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4화(44/187)
“린시…….”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아르센이었다.
아르센은 예쁜 남색 재킷에, 조그만 파란색 나비넥타이를 맨 채였다.
나는 드레스 끝자락을 쥐고 아르센에게로 달려갔다.
“아르센, 무슨 일 있어?”
아르센의 낯이 창백했다.
나는 아르센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열은 안 나는 것 같은데.’
왜 이러지? 또 병이 도진 건가?
나는 무릎을 굽혀 아르센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르센, 어디 아파? 아프면 지금 얘기해야…….”
“그런 거 아니야, 바보야…….”
아르센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듯 점점 작아졌다.
나는 아르센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 내 방 침대로 데려와 앉혔다.
내 치장을 끝내놓은 베티는, 내게 드레스가 구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 뒤 자리를 비켜주었다.
“절대, 구기시면 안 돼요.”
“으응, 알겠다니까.”
베티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한참 보다가 방을 나갔다.
나는 엉덩이를 당겨 아르센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무슨 일이냐니까, 으응?”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
나는 그제야 아르센 역시 연회가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낯선 늑대들이 많아서 긴장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풀곤, 아르센의 귀에 대고 마주 속삭였다.
“사실 나두 그래…….”
“너도?”
나와 아르센은 창틀에 걸터앉아 손을 마주 잡은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차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언제나 굳게 닫혀 있었던 거대한 대문은 활짝 개방되어 있었다.
“연회가 몇 시라고 했지?”
아르센에게 묻자, 아르센이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말했다.
“두 시……, 안 가고 싶다.”
“나도 안 가고 싶긴 한데…….”
우리가 빠질 수 없는 자리라는 게 문제였다.
오늘 연회는 나와 아르센을 정식으로 늑대 일족에게 소개하는 자리니까.
나는 아르센의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정리해 주었다.
“적당히 있다가 눈치 봐서 나오자.”
내 말에, 아르센이 가만히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나도, 아르센도, 낯선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무척 심했다.
예크하르트의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적게 불렀다고 하셨는데.’
그런데도 이 정도라니.
나는 북적북적하게 몰려든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입 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듯한 기분이다.
아르센이 제법 진지한 낯으로 내게 물었다.
“……인사만 하고, 나오면 안 될까?”
“……당연히 안 되겠지.”
“그럼, 인사하고 좀 있다가 나오는 건 어때.”
“……인사하고 좀 이따가? 그래. 그러면, 내가 나가고 싶으면 네 발등을 두 번 툭툭 칠게. 어때?”
“그래, 알았어.”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후아.
나는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다.
연회장 문 앞에 서니, 갑자기 다리가 덜덜 떨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 아르센이 긴장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켄드릭이 부드럽게 말했다.
“정 불편하면 인사만 하고 곧장 둘이 나가 놀아도 된다.”
“……그래두 돼요?”
그래도 우리를 위해서 멀리서 와 준 손님들인데…….
그러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
“안 될 건 없다. 너희가 이 연회의 주인공이니까.”
켄드릭이 나와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아 주며 말했다.
그때.
“켄드릭 예크하르트 님 드십니다!”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소리쳐 켄드릭의 입장을 알렸다.
거대한 문이 기사들의 손에 스르륵-, 부드럽게 열렸다.
켄드릭은 우리의 손을 꼭 잡은 채로 화려한 연회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나와 아르센은 단단한 켄드릭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켄드릭의 뒤를 따라 종종거리며 카펫 위를 걸었다.
나는 힐긋, 고개를 들었다.
‘우와, 사람 엄청 많다…….’
창밖으로 볼 때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나는 이내 다시 시선을 켄드릭에게로 돌렸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늑대들의 시선이, 나와 아르센에게 닿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처음 소개하는 거니까…….’
아직 우리를 정식으로 소개하지 않은 터라 더 시선이 많이 쏠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잔뜩 긴장한 탓인지, 실수로 드레스 자락을 밟고 말았다.
비틀.
“어어?”
“조심해야지.”
그때, 켄드릭이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내 등을 받쳐 주었다.
나는 헤헤, 웃으며 켄드릭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켄드릭은 우리를 데리고서, 2층 계단 위, 사람들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우뚝 섰다.
나와 아르센은 잔뜩 긴장한 채 침만 꿀꺽 삼키며 켄드릭의 손을 꼭 붙잡았다.
“먼저, 연회에 참석해 준 일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켄드릭이 운을 뗐다.
“오늘 이 연회는, 내 아들 아르센 예크하르트를 정식으로 예크하르트의 후계자로 공표하는 자리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어 말했다.
“또, 새 일족의 린시 라니에로가 정식으로 예크하르트의 일원이 됨을 공표하는 자리이기도 해.”
켄드릭의 말에 일순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괜히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났다. 나는 애꿎은 드레스 자락만 쥐었다 놓았다.
수백 쌍의 눈동자가 내게로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힉, 숨을 들이마시곤 본능적으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다잡고 켄드릭의 두툼한 손을 붙잡은 채 다시 바르게 섰다.
‘긴장하지 말자, 괜찮을 거야.’
나한텐 켄드릭 님이 있으니까.
아무리 라니에로와 예크하르트가 적대 관계라고 해도, 대놓고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안심되는 것 같기도 했다.
켄드릭은 이어, 두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인사말을 끝낸 뒤, 다른 이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며 훌쩍 떠났다.
나와 아르센은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러자,
“저는 패트로스 가문의 로베르트라고 합니다. 만나 뵐 수 있어 영광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도련님. 게오르크 가문의…….”
“카누트 가문의…….”
수많은 귀족들이 다가와 아르센에게 앞다퉈 악수를 청했다.
개중 내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 정도야 뭐.’
투명인간 취급은 전생에 지겹도록 당한 탓에 익숙하다.
아르센은 자신에게 몰려온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이내 내 발등을 툭툭 쳤다.
‘벌써?’
벌써 나가자고?
나는 아르센을 힐끔 바라보며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르센과 인사하고 싶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그때.
“죄송하지만 아가씨, 잠시 비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눈이 찢어진 남자 한 명이, 내게 양해를 구한다는 투로 물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르센을 한 번, 그리고 그 남자를 한 번 바라보았다.
“도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남자는 쐐기를 박듯 말했다.
그러나 아르센은 가지 말라는 듯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내가 이만 비켜 달라는 남자와, 가지 말라는 아르센의 신경전 가운데에 서서 곤란해하고 있던 찰나.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트리스탄 님!”
대원로가 허허, 웃으며 다가오자 다른 귀족들은 자연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트리스탄은 나와 아르센을 번갈아 바라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신전에서의 일이 잘 풀렸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도련님.”
“네에, 감사해요.”
“정식으로 예크하르트의 일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아가씨가 아니고 작은 마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군요.”
트리스탄이 ‘작은 마님’이라는 글자에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하자, 다른 귀족들이 움찔했다.
“아직 결혼식도 안 했는걸요……, 그냥 연회만 먼저 열린 건데.”
“맞아, 결혼식도 아직 안 했어.”
아르센이 덧붙였다.
트리스탄은 그렇습니까? 하고 웃으며 되물은 뒤, 다른 귀족들을 휙 둘러보았다.
그리곤.
“그럼 아직은 아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자네들은 아가씨께 인사 안 드리고 뭐 하나?”
대원로 트리스탄.
보통 원로원은 일족의 귀족들 가운데, 공을 세운 이들을 선정하여 꾸려진다.
트리스탄 역시 대원로인 동시에, 늑대 일족의 고위 귀족이었다.
트리스탄이 다른 귀족들에게 눈치를 주자, 귀족들이 그제야 내게 슬금슬금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저들끼리 금세 자리를 떴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그들이 떠난 자리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무례하게 구는 이들이 있다면 언제든 벌하십시오. 아가씨께선 이제 예크하르트의 안주인이 되실 분이시니까요.”
“으음, 아니에요. 이해해요. 저 같아두 적대 가문의 딸이 안주인이 된다고 하면 싫을 것 같으니까…….”
“이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켄드릭 님께서 직접 예크하르트의 일원이라고 공표하셨는데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늑대 일족 수장의 말을 거역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트리스탄이 단호하게 잘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트리스탄이 다시 한번 웃었다.
노인이 웃을 때마다 얼굴에 주름살이 패었다.
“오늘 연회에 제 손녀딸도 참석했답니다. 아가씨를 뵙고 싶다고 얼마나 아우성이던지……, 한번 인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트리스탄이 속삭이듯 말했다.
“트리스탄 님의 손녀딸이요? 어디에 있는데요?”
“제 또래 아이들과 있을 텐데……, 아, 저기 있군요.”
나는 트리스탄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내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
나를 빤히 바라보던 아이는, 트리스탄이 자신을 가리키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