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3화(43/187)
“제가 그렇게 강하면……, 왜 아르센은 완전히 치료해 줄 수 없었던 거예요?”
나는 켄드릭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켄드릭의 말대로 내가 라니에로에서 가장 강력한 이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아르센을 치료할 수 있었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아르센을 치료할 때마다 번번이 이능이 전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켄드릭은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네 이능이 아르센의 병과 상성이 맞지 않는다거나…….”
“……으음…….”
켄드릭의 말에 나는 의기소침하게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아르센을 고쳐줄 수 없다면 아무리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지 않나.
‘처음에는 분명히 내가 살아남기 위해 치료해주려고 했던 건데.’
아르센을 고쳐주어야 내가 예크하르트에서 쫓겨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아르센을 빤히 바라보았다.
살짝 곱슬곱슬한 잿빛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인 소년.
그리고 하나뿐인 내 친구.
나는 반드시 아르센을 고쳐주고 싶었다. 전생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켄드릭이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자아, 한 번 더 해 봐라. 린시.”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한번 연둣빛 구체를 만들어냈다.
금세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구체는, 허공에 떠올라 다시 물뿌리개 모양으로 변모했다.
“……켄드릭 님, 이걸 아르센한테 뿌리면 어떻게 되나요?”
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켄드릭을 바라보았다.
내가 직접 사용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등 뒤의 날개가 팔랑거렸다.
“아서라. 아직은 이르다. 네 이능이 아르센의 병에 잘 듣지 않는 원인을 알아낸 뒤에 시도해보도록 하자.”
“하지만……, 제가 이능을 사용하면 호전되긴 했는데.”
이능을 사용하는 내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치유해주면 아르센의 상태는 확실히 호전되었다.
그러나 켄드릭은 내가 아르센의 머리 위로 이능을 쏟아붓는 것을 만류했다.
“정원에 뿌려라, 린시. 아르센한테 물 주지 말고.”
“네에.”
나는 고분고분 정원에 다시 한번 이능을 쏟아부었다.
반짝이는 연두색 빛이 공중에서 꽃가루처럼 흩날렸다.
아르센이 입을 조그맣게 벌린 채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펑-!
익숙한 연둣빛 연기가 다시 한번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날개가 들어갔어요!”
나는 날개가 사라져 헐렁해진 원피스 등 부분을 만져보며 말했다.
“이능을 사용하는 방법이 잘못돼서 몸 안에서 이능이 충돌했던 거다. 희귀하지만 예크하르트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지.”
나는 기뻐하며 내 등 뒤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수인화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할까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만, 아마 되지 않을까.”
나는 제자리에서 두어 번 폴짝, 점프했다.
그러자 연둣빛 연기가 다시 몽실몽실하게 내 주변으로 차올랐다.
그리고.
“삐이잇-!”
나는 조그만 밀색 새 모습으로 변해 켄드릭의 어깨에 착 앉았다.
그리고 곧장 잔디밭으로 내려와 잔디밭에 우뚝 섰다.
내 이능 때문에 무성하게 자라난 잔디들 탓에 앞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삐이잇-!”
나는 힘차게 울음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콩콩 점프했다.
그러자.
펑-!
연두색 연기가 다시 한번 내 주변을 감쌌다.
“우와…….”
수인화가 풀렸다.
이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된 듯했다. 나는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며 생각했다.
“이능이 문제였구나. 자주 풀어 주면…….”
수인화 조절도 가능해.
나는 얼떨떨한 마음에 괜히 손바닥만 쥐락펴락했다.
‘전생에는 이렇게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내가 깨우치지 못했던 게 아니다.
전생에는 정말로 이복오빠 게일이 나보다 훨씬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었다.
‘열 살 때까지만 해도 나랑 비슷했지만.’
열 살 털갈이 이후, 내가 다락방에 갇힌 뒤로 게일의 이능은 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졌었다.
그런데 그렇게 강했던 게일의 이능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눈을 끔뻑였다.
“내내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무리하라고 해야 되겠군.”
켄드릭이 설핏 웃었다.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르센이 다가와 내 옆에 섰다.
“야, 린시…….”
“으응?”
나는 아르센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고개를 기울여 주었다.
아르센이 내 귀에 속삭였다.
“너……, 진짜 멋있다.”
그렇게 말하는 아르센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푸핫, 웃음을 터트리며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너도 이능이 발현되면 나보다 더 멋지고 강한 이능을 가지게 될걸. 켄드릭 님처럼.”
“정말?”
아르센이 눈을 깜빡였다.
“아무도 내가 아빠 같은 이능을 갖게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없어.”
그렇게 말하는 아르센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아무도 아르센에게 이능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 전에 죽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이능이 발현되고 털갈이가 시작되기 전에 죽고 말 거라고.
나는 아르센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
“켄드릭 님보다 더 멋진 이능을 갖게 될지도 몰라, 아르센.”
그리고 대단한 비밀이라도 속삭이는 양,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진짜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나랑 운동 열심히 하자. 편식두 하면 안 돼. 건강해야지.”
아르센이 약간 구겨진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운동 얘기에 감동이 조금 깨진 듯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켄드릭이 나와 아르센의 등을 톡톡 두들겼다.
“그럼 이제 들어가자. 이론은 다음번에 가르쳐 주마.”
나와 아르센은 고개를 끄덕이며 켄드릭의 손을 잡았다.
* * *
이후에도 켄드릭의 수업은 이어졌다.
나는 켄드릭에게 이능을 더 섬세하게 다루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물뿌리개 모양은 그대로야…….’
이왕이면 켄드릭처럼 조금 멋있는 모양이었으면 했는데.
에휴휴.
물뿌리개가 뭐야, 물뿌리개가.
그날, 켄드릭의 물뿌리개 설명을 듣고 처음으로 이능을 다르게 사용한 뒤로.
내 이능은 계속해서 물뿌리개 모양의 형태로 뭉쳐졌다.
덕분에 나는 매일매일 곳곳에 물을 주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내가 저택을 돌아다니며 이능을 흩뿌리고 다닌 탓에, 저택 안에는 아픈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아픈 사람이 있는 것두 이상하지…….’
이능을 이렇게까지 들이부었는데, 아직도 아픈 사람이 있으면 곤란했다.
물론 글레네는 아직도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이 조금은 보인다구 했으니까.’
글레네의 시력은 선천적인 문제이기 때문인지 내 이능으로는 완전히 치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이능의 영향으로, 앞이 조금 보이게 되었다고 했다.
‘다행이야.’
나는 정원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예크하르트 저택을 바라보았다.
곧 있을 연회 준비로, 저택 안의 모든 사용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연회 때 그 사람도 오겠지?’
에스테르.
나는 괜히 목 근처의 살갗이 홧홧해지는 기분에 목을 만지작거렸다.
금제가 걸려 있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니 목이 갑갑했다.
그때,
“어어? 글레네?”
저 멀리서, 글레네가 더듬더듬 화단을 손질하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벤치에서 탁, 뛰어내린 뒤 글레네에게로 달려갔다.
“글레네? 여기서 뭐 하구 있어?”
글레네가 내가 있는 쪽으로 느리게 몸을 돌렸다.
단발로 싹둑 잘린 백색 머리카락이 몸을 돌릴 때마다 찰랑거렸다.
“아가, 아가씨……?”
“으응, 글레네!”
처음과는 다르게, 글레네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켄드릭은 내 부탁대로 글레네가 저택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글레네는 저택에 머무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눈이 안 보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어려운 것이었지만.
본인이 제법 열심히 하고 있어서, 사용인들의 귀여움을 받는다고 베티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주기적으로 글레네를 만났다.
글레네는 금제 얘기만 나오면 입을 꾹 다무는 통에,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검은 기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고 생각하자 위안이 되었다.
“여기서 뭐 해? 화단을 손질하고 있어?”
글레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꽃, 꽃은……, 만질 수 있으니까…….”
손끝으로 만져 보고, 상태를 파악한 뒤 다듬는 중이라는 얘기였다.
나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으래, 글레네. 파이팅이야! 그리구……, 이거 먹어!”
그리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잘 포장된 쿠키 하나를 꺼내 소녀에게 불쑥 내밀었다.
그러자 글레네가 쿠키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더듬지 않고, 또박또박.
“응?”
나는 곧장 글레네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지만, 글레네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조용히 화단을 다듬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었다.
그때 당시엔 말이다.
* * *
연회가 열리는 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에단과 로드리는 각 가문에 초대장을 돌리고, 저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아르센의 눈동자 색과 같은 푸른색 꽃들과, 내 눈동자 색과 같은 연두색 풀꽃들이 저택을 장식했다.
베티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나를 깔끔하게 씻기고 내게 예쁜 드레스를 입혔다.
그리고 구두를 신긴 뒤, 정성껏 머리를 묶고 머리에 예쁜 생화를 가득 꽂아 장식해 주었다.
나는 창문을 힐끔 내다보았다.
저택 바깥에 낯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우글우글 몰려들어 있었다.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긴장한 탓에 두 손바닥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이렇게 많은 늑대들은 처음이야.’
저번에 거리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멀리서 봤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들진 않았는데.
그때.
똑똑.
누군가 노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