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0화(40/187)
‘아!’
그 여자애 말이구나.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지금 갈래, 지금!”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하녀가 곤란하다는 듯이 베티를 힐끔 쳐다보았다.
내내 조용히 옆에 서 있던 베티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안 되어요, 아가씨. 내일 아침에 보러 가시는 걸로 해요.”
“응? 그치만, 일어나면 만나게 해 준다고 했잖아.”
“하지만 시간이 늦었으니 안 되어요. 이제 올라가서 씻고 주무셔야지요.”
“나 방금 저녁 먹었는데…….”
“어린아이들은 아홉 시 전에 자야 키가 크니까요.”
베티는 단호했다.
결국 나와 아르센은 터덜터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방에 돌아온 뒤,
나는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았다.
‘당장 만나구 싶은데.’
그 소녀가 말한 ‘검은 연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켄드릭의 이능을 본 건지, 아니면.
에스테르의 몸에서 줄줄 새어 나오던 검붉은 기류.
그것을 뜻하는 건지.
그리고 그 소녀가 말한 것이,
정말로 내가 그날 본 ‘검은 연기를 말하는 게 맞는다면…….
나는 벌떡 일어나 거울로 달려갔다.
나는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면서 거울에 목을 비춰 보았다.
아직도 목에는 선명하게 검은 반점이 남아 있었다.
나는 반점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앙다물었다.
‘금제를 풀 방법을 찾아야 해.’
그래야 켄드릭에게 내가 본 것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었다.
그 검은 기류가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한 뒤로 아르센의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보아.
어쩌면 그것이 아르센의 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아르센을 치료하기 버거웠던 것도 이해가 되었다.
‘나를 집어삼키려는 듯이 다가왔으니까…….’
내 힘과는 상성이 맞지 않는 거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목에 있는 검은 반점을 괜히 한번 문질러보았다.
역시나 반점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으응……?”
머리카락 사이에, 붉은색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나 있었다.
나는 기겁하며 머리카락을 뽑아다가 창문을 열고 바깥에 버렸다.
‘벌써 털갈이를 하면 안 되는데.’
아직 켄드릭에게, 내가 털갈이를 하면 붉은 새가 된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 수인화를 했다.
그리고,
“삐이!”
거울 앞에서 날개를 활짝 펼쳐 내 날개를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혹시 날개에도 붉은 깃털이 난 건 아닐까?’
날개는 불완전하게 수인화될 때마다 툭 튀어나오는 곳이니 더 조심해야 했다.
‘휴우, 다행히 없군.’
나는 다시 수인화를 풀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휴.
전생에 저주받았다며 배척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나 선명했다.
그래서 내 입으로 이야기하려니 쉽지 않았다.
내가 저주받은 붉은 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켄드릭은 나를 버리지 않겠다고 했구,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도 모두 내게 친절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라니에로의 사용인들도 내게 친절했으니까.
내가 붉은 새로 변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단은 생각하지 말자.’
나는 고개를 털었다.
급한 것은 에스테르의 몸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오던 그 검붉은 기류.
그리고 내 목에 걸린 금제였으니.
* * *
나는 날이 밝자마자 곧장 그 여자애를 찾아갔다.
베티가 걱정스러운 낯을 하고 나를 졸졸 따라왔다.
“아가씨, 아침은 먹구 가시지……!”
“그치만, 그 애가 일어났다며. 나 빨리 만나고 싶어.”
나는 거의 달음박질치듯이 그 애가 누워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약속대로 베티, 그리고 다른 수습 하녀 한 명이 나와 동행했다.
베티는 어제 내가 왔다 갔던 방의 문을 벌컥 열었다.
“어어…….”
추레한 몰골의 소녀가, 내가 어제 두고 갔던 머핀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소녀는 화들짝 놀라 머핀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나는 후다닥 달려가서 머핀을 주워 소녀에게 건넸다.
“자.”
“……감사, 합니다.”
소녀가 더듬더듬 대답하며 머핀을 소중히 받아들었다.
‘배가 고픈가?’
배가 고파서 머핀을 먹으려던 건가 싶어 잠시 기다렸지만,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소녀는 이불을 더듬어 그 아래에 머핀을 감추었으니까.
그리고 손끝으로 더듬더듬 만져 머핀이 잘 숨겨졌는지 확인했다.
나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느리게 내 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린시, 린시 라니에로. 새 일족이야. 너는?”
“…….”
그러나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헤헤, 웃기만 했다.
보다 못한 베티가 나섰다.
“무례하게 무슨 짓이니. 이분은 곧 예크하르트의 안주인이 되실 분이다. 제대로 인사드려.”
베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나는 베티의 치맛단을 덥석 쥐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베티, 그러지 마. 내가 얘기할게. 응? 나 이 애랑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잠깐만 저기로 가 있어 주라.”
“하지만 아가씨…….”
“괜찮다니까. 위험해지면 곧장 부를게. 응?”
결국 베티가 못 이기겠다는 듯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베티와 다른 하녀들은 문 밖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말릴 수 있도록 말이다.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애꿎은 손만 괴롭히는 소녀를 빤히 보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있지, 몸은 좀 괜찮아?”
“네, 네…….”
“다행이다. 또 아픈 곳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구.”
“…….”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소녀를 따라서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물론 바깥에 서 있는 베티와 하녀들이 듣지 못하도록 소리는 낮춘 채였다.
“그런데, 검은 연기라는 거. 무슨 뜻이었어?”
“…….”
“나를 보구 말했잖아. 검은 연기라고.”
그때,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초점이 안 맞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보던 잿빛 눈동자가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검은 연기.”
“검은 연기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소녀를 채근하듯 물으며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소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들어 내 목을 가리켰다.
“……어?”
“목, 목에……, 연기가.”
“내 목에 있는 게 보여?”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재차 되물었다. 소녀는 반복해서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진짜로.’
내가 보았던 검붉은 기류를 이 소녀가 보고 있는 거구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소녀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그러면, 네가 보고 있는 걸 켄드릭 님께 말해줄 수 있을까?”
“금제, 금제라서…….”
소녀는 잠시 낯을 와락 구겼다가, 이내 풀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너도 그걸 알아?”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근데 너는 말할 수 있어? 난 이거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는데.”
“…….”
“네가 나 대신 말해주면 안 될까?”
그러나 소녀는 말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뭔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걸까?
소녀는 왜 나와 같은 금제가 걸리지 않았는지, 그럼에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도 일단은, 이 애도 ‘검은 기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나는 구정물이 잔뜩 묻어 있는 꾀죄죄한 낯을 바라보았다.
색이 바랜 듯한 잿빛 눈동자, 그리고 때가 탄 백색 머리카락.
“너는……, 이름이 뭐야?”
“…….”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하니까, 나도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없, 는데…….”
소녀가 몸을 흠칫, 떨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갔다.
“이름이 없어?”
내 물음에 소녀가 느릿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럼……, 내가 지어줄게. 뭐가 좋을까……, 글레네는 어때?”
나는 ‘글레네’라는 이름을 내뱉고 혼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갑자기 이 이름이 떠올랐지?’
나도 모르게 글레네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이 애를 그렇게 불러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소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글레네가 좋아?”
“……으응.”
“좋아, 그럼 글레네라고 부를게.”
소녀, 아니 글레네는 부끄러운 듯 허겁지겁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있잖아, 물어볼 게 있어. 혹시……, 앞이 안 보이는 거야?”
나는 글레네의 덥수룩한 앞머리를 걷어내며 물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가 또다시 또렷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보여.”
“나는 보인다고? 다른 사람은?”
글레네는 고개를 느리게 저었다.
나만 보일 수가 있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목 부근을 짚은 것과, 내 움직임을 시선이 따라오는 것으로 봐선 정말로 나는 보이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 애, 돌연변이라구 했지.’
돌연변이의 특성인 걸까?
돌연변이는 그 수가 몹시 적고 희귀해서, 알려진 바가 많이 없었다.
그러니 어쩌면 그런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걸 물어보는 건 실례니까…….’
길거리에서 살던 소녀였으니, 부모가 어떤 수인인지는 본인도 잘 모를 가능성이 컸다.
“그래두 내가 보인다니 다행이야.”
글레네는 물끄러미 내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가씨, 이제 식사 시간이에요.”
베티가 다가와서 나를 불렀다.
‘못 들었겠지?’
재빨리 베티의 낯을 살폈다. 다행히 베티는 우리의 어딘가 이상한 대화를 듣지 못한 듯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글레네의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 주름이 져 있었다.
탁탁.
앉았던 자리를 잘 털어서 주름을 펴 주곤, 글레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 이따가 또 올게~, 잘 지내구 있어.”
나는 베티의 손을 잡고서 글레네의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식당까지 걸으며 베티에게 넌지시 물었다.
“있지, 베티. 그……, 한 사람만 보이는 병 같은 것도 있어?”
“네? 벌써부터 로맨틱한 말을 하시네요, 아가씨. 사랑에 빠지시기라도 한 걸까요?”
베티가 후후, 웃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오해를 산 것 같아서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보통 눈이 안 보이면 전부 안 보이잖아?”
“네에, 그렇죠.”
“그런데 이제 특정한 사람은 보이는……. 에이, 아니야.”
그런 병이 있을 리가 없지.
그때, 베티가 툭 대답했다.
“다른 눈이 있으면 가능해요. 사슴 일족처럼.”
“응?”
“사슴 일족은 이능이 없지만, 이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다른 눈이 발현되면 가능해요. 그 애는 돌연변이니까…… 그런 특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겠네요.”
베티가 줄줄이 이야기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돌연변이……, 그러면 사슴 일족의 피가 흐른다는 건데.’
그러는 동안, 베티와 나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