킷에 딱 달라붙었다.
“삐이이…….”
어서, 어서 데려가!
켄드릭이 고개를 숙여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
왜, 왜 웃는 거지?
켄드릭은 재킷 깃을 손으로 펼쳐 내가 보이지 않게 가린 뒤, 낮게 속삭였다.
“그래, 같이 가자.”
그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것 중에 가장 다정한 목소리였다.
내가 무언가를 더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나를 제 주머니에 성의 없이 툭 던져 넣었다.
순식간에 주위가 캄캄해졌다.
켄드릭이 걷기 시작했는지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나는 주머니 안에 자리를 잡고 숨을 죽인 채 생각했다.
‘성공했다!’
이제 이대로 쥐 죽은 듯이 숨어서 늑대 저택까지 따라가면 된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주머니 안이 너무 캄캄하다.
켄드릭의 주머니는 몹시 크고 아늑해서, 내가 들어가 있기 딱 알맞았다. 다만…….
캄캄한 곳에 혼자 있으니까 자꾸만 ‘그날’ 생각이 났다.
사방에서 피어오르던 연기, 코를 찌르는 듯한 피 냄새와,
방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나를 찾던 늑대들까지.
‘……조용히 숨어 있어야 하는데.’
안 그러면 라니에로의 사용인들에게 들킬지도 모르니까.
새들은 시력이 무척 좋아서, 고개를 내밀었다간 라니에로의 사람들이 나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숨 막혀.’
자꾸만 숨이 막혔다. 불구덩이 속에 홀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주머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고개를 쏙 내밀자, 시원한 바람이 털을 스치고 가는 게 느껴졌다.
‘휴, 이제 좀 괜찮다.’
“삐이…….”
나는 켄드릭이 마차까지 가는 동안에, 주머니 안에 숨었다가 빼꼼 나오는 걸 반복했다.
켄드릭은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예크하르트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양옆에 서 있던 호위기사로 보이는 남자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켄드릭이 마차에 착석하자, 화려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허억.
나는 화려한 마차를 보고 부리를 떡 벌렸다.
아버지 역시 사치가 심해서 화려한 마차를 끌고 다니곤 했는데.
이 마차의 내부에 비하면 그건 수수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고개를 빠끔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자, 커다란 손이 나를 덥석 집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삐이이!”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힉.’
나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한 쌍의 푸른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딸꾹.
“삐이잇…….”
‘안녕하세요, 아저씨……. 날씨가 좋네요…….’
아까는 당장 이 사람을 따라가야만 내가 살 수 있어서 몰랐는데,
내 눈앞의 이 남자는 늑대였다.
날 한 입에 잡아먹을 수 있는 맹수.
……딸꾹.
‘……해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